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온통 아베 정부 비판? 국익에 도움 안되는 한국 언론의 '선별적 편집'

  • 기자명 장부승
  • 기사승인 2019.07.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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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장부승은 현재 일본 관서외국어대 교수로 국제정치와 외교정책을 가르치고 있다. 2000년 외무고시를 수석합격한 뒤 15년간 한국 외교부에서 근무했다.

 

7월 1일 발표된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우리 여론이 뜨겁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의 내용, 일본 정부의 의도, 이번 조치가 양국 경제에 미칠 영향 등 여러 분석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일 양국의 언론보도를 모두 접하는 필자로서는 이번 사태에 대한 한일 양국 여론의 대응 과정을 보면서 양국간 깊은 인식론적 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당수 한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일본 기사 중 입맛에 맞는 부분만 선택·편집해 일본 여론을 잘못 전달하고 있다. 필자는 이 글에서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일본의 실제 여론과 이에 대한 한국 언론의 왜곡 실태를 사례를 들어 전하고자 한다.

 

일본 언론은 일방적으로 아베 정부만 비판 안해

일본 내에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 조치를 비판하는 여론이 물론 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에는 일차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잘못이 있다고 보는 시각 또한 적지 않다. 사태가 미칠 파장에 대해서도 일본 언론들은 이번 수출 규제로 인해 일본측 부품, 소재 공급 회사들이 얻게 될 피해라든가 한국이 수출 다변화, 역보복 조치 등으로 나왔을 경우의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결국 피해의 규모는 한국측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하는 시각이 많다.

사실 아베 정부에 대한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의 비판의 핵심은 한국을 초점에 놓고 있지 않다. 이번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의 비판의 가장 커다란 부분은 일본이 미국을 따라 가서는 안된다, 즉 트럼프 대통령 같은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일본 언론들이 보기에 사태가 여기에까지 이른 일차적 책임은 한국측에 있고 피해도 한국측이 더 많이 볼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역을 외교분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하는 짓이며,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에 기반한 세계질서를 유지하는 데 국가이익이 걸려 있는 일본으로서는 그런 ‘트럼프 같은 짓’을 따라 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한국 언론 및 지식인들

그런데 한국의 언론 보도를 보면 일본 언론 보도 중 특정 측면, 아베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측면만을 조명할 뿐 한국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면서 한국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세종대학교 호사카 유지 교수는 7월 5일 유튜브에 공개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68회에 출연하여 현재 아베 정부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은 산케이신문 뿐이라고 했다. 호사카 교수는 또한 다른 모든 일본 언론들은 아베 정부의 이번 조치를 무역보복이라 비판하고,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라 하고 있다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호사카 교수는 거의 모든 일본 언론들이 한국 정부에 대해 던지는 메시지는 말하지 않았다. 중도 계열인 닛케이 신문이 7월 1일자 사설 첫 문단에서 “징용공 문제의 1차적 책임은 한국측에 있으니 시정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한 것, 진보 계열의 아사히신문이 7월 3일자 사설에서 “징용공 문제 관련 한국 정부 대응에 문제가 있다. 지난달 한국측이 보여준 대안은 일본 기업 자금이 전제라서 일본측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부분, 그리고 또 다른 진보 계열 신문인 마이니치신문이 “징용공에 대한 배상은 한국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됐다고 해왔다. 한국은 일본측이 제안한 중재위원 임명에 응하지 않고 한일 양국 기업이 위자료를 갹출하는 제안을 해왔다. 일본이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7월 4일자 사설에 쓴 것에 대해서 모두 침묵했다.

호사카 교수가 이 모든 사설을 읽고서도 일본 언론이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대목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 사설들을 읽으면서 유독 그 부분들만 건너 뛰며 읽은 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유력 일간지들의 사설을 아예 읽지 않고 일본의 여론을 분석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본의 주요 언론 사설들을 원문 그대로 읽으면, 일본 언론들이 이번 수출 규제 조치 관련 아베 정부만 비판하고 있고 문재인 정부는 비판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 언론 보도만 읽고 있으면 일본의 모든 여론은 이번 조치 관련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고 오로지 일본 정부만 비판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과는 거리가 먼 보도이다.

