"佛 고교 순위 매긴다"는 조선일보...대학 학부과정을 고교로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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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고교 순위 매긴다"는 조선일보...대학 학부과정을 고교로 왜곡
  • 김준일 팩트체커
  • 승인 2019.07.03 07: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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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지난 1일 '[특파원 리포트] 고교 순위 매기는 佛 교육'이란 칼럼을 내보냈다. 교육 평준화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유럽 국가 프랑스가 성적에 따른 고등학교 순위를 매기고 있다고 전한 것이다. 한국에서 최근 불거지고 있는 자립형 사립고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는 근거를 댄 것이다. 

자사고 찬반은 정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언론사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다. 조선일보가 기사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기사의 사실관계가 틀리면 안된다. 조선일보는 교묘하게 사실관계를 비틀어 마치 프랑스가 모든 고등학교를 진학 실적에 따라 줄세우기 하고 있는 것처럼 기사를 썼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주요 명문고에 '프레파'라는 '그랑제콜 준비반'이 있으며 주요 그랑제콜은 프레파별 지원 합격 현황을 공개한다. 조선일보 기사를 읽으면 '프레파'는 고등학교, '그랑제콜'은 대학교처럼 읽힌다. 고등학교 순위매기기의 사례로 프레파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프레파는 고교 과정이 아니라 '대학 학부과정'과 비슷(졸업장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정확히는 학부 예과 과정)하며 '그랑제콜'은 한국으로 따지면 대학+대학원의 고등교육 과정에 해당된다. 프랑스 학생들은 고교 졸업 뒤 대학에 진학하든지, 취업을 하든지, 아니면 프레파에 진학한다. 프레파에 진학하는 이유는 더 고위 과정인 그랑제콜에 진학하기 위해서다. 만약 프레파를 졸업한 학생이 그랑제콜 입학에 실패하면 일반 대학의 마지막 학년인 3학년으로 편입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랑제콜 진학숫자 및 프레파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고교 줄세우기'와는 거리가 있다.

이 칼럼의 사실관계가 틀렸음은 과거 조선일보 기사로 확인할 수 있다. 조선일보 2017년 2월 23일자 '[월드 톡톡] 위장전입·청탁… 프랑스도 못말린 그랑제콜 입시열' 기사에 따르면 그랑제콜은 '대학위의 대학'으로 불리며 이 코스에 들어가려면 고등학교 졸업 후 2~3년동안 프레파(그랑제콜 입시 준비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프레파는 주요 명문고에 설치된 별도의 대학 학부 과정으로 고교 시절 최상위권 성적을 거둔 학생들 위주로 선발한다. 이 기사 역시 그랑제콜 입시열기가 매우 뜨겁다고 소개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기사마다 사실관계를 계속 바꾸고 있다. 

 

왼쪽이 최초 조선일보 기사, 오른쪽이 수정본.

 

교육평론가 이범씨는 조선일보의 사실관계 왜곡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지적했다. 언론이 사실관계가 틀렸다고 지적을 받으면 수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소리소문없이 몇가지 문구만 바꾸고 제목과 내용은 그대로 뒀다. 칼럼의 근거가 되는 핵심 내용이 바뀌었으면 이를 공지해주는게 기본이다. 해외 주요 언론은 기사 수정시에 어떤 내용을 왜 바꿨는지 기사에 표시를 한다. 다른 한국 언론도 기사 수정내역을 밝히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대한민국 1등신문을 자처하는 조선일보라면 더욱 더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에는 '명문고교'가 있다기 보다는 '명문프레파'가 있다. 프레파별 그랑제콜 진학 실적이 공개되기도 한다. 프레파는 고교를 졸업한 뒤 진학하는 일종의 '학부 예과 과정'이다. 명문 프레파가 있다고 해서 자사고를 유지해야 하는 근거가 되진 않는다. 조선일보가 이런 사실관계는 밝히지 않고 자사고 존치 근거로 프랑스의 '프레파'를 드는 것은 사실 왜곡이자 여론 오도다.

 

*2019년 7월 3일 오후 12시 57분 1차 수정: 비문이 많아 표현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2019년 7월 3일 오후 2시 20분 2차 수정: 

그랑제콜이 '사실상 대학원'이라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다는 의견이 들어와서 수정했습니다. 프레파와 그랑제콜은 한국에는 없는 제도로 한국 교육제도와 직접 비교하기가 힘듭니다. 좀 더 설명하자면, 프레파 과정은 '학부 예과' 과정이어서 학위를 수여하지 못합니다. 프레파에서 공부한 학생이 학사학위를 받기 위해선 그랑제콜로 진학하든지 일반대학으로 편입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그랑제콜이 대학원 대학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그랑제콜 자체가 대학원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그랑제콜'로 알려진, 마크롱 대통령이 졸업한 파리정치대학은 6000여명의 학부생과 7000여명의 대학원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프레파가 고등학교 과정이 아님은 명백합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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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9-07-04 11:14:18
팩트체크나 제대로 하면서 팩트체커라고 자칭하세요. 프레파는 명문고에 설치된 2~3년과정의 특수고육기관이에요.

"하지만 프레파가 고등학교 과정이 아님은 명백합니다."라고 밝히셨지만 프레파는 그랑제꼴로 진학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점에서 고교과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명백'이란 단어를 쓰시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프랑스 교육과정에서 프레파의 위치를 고려한다면 조선일보의 칼럼은 틀린 내용이 없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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