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는 왜 '한국 수출 제재' 명분으로 북한을 끌어들였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7.0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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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김준일의 행간'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행간'은 매일 중요한 뉴스 중 하나를 선정해 그 배경을 설명하는 코너입니다.

7일 아베 총리를 포함한 일본 7개 정당 대표들은 후지텔레비전 ‘일요보도 더 프라임’에 출연해 한국 수출 제재에 대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사회자가 “이번 조치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제조에 물질이 흘러들어간다는 점이 문제냐”고 질문을 하자 “한국이 정직하게 수출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나타내주니 않으면 우리는 내보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대북제재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뉘앙스의 말을 한 것입니다.

일본의 이같은 주장은 어제가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4일부터 일본 언론은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과 익명의 일본 여당 간부 및 경제산업성 관료 말을 인용해 ‘한국에 보낸 화학물질의 행선지를 알 수 없다. 행선지는 북한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 제재 근거로 <북한을 끌어들인 아베>,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7일 일본 후지텔레비전의 '일요보도 더 프라임'의 TV토론회에 출연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FNN 캡쳐

 

1. 여론분열 조장하는 일본

아베 총리의 북한 끌어들이기는 한국의 여론 분열을 노린 것입니다. 일본의 화학물질이 한국을 거쳐 북한에 넘어가 화학무기를 만다는데 이용됐다는 아베의 주장은 검증이 어렵습니다. 검증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화학물질 사용 내역을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이 다 공개해야한다는 건데, 기업 비밀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이 공개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소위 '냄새만 풍기기'에 적절한 소재입니다.

아베의 발언은 소위 '남남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일본에서 계속 이런 주장을 펼 경우, 한국 보수층에서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냐’며 검증론이 불거지고 대북 제재 문제가 새로운 이슈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일본 우익의 이런 주장은 과거 한국 보수우익층이 제기한 ‘대북퍼주기론’과 맥이 닿아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돈을 퍼줘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주장인데,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하고 내부갈등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효과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가 어제 아베 발언에 대해 공식대응하지 않겠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화이트 국가에 대해서는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신청을 면제해 주고 있고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화이트국가였습니다. 일본은 8월중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2차 보복조치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고 대북제재를 지키지 않는다는 주장이 근거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북한과 미국도 겨냥

이번 아베의 발언은 한국 뿐 아니라 북한과 미국도 의식한 겁니다. 남북미 평화무드에 ‘어깃장’을 놓겠다는 겁니다. 현재 일본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거의 발언권이 없는 상태입니다. '재팬 패싱'이 현실화되면서 일본 내에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명분을 쌓기 위해 의도적으로 북한 문제를 거론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아베 총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건없이 만나자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던졌지만, 북한은 아예 무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정부는 일본과의 갈등으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미국마저도 예전같지 않습니다. 과거 미국 정부는 전통적인 미일동맹에 한국을 끼워 한미일동맹을 펼치면서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을 견제하는 전략을 썼는데,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간 지역안보체제보다는 일대일 직접 협상을 선호합니다. 중국과 직접 무역갈등 문제를 협상하거나 북한과 직접 협상해 비핵화 성과를 내는 방식입니다. 일본이 이 문제에 끼어들 여지가 적습니다.

아베의 이번 발언은 대한국 수출제재의 명분을 쌓고, 한국내 남남갈등을 유발함과 동시에 북한을 견제하겠다는 의도입니다. 여기에 더해 미국에 메시지도 보내고 있습니다. 한반도 문제는 일본 안보와도 직접적인 관계가 있으니 앞으로 있을 북미 협상에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끼워달라는 겁니다.

 

3. 한국정부의 깊어가는 고민

하루가 다르게 이슈가 바뀌면서 정부와 청와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일본이 한국의 강경대응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고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의 의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이 기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가 없습니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4~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직전 조사(6월 말)에 비해서도 2%포인트 떨어진 51%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한일 갈등이 아베 정부의 실정을 덮고 있기 때문에 아베 입장에서는 불리할 것이 없습니다. 현재 일본의 상황을 볼 때 7월 21일 참의원 선거 이후에도 당분간 이런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국내 일본에 대한 여론 악화가 한국 정부의 대응 수위를 결정하는 키가 될 것입니다. 현재로선 확전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야당은 정부가 일본 경제조복에 무책임하고 늑장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홍남기 부총리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상응하는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8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수석보좌관회의와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30대그룹  총수 간담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당분간 정부의 대응 방향성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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