 

선별적 편집은 독자를 함정에 빠뜨려

이런 식의 보도를 선별적 편집이라고 한다. 어떤 사실관계가 주어졌을 때 우리가 먼저 정해 둔 보도 방향에 맞는 사실만 선택하고 그에 맞지 않는 측면은 그냥 무시하는 것이다. 선별적 편집 과정을 거쳐 쓰여진 기사를 보면 사실에 대해 오해를 하기 십상이다. 선별적 편집은 왜곡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언론 보도만 보아서는 일본내 여론 지형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되기 쉽다. 일본어를 할 줄 알고 일본 언론을 원문으로 접하는 나 역시 그런 함정에 빠졌다.

며칠 전 이번 한일갈등 관련 일본내 진보계열 언론사에 근무하는 일본인 기자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나는 일본내 주요 경제단체가 이번 수출 규제 조치 관련 아베 정부를 공개 비판하고 있다는 동아일보의 보도를 떠올리며 그 기자에게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기자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럴 리가 없다는 식이다. 일본의 경제단체들은 일본 정부에 대해 강하게 말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한국은 재벌이 정부에 영향력이 있나요?”라고 반문했다.

 

동아일보 7월 4일자 보도에 대한 사례 분석

머쓱해진 나는 아무래도 일본 경제단체의 발표문 원문을 찾아보아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7월 4일자 「日경제단체도 공개비판…”피해발생 전에 정상으로 돌아와야”」라는 제목의 기사이다. 이 기사는 일본의 대표적 경영자 단체인 경제동우회 대표간사인 사쿠라다 켄고의 7월 2일자 정례 기자회견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사쿠라다 대표간사의 발언 내용은 경제동우회 홈페이지에서 원문을 구해 볼 수 있다. 경제동우회는 이 기자회견 내용을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도 그대로 올려 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한국 관련 총 6개의 질문이 제기되었다. 질의 응답 내용을 아래 원문 그대로 옮겨 본다. 번역은 필자가 한 것이다.

 

질문(1): 반도체 부품의 한국행 수출 규제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다. 정치적 대립이 (한일) 양국의 경제나 반도체의 세계적 공급 문제에 파급될 것 같은 상황인데, 이 규제에 대한 대표간사의 견해를 여쭙고 싶다.

사쿠라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회견에서도 “신뢰관계가 눈에 띄게 손상되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발언이 있었고, 그에 대해 제가 (개인적으로) 이러쿵 저러쿵 말할 생각은 없다. 경제계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한국의 경제계도 우리 동우회도 그렇지만 조속히 (한일) 관계가 정상으로 돌아가기 바란다고 하는 생각이 있다. 그렇긴 하지만, 전세계 어디를 봐도 정치와 경제는 상호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을 지오폴리틱스 (지정학) 라고 부를 지 어떨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가운데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는 WTO 규정에 기반한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고, (일본) 정부의 일관된 메시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한 메시지를 한국 정부도 진지하게 받아들여 조속히 경제관계가 정상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대상이 된 반도체 재료인) 3개 품목에 한하여 말하자면, 이번 조치로 인해 일본경제가 받는 임팩트는 실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이해하고 있다. (3개 품목은) 한국이 만드는 유기EL (제품)이랑 스마트폰과 같은 완성품에는 불가결한 부품으로서, 그런 의미에서 일본에서 수출되는 부품이 없으면 부가가치 제품(조립제품)에 매우 커다란 영향이 미친다. 즉, 일본측보다 한국측에 커다란 임팩트를 주는 조치가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이번 메시지가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아서, 또는 무언가 다른 사정에 의해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사태가 일어난다고 하면, (커다란 임팩트가 될 수 있다). (화이트리스트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27개국이라고 알고 있지만, 일단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인정된 나라가 제외되는 조치는 (지금껏) 취해진 적이 없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커다란 임팩트가 나올 것이다. 제 입장에서는 (일본) 정부의 메시지를 (한국정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여 (경제에 대한) 실제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있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에서 사쿠라다 대표간사는 이번 사태에 대한 자신의 상황 인식의 핵심들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이번 일본 정부 조치는 WTO 규정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 이번 조치로 인해 일본 경제가 받는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다. 셋째, 이번 조치로 인해 일본측보다는 한국측에 커다란 임팩트가 갈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사쿠라다는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의 확산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일본 정부의 메시지를 한국 정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 변경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질문(2):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건 관련 대표간사께서 “이번 메시지가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음으로써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될 지도 모른다”라는 발언을 하셨는데, 메시지라고 하면 어떤 것인지 취지를 확인하고 싶다.

