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재인 정권 2년 만에 해외 이주 5배 늘어나”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7.0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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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외이주 신고자수가 문재인 정권 2년 만에 약 5배나 늘어났다. 지금 우리 국민은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가 고통스럽고, 대한민국에서 살기가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황 대표는 발언의 근거로 한 언론보도를 들었다. 해당 기사를 링크하지는 않았지만 페이스북 게시시점과 평소 언론관계 등을 고려하면 전날 조선일보가 출고한 ‘한국 떠나는 국민, 금융위기 후 최다’기사로 보인다. 실제로 해당 기사에는 “외교부에 따르면 작년 해외 이주 신고자 수는 2200명. 2016년 455명에서 2년 만에 약 5배가 됐다. 2008년 이후 최대치이고, 네 자릿수 인원을 기록한 것도 9년 만에 처음이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황 대표의 게시 글은 다시 조선일보동아일보세계일보 등에서 보도하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됐다. 그러면 정말 황교안 대표의 주장대로 문재인 정부 들어 대한민국이 살기 고통스러워서 해외이주자가 증가했는지 살펴보았다. 

 

해외이주 신고자 2015년부터 증가 추세

국정모니터링지표인 e-나라지표의 최근 10년간 해외이주 현황을 보면, 2009년 2만2425명을 시작으로 2010년 2만1018명, 2011년 2만2628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12년 1만5323명, 2013년 8718명, 2014년 7367명, 2015년 7131명, 2016년 4784명, 2017년 1443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인 2018년 6257명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4배가 넘게 늘어났다. 황 대표와 조선일보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숫자다.

 

이미지 출처 : e-나라지표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짚고 넘어갈 것들이 있다. ‘해외이주’는 크게 ‘해외이주자(해외이주 목적으로 출국 전에 외교부에 해외이주를 신고한 자)’와 ‘현지이주자(외국 거주 중 현지에서 영주권(또는 장기체류사증)을 취득하고 재외공관에 현지이주 신고한 자)’로 구분된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해외이주자는 해외이민자를 말하고 현지이주자는 한국 국적을 유지한 해외 영주권자를 말한다. 

조선일보는 이 가운데 ‘해외이주 신고자’만을 언급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외 이주 신고자 수는 2008년 2293명, 2009년 1153명, 2010년 889명, 2011년 753명, 2012년 538명, 2013년 302명, 2014년 249명까지 지속적으로 줄다가 2015년 273명, 2016년 455명, 2017년 825명으로 다시 늘기 시작해 지난해인 2018년에는 2200명까지 증가했다. 

 

 

조선일보는 기사에서 “해외 이주 신고자 수는 2014년부터 249명→273명→455명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2017년 825명이 됐고, 작년엔 2200명으로 뛰었다”고 보도했다. 문 정부 출범 후인 2017년과 2018년이 두드러져 보인다. 하지만 위 표에서 보이듯이 “2014년까지 꾸준히 줄다가 2015년부터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증가폭은 이전 감소폭보다 빨라지고 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

 

법 개정으로 해외 영주권자의 해외이주신고 증가

다음으로는 2018년 갑자기 해외이주가 4배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된 배경이다. 단순 숫자만 나열해 놓고 증가폭과 감소폭만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기사가 아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따져봐야한다. 2017년 12월 21일부터 시행된 ‘개정 해외이주법’에 따라 해외이주자에 대한 거주여권 제도가 폐지되고, 해외이주신고 대상에 현지이주를 포함하게 되었다. 즉 과거에 '현지이주자'로 분류됐던 영주권자들이 해외이주법 개정에 따라 해외이주 신고대상이 되면서 해외이주자로 분류가 된 것이다. 

기존 해외이주법에 따른 이주자 중 연고이주자(가족관계를 기초로 한 이주), 무연고이주자(외국기업 취업에 따른 이주 등)는 신고 의무가 있는 반면, 현지이주자(외국 체재 중 영주권 취득 등)는 신고 의무가 없었지만 2017년 12월 21일부터 현지이주자도 재외공관에 해외이주신고를 하도록 한 것이다. 당시 현지이주자들(해외 영주권자)은 국민연금, 건강보험, 세금부과, 외국환거래 등의 처리를 위해 필요했던 거주여권이 폐지되자, 할 수 없이 '해외이주신고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2018년에 취업이주, 사업이주, 연고이주는 전년도인 2017년에 비해 최대 78명 정도의 증감이 있었지만, 기타이주는 2017년 79명이었던 것이, 2018년 1461명으로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개정 해외이주법이 변경된 시점에 현지이주자의 해외이주 신고가 집중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즉 조선일보와 황교안 대표가 주장하는대로 갑자기 이민이 늘어난게 아니라 원래 해외에 살던 사람들이 법 개정으로 해외이주 신고를 하면서 이민이 늘어난 것 같은 착시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두 달전에는 한국경제 동일보도에 뉴시스가 팩트체킹

이 같은 보도와 팩트체크는 지난 5월에도 있었다. 한국경제신문은 5월 19일자 <[단독] ‘상속세 폭탄’ 무서워…부자들이 떠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해 외교부에 해외 이주를 신고한 사람은 2200명으로 2017년(825명)의 2.7배로 늘었다. 2008년(2293명) 후 10년 만의 최대치다”며, 2018년 해외이주신고자 수가 대폭 늘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뉴시스는 5월 21일 <상속세 피하려 해외이주 급증?…실제이주자 오히려 감소>라는 제목의 팩트체크팀 기사에서, “2018년에는 전년 대비 연고이주가 76명 증가했고 취업이주는 78명 감소, 사업이주도 5명 감소했다. 그런데 기타이주 항목만 1461명으로 전년에 비해 1382명이나 증가했다. 이는 대부분 2017년 말 해외이주법 개정안 시행으로 인해 뒤늦게 외교부에 신고한 기존 해외 이주자들이다”고 보도했다.

한국경제가 한 실수를 조선일보가 두 달이 채 안 돼 그대로 반복한 셈이다. '해외 이주 증가' 키워드로 검색만 해 봐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기자가 검색에 무지했던지, 아니면 악의적으로 통계를 왜곡해서 현 정부를 비판하려했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황 대표의 글을 비판했다. 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지난 7일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2018년 국적포기자는 3만3000여명으로 예년에 비해 1만2000명이 늘어났는데,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유권자를 정리하며 기존 국적상실 신청자들에 대한 행정처리가 이뤄졌고 ‘재외동포법’ 개정으로 재외동포 2세의 국적이탈 신청을 집중 처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인 2016년에도 20대 총선 당시 국적상실 신청 행정 처리가 늘었고, 총 국적포기자수가 2018년보다 많은 3만6000명 여명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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