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햄버거를 먹여도 될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7.17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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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세 여아가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은 뒤 갑자기 신장기능이 악화돼 신장투석을 받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 가족은 맥도날드 한국지사를 고소하면서 병의 원인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뉴스톱>은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emolytic uremic syndrome·HUS)에 대해 팩트체킹했다.

 

1. 오염된 햄버거를 먹으면 걸리는 병이다.

절반의 진실이다. 1982년 미국 오리건주와 미시건주에서, 맥도날드 식당에서 파는 햄버거를 먹은 수십 명의 어린이가 집단으로 탈이 났다. 당시 밝혀진 원인은 O157균에 감염된 쇠고기 패티였다. 문제의 세균과 용혈성요독증후군이라는 심각한 질병이 연관된 최초의 사례여서 '햄버거 병'으로 불리게 됐다.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임상증상과 예후에 따라 ‘전형적 설사연관형’과 ‘비전형적 설사비연관형’으로 분류된다. 주로 소아에게 발생하는 ‘전형적 설사연관형 HUS'는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해 나타나기 때문에 대장염으로 시작된다. ‘비전형적 설사비연관형 HUS'는 유전적인 요인과 대장균이 아닌 다른 감염, 약제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햄버거를 먹었을 때 나타나는 용혈성요독증후군은 ‘전형적 설사연관형’에 해당되며, 감염된 쇠고기 패티가 덜 익혀졌을 때 걸릴 수 있다.

https://pixabay.com/photo-351543/

2. 희귀질환이다.

진실이다. 희귀질환관리법에는 “‘희귀질환’이란 유병(有病)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정한 질환을 말한다”고 되어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전형적 용혈요독증후군을 O157:H7 대장균 (Escherichia coli, E. coli)에 감염된 환자의 5~15%에서 발생하는 드문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1982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된 장출혈성 대장균감염증은 주로 출혈을 동반한 설사를 일으킨다. 미국에서는 연간 1만~2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 아이들이 주로 걸린다.

대체로 진실이다. ‘햄버거병’을 전형적 설사연관형으로 한정할 경우, 4세 이하 영유아 급성신부전의 흔한 원인이 되는 질환으로 용혈성 빈혈과 혈소판 감소가 특징이다. 

주로 성인보다는 유아나 노인, 발열이나 출혈성 설사가 있는 환자에게 많이 발생한다. 5세 이하 어린이에게 치명적이다.

서울대 의대 최명식 교수는 “어리면 저항력이 떨어져 더 위험하다”며 “만 5세 이하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2016년 기준 한국의 HUS 발병 의심 환자수는 185명이며 이중 9세 이하 아동은 75명이었다.

 

4. 햄버거만 조심하면 된다.

거짓이다. HUS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뒤 콩팥 기능이 떨어져 생긴다. 대장균에 오염된 햄버거 등 패티 형태의 간 고기를 먹을 때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될 위험이 가장 높으며, 멸균되지 않은 우유, 주스, 균에 오염된 채소 등을 먹어도 걸릴 수 있다.

2011년 독일에서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된 유기농 채소 때문에 수천 명이 감염된 일이 있었다. 그 가운데 수백 명이 HUS 증상을 일으켰고, 수십 명은 사망했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은 통념과는 달리 익히지 않은 고기보다는 잘 씻지 않은 채소류를 통해서 훨씬 더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5년(2012~2016년)간 병원성 대장균 식중독 원인 식품은(환자수 기준) 채소류 41.8%,  육류 14.2%, 복합 조리 식품 2.6% 순이었다.

다만 햄버거의 경우 쇠고기의 안쪽 온도가 71도가 될때까지 익혀야 하며,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85도까지 올려야 한다. HUS의 증상에는 발열, 구토, 설사 혈변, 마비 등이 있다.

 

5. 치료법은 없다.

대체로 진실이다. HUS는 초기에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장 기능이 크게 망가지거나, 용혈성빈혈·혈소판감소증과 같은 합병증에 시달리게 된다. 사망률은 발생 환자의 약 5~10%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적절한 예방법 및 치료법은 없으며 발견과 치료가 늦어져 신장 기능이 손상된 경우에는 투석, 수혈 등의 조치가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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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햄버거병'이란 용어는 적합하지 않다.

절반의 진실이다. 햄버거로만 생기는 병이 아니지만 '햄버거병'이라고 이름이 붙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국 맥도날드측은 "논란이 된 제품의 패티는 국산 돼지고기로 만들었으며 정부가 인증한 HACCP 프로그램이 적용된 생산시설에서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HUS를 일으키는 원인은 수없이 다양한데 햄버거병이라고 통칭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아직 역학 조사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원인이 '햄버거'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또 일각에서는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고 나서 HUS 증상이 일어나기까지는 통상적으로 3~6일 정도의 잠복기가 필요한 것을 염두에 두고 맥도날드 햄버거와 피해 아동의 증상 사이의 인과 관계나 상관 관계를 확정하는 데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햄버거 패티 속까지 열전달이 잘 안 되어서 언제든 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측에서는 햄버거가 원인이라고 확신하고 소송을 걸어 '햄버거병'이란 용어는 당분간 계속 쓰일 것으로 보인다.

*2017년 7월 17일 오전 11시 58분 1차수정: 4번 항목에 내용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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