사쿠라다: 저 자신이 해석한 것이고, 정계에서 보는 인식이라고는 할 수 없을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한일간) 신뢰관계가 두드러지게 흔들렸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나라와 나라가 약속한 것이 일방적으로 뒤집히는 등 신뢰관계가 흔들리고 있고, 이대로는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무역을 포함한 경제도 복구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곤란해질 것이라는 것을 메시지로서 전달하려는 것으로 안다. (일본) 정부도, 이대로 (한국과) 결별하려 한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에서도 사쿠라다 대표간사는 현재의 한일 갈등의 원인에 대한 자신의 인식의 중요한 한 단면을 내비치고 있다. 그는 “나라와 나라가 약속한 것이 일방적으로 뒤집히는 등 신뢰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위안부 합의 불이행이라든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 변경 등 한국 측 입장을 “약속 불이행”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서 사쿠라다는 이러한 약속 불이행이 계속된다면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무역을 포함한 경제도 복구되지 않을 뿐 아니라 곤란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끝에서 사쿠라다는 “(일본) 정부도 이대로 (한국과) 결별하려 하는 것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사쿠라다의 해석에 따르자면, 일본 정부 측의 메시지는 관계 자체를 단절하자는 것이 아니라 예전의 관계를 회복하자는 데 있다는 것이다.

 

질문(3): 한국 관련해서는 이대로 일본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고, 정상화되지 않는다, 보복의 응수로 이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사쿠라다: 현재의 규모를 놓고 말하자면, 일본에서 한국으로 가는 (수출액) 은 6조엔 정도이고, 거꾸로 (한국에서 일본으로의 수출액)는 3조엔 정도일 것이다. 한국의 수입 쪽이 더 크다. 보복전이 되어서는 안되지만, 어떤 나라가 잘 쓰고 있는 (것 같은 수법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점은 양국은 잘 알고 있을 터이다.  (한일의) 정계간에는 지금 말한 것 같은 메시지를 주고 받고 있지만, 적어도, 조속한 정상화를 바란다고 하는 것은 일본 경제계 뿐 아니고 한국측은 더 강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태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세번째 질문에 대한 답에서 사쿠라다는 의미심장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어느 나라가 잘 쓰고 있는 것 같은 수법은 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점은 양국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느 나라”는 미국을 지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부는 무역과 관세를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한일 양국 모두 미국처럼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세번째 답에서는 앞서 보여줬던 인식이 반복되기도 한다. 사쿠라다는 한국 쪽의 수입이 더 크다고 하고 있다. 앞서 나왔던 한국 쪽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인식의 연장이다. 그러니 조속한 정상화는 일본 경제계뿐 아니라 한국 측은 더 강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질문(4): 부메랑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일본이) 한국제품에 제한을 걸면, 완성품이 지체되는 것에 의해 거꾸로 일본 경제에 데미지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에는 어떻게 생각하나? 데미지는 적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인가?

사쿠라다: 예를 들면, (일본이 수출한) 반도체 부품이 (한국 국내에서) 완성품이 되어, 완성품을 제3국에 수출한다. 일본이 부품의 수출심사를 엄격히 함으로써, 한국경제가 정체된다. 그 결과, 일본은 어찌 되는가, 라고 하는 이야기다. 어느 정도 심각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경제규모를 놓고 본다면, 적어도 미중간 문제처럼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네번째 질문에서 일본인 기자는 부메랑을 언급하고 있다. 즉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 조치로 인해 일본경제가 받는 데미지에 대해 질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사쿠라다의 답변이 흥미롭다.

보통 현재의 한일 무역 갈등 국면에서 ‘부메랑’이라고 하면 일본의 수출기업들이 한국 완성품 생산 기업들에 수출을 못하게 됨으로써 입는 피해라든가 혹은 일본의 조치에 대한 보복으로서 한국측이 유사한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할 경우에 일본이 얻게 될 피해를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사쿠라다는 그런 방식의 부메랑을 언급하지 않는다. 그보다 사쿠라다가 언급하는 부메랑은 일본이 부품 수출 심사를 엄격하게 할 경우, 한국 경제가 정체 상태에 빠질텐데 한국 경제가 정체됨으로써 생겨나는 일본에 대한 피해를 언급하면서 그 효과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경제규모를 놓고 봤을 때 미중간 문제처럼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결국 한국 경제의 규모가 일본에 비해 작기 때문에 한국 경제가 정체 상태에 빠진다 해도 그로 인해 일본이 입게 되는 피해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질문(5): 이번 조치는 지금까지는 한국을 우대해 왔지만, (앞으로) 우대하지 않게 된다고 하는 이야기로서, 관세를 올리는 것 같은 강한 것은 아니다. 이것 자체의 효과는 어느 정도 있을 것으로 보나. 서로 대화를 하기 위해 조치를 강하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나?

사쿠라다: 경제계는 조속히 정상화되기를 바란다고 생각한다. 정치와 경제는 분리불가이지만, 정치에 대해서는 일본측보다는 한국측이 점점 꽉 막힌 형국이 되어 가는, 어려운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것이 근저에 있다. 정치 문제를 해결하면 경제 (문제) 도 해결될 것이다. 다만, 정치 문제가 일본 사정보다는 한국의 국내 사정에 있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에 제 자신의 입장에서 이렇게 되면 좋겠다고 말할 것은 없다. 조치를 보다 엄격히 하거나 관세를 올리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라고 묻는다면,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상당한 시간을 요할 것이다. 오히려 일본은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또는 외교적으로 의연한 태도를 취해 왔다. 일관되게 해온 것을 바꾸어서는 안되고, 우리들 경제계도 정부의 생각을 계속 존중하면서, 자유무역은 (일본경제에 있어서) 플러스라고 하는 것을 거듭해서 계속 (주장)하고 너무 감정적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다섯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사쿠라다는 매우 중요한 언급을 한다. 일본 경제계가 이번 사태의 조속한 정상화를 바라지만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일본측보다는 한국측이 점점 꽉 막힌 형국이 되어가고,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사쿠라다는 일본어로 “根詰まりを起こす”(네즈마리오 오코스)라는 비유적 표현을 쓴다. “네즈마리”는 화분에 뿌리가 꽉 찬다는 말이다. 원래 뿌리는 시원하게 뻗어가야 한다. 그런데 좁은 화분에 뿌리가 꽉 차버리면 당연히 생장에 지장을 받게 된다. 그러니 바로 이어서 “어려워진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또한 사쿠라다는 정치가 해결되면 경제도 해결된다고 하면서 바로 이어서 정치문제가 일본보다는 한국 국내 사정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문제의 원인이 한국측에 있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일본은 지금껏 정치적으로 또는 외교적으로 의연한 태도를 취해 왔으며 일관되게 해온 것을 바꾸어서는 안된다고 하고, 경제계도 정부의 생각을 존중하고 너무 감정적으로 움직여서는 안될 것이라고까지 한다.

 

질문(6): 일한관계에 대해 여쭙고 싶다. 대표간사가 말씀하시는 대로 수출입이라고 하는 관점에서는 일본경제에의 데미지는 한국에 비하면 별로 없을 지도 모르지만, 좀 더 넓게, 일한의 경제협력, 경제교류라고 하는 의미에서는 금년 5월에 개최 예정이었던 일한경제인회의가 연기된 것도 있다. 신뢰관계가 정치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상태가 된다면, 경제협력, 교류라는 의미에서는 그만큼의 영향이 있는 것 아닌가? 이 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까 한국 정부 쪽에서 일본정부의 메시지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조속히 정상화를 향해 주기 바란다고 말씀하셨지만, 경제계로서 할 수 있는 것은 있나?

사쿠라다: 첫번째 건에 대해서는 한국이 영원히 이웃 나라인 것은 틀림없기 때문에 그것을 양국이 인식해 가면서 어떤 식의 교류 방법을 취해 갈 것인가, 당연히 생각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필요 이상으로 낙관할 생각은 없지만 반드시 해법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은데, 주로 일본 국내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의 이스태블리쉬먼트(주류), 재계 사람들이 분발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경제계끼리의 회합은 특별히 컨퍼런스를 열거나 미팅을 갖고 교류하는 것만 아니라 개별 회사간의 교류도 당연히 있다. 우리 회사도 한국에 회사를 갖고 있고 자주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실제 경제나 실생활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어느 정도 연계되어 있는가 잘 알고 있고, 저는 그런 목소리를 꼭 정계에 전하겠다. 그리 비관하지는 않는다. 만약 길어진다고 하면 별도의 방법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고, 경제계로서도 더욱더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는 아닌 것 같다.

마지막 여섯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사쿠라다 대표간사는 한국측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주로 일본 국내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뒤집어서 말하자면 한국측에 원인이 있으니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의 주류, 재계에서 분발해 달라는 것이다. 분발해 달라는 것은 ‘입장을 바꾸라’는 말을 완곡하게 한 것에 불과하다.

더욱이 사쿠라다는 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계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닌 것 같다고 한다. 쉽게 말해서 현재로서는 일본 정부측에 일본 기업계의 의견을 강하게 전달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동아일보 기사는 내용의 핵심을 제외한 선별적 편집 사례

이 기자회견에 대해 동아일보는 뭐라고 보도했을까. 우선 기사 제목이 <일본 경제단체도 공개비판…"피해 발생 전에 정상으로 돌아와야”>다. 일본의 경제단체가 공개비판을 했다는 것이다. 제목에는 비판의 대상이 누구인지는 나와 있지 않다. 그리고 그 비판의 핵심이 “피해 발생 전에 정상으로 돌아와야”한다는 것이다. 

큰 제목 밑의 중간 제목을 보면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다. “경제동우회 대표간사 회견 열어 ‘양국 경제 상당히 결합돼 있어… 통상으로 정치문제 해결 안될말’ 일본 내부 ‘WTO 최혜국 규정 위반’… 백색국가 제외 땐 1100개 품목 영향”이라고 되어 있다.

 

동아일보 7월 4일자 기사 <日 경제단체도 공개비판… “피해 발생 전에 정상으로 돌아와야”> 캡처.
동아일보 7월 4일자 기사 <日 경제단체도 공개비판… “피해 발생 전에 정상으로 돌아와야”> 캡처.

 

이 중간 제목을 읽으면 마치 사쿠라다 경제동우회 대표간사가 이번 일본 정부의 조치를 “WTO 규정 위반”이라고 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위에서 보았듯이 사쿠라다는 초장부터 이번 일본 정부 조치는 “WTO 규정에 기반한 것”이라고 했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첫번째 답변으로서 사쿠라다는 이 언급부터 한 것이다. 그런데도 상기 동아일보 기사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싹 빠져 있다.

물론 같은 기사에서 일본인 경제학 교수를 인용하면서 이번 일본측 조치가 WTO 규정 위반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사쿠라다가 이미 이번 조치가 WTO 규정 위반이 아니라고 언급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이 기사가 사쿠라다의 발언을 크게 권위있는 발언으로서 크게 인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WTO 규정 위반에 대해 일본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도로 보도했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이 중간 제목에서는 따옴표를 이용하여 “통상으로 정치문제 해결 안될말”이라고도 했다. 이 중간 제목을 보면 마치 사쿠라다 경제동우회 대표간사가 그런 말을 한 것 같다.

그러나 사쿠라다는 정치와 경제는 분리 불가라고 했고, 정치가 해결되면 경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정치문제가 일본 국내 사정보다는 한국 국내 사정에 있는 것처럼 생각된다고도 했다. “통상으로 정치문제 해결 안될 말”이라거나 혹은 전체적으로 그렇게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 기자회견 전문 중 어디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리고 백보를 양보하여 기자회견문 전체를 읽고 해석을 해서 그렇게 썼다 하더라도 이 기자회견문 전체를 읽고 “통상으로 정치문제 해결 안될 말”이 사쿠라다가 던지는 중심적인 메시지중 하나라는 생각이 드나?

동아일보 기사의 본문으로 들어가 보면 사쿠라다 대표간사의 여러 발언을 인용하고 있으나 모두가 선택적 편집으로 접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 기사는 사쿠라다가 “한일 경제관계가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사쿠라다는 한국 측이 일본측의 메시지를 받아들여 조속히 한일관계가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했다. 문제의 원인에 대한 사쿠라다의 생각이나 메시지를 한일 중 어느 쪽으로 던지고 있는지, 그 방향성에 대한 부분은 인용하면서 싹 빠졌다.

또한 동아일보 기사는 일본이 8월을 목표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해 “경제적, 정치적으로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실제 피해가 확산되기 전에 정상적으로 되돌아오길 바란다”고 사쿠라다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같은 문장에서 사쿠라다는 한국측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했다. 또한 일본 경제가 받는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큰 충격”이라든가 “정상적으로 되돌아오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어느 쪽을 향해서 발신되고 있는지는 명확하다. 사쿠라다는 한국 정부에 대해서 사실은 협박성 메시지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사쿠라다 발언 요지와 동아일보 보도와는 큰 거리감

다시 정리를 해보자면 사쿠라다 경제동우회 대표간사가 7월 2일 기자회견을 통해 던지려는 메시지는 아래와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 이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는 WTO 규정에 기반한 것이다.
  2. 이번 갈등의 원인은 약속을 지키지 않은 한국측에 있다.
  3. 이번 조치로 일본 경제가 받는 임팩트는 그리 크지 않다. 한국측이 받는 임팩트가 더 크다. 시간이 갈수록 한국측이 어려워질 것이다.
  4. 일본 정부의 메시지를 한국 정부가 진지하게 받아들여, 즉 한국이 입장을 바꿈으로서 상황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5. 일본 정부는 지금껏 의연하게 대처해 왔고 일관된 입장을 바꾸어서는 안된다.
  6. 경제계도 일본 정부의 입장을 존중해야 하고 현 단계에서 일본 정부에 대해서 별도의 목소리를 낼 생각은 없다.

 

이에 대해 동아일보는 일본 경제동우회가 ‘공개 비판’을 하면서 “통상으로 정치문제 해결 안될말”이라고 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동아일보 기사는 사쿠라다의 발언 들 중 ‘정상화’를 촉구하는 부분만을 선택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번 일본 정부 조치의 법적 성격에 대한 판단이라든가, 문제의 원인에 대한 분석이라든가, 향후 영향 및 효과의 한일간 상대적 크기에 대한 판단이라든가, 한국 정부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는 메시지라든가,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지지 입장 등은 모두 보도하지 않았다.

 

선택적 편집은 오해를 낳을 뿐

이 결과 동아일보 기사를 읽는 한국 독자들은 일본 경제동우회가 일본 정부를 비판하고 있고, 이번 일본 정부 조치가 잘못된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더욱이 일본 경제동우회가 마치 일본 정부에 대해 이번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된다. 경제동우회 대표간사의 기자회견문 원문을 보기 전에 동아일보 기사를 읽었던 나 역시 그러한 인상을 받았었다.

경제동우회는 실제로 일본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경영자 단체가 맞다. 만약 동아일보 기사가 보도한 대로 정말로 경제동우회가 일본 정부의 대외적인 조치에 대해 공개 비판을 했다면 일본 내부적으로도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어야 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 중 사쿠라다의 7월 2일 기자회견 내용을 크게 보도한 곳은 한 군데도 없다. 보도를 하는 경우에도 사쿠라다의 원래 메시지, 즉 일본 정부를 편드는 듯한 메시지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선택적 편집은 사실상 오보라고 볼 수 있다. 독자로 하여금 사실을 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언론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 상기 동아일보 기사에서 동아일보 도쿄 특파원은 경제동우회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쿠라다 경제동우회 대표간사의 기자회견 원문을 인용하고 있다. 즉, 기자회견 원문 전체를 읽어봤다는 뜻이다. 동아일보 기사는 기자회견문 전체 원문에서 원래 정해진 편집 방향에 부합하는 내용만을 선택적으로 편집하여 보도했다. 그 결과 동아일보의 독자인 나는 실제 경제동우회 대표간사가 말한 중심적인 메시지와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경제동우회의 입장인 것처럼 착각을 하게 된 것이다.

선택적 편집은 사실 어떤 면에서는 오보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 오보가 실수에 가깝다면 선택적 편집은 정해진 편집 방향에 맞추기 위해 사실을 알면서도 사실을 한 쪽 방향으로 비틀기 때문이다.

 

일본과 북한은 한국 언론의 '동네북'

이러한 선택적 편집과 비틀기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수십년동안 북한과 일본에 관련된 한국의 수많은 언론 보도들이 오보 내지는 선택적 편집에 의한 사실 왜곡을 양산해 왔다. 그로 인해 한국의 수많은 독자들이 북한과 일본에 대해 잘못된 생각이 마치 진실인 것처럼 곡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오보와 선택적 편집의 대상이 유독 일본과 북한에 집중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과 일본을 변호하거나 두둔하는 것은 금기이기 때문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결과적으로 북한이나 일본의 편을 드는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되면 한국인들은 주춤하게 된다. 스스로 자기 검열에 나서는 것이다. 그로 인해 북한과 일본에 관련된 보도들은 팩트 체크라는 견제 세력을 상실한 채 사실상 거짓과 왜곡으로 폭주하게 되었다.

이제는 이런 광기 어린 폭주를 중단해야 한다. 반일이나 반공을 사실과 진실보다 앞세우는 태도로는 그 어떠한 진보도 기대하기 어렵다. 사실을 보지 못하는 자는 눈을 감고 귀를 막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 한 번 거리를 걸어 보라. 몇 분도 못 가 시궁창에 빠지거나 전봇대에 머리를 들이박을 것이다. 그래서 진실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우선 거짓을 멀리하고 사실을 추구해야 한다. 한일관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일간의 꼬인 갈등을 풀고 한일관계를 전진시키고 싶다면, 우선 양국의 국민과 기업인, 지식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말하는 지부터 있는 그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를 비롯해서 한국의 언론사, 언론인들의 분발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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