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태양광 발전이 '독극물'이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7.1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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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극물 태양광 발전’이라는 게시물이 노년층을 중심으로 한 모바일메신저(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공유되고 있다. “전국토를 독극물로 오염시키는 문재인의 심보”로 시작하는 해당 글은 특히 친환경 에너지로 알려진 태양광을 ‘독극물’로 표현해 ‘클릭’을 유도하며, 온라인커뮤니티, 블로그페이스북 등에서도 퍼지고 있다. 비슷한 내용을 담은 다른 글도 있다.

게시 글의 주요 내용은 “태양열 집기판(판넬)에서 1급 독성물질인 카드뮴, 크롬, 납 성분 등이 발생해 국민 건강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오래전에 태양광 발전을 취소했다. 현재 110조원 예산 책정으로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태양열 집기판은 품질도 불량하다. 태양열 집기판은 수명이 짧아 1년 뒤에는 교체해야 하는데 교체비용이 비싸고 철거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나름대로 구체적인 서술이어서 그럴듯하게 읽히지만, 인터넷 검색만 해 봐도 허위정보임을 알 수 있다. 태양광 패널 중금속 괴담은 지난 2017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시작됐다.

태양광 패널

 

2017년 10월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이 처음 주장

당시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태양광 폐패널에 발암물질인 납, 카드뮴 등 유독성물질이 범벅돼 있으며, 특히 태양광 폐패널이 2023년 현재보다 247배 폭증할 전망인데 태양광 재활용센터 등으로 처리할 수 있는 규모는 3분의 1에 불과해 유독성 물질 유출로 인해 국민 건강이 위협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의원의 주장을 보도한 <서울신문>은 미국의 친원전 환경론자인 마이클 쉘렌버거가 이끄는 EP(Environmental Progress: 환경진보)의 “태양광 패널은 원자력발전소보다 독성 폐기물을 단위 에너지당 300배 이상 발생시킨다”며 “태양광 쓰레기에는 발암물질인 크롬과 카드뮴이 포함돼 식수원으로 침출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함께 소개하기도 했다.

당시에는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주장은 에너지 전환을 반대하는 측에서 인용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고 논란이 점차 확대되자 <데일리한국>은 2018년 3월 30일 <[기획] 태양광이 중금속·화학물질 범벅?…사실이면 반도체도 접어야 할 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태양광모듈은 결정질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태양광셀을 사용된다. 부품으로 강화유리와 폴리머 필름, 알루미늄 프레임 등을 사용한다. 태양광모듈에서 강화유리의 비중이 76%로 가장 크고 태양광 모듈의 뒷면에 붙여지는 필름이 10%, 알루미늄 프레임 8%, 실리콘(솔라셀) 1%, 기타 구리-은 등이 소량 사용된다. 질량기준으로 90% 이상이 유리, 폴리머와 알루미늄인데 이들은 독성물질이 없는 폐기물이다. 독성물질로 분리되는 것은 4% 정도로 주석이나 납이 주성분이다. 주석과 납은 태양광모듈 재활용 시 분리돼 사용된다”고 보도했다.

<서울경제>도 2018년 5월 13일 <태양광 발전시설 전자파, 기준치 17%...인체 무해> 기사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루머도 진실과 달랐다. 태양광 모듈은 밀폐돼 있어 화학물질 유출 위험은 거의 없고, 모듈도 빗물 등을 이용해 자연 세척 한다. 수상태양광도 주변 수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정부가 2012년과 2014년 두 차례 걸쳐 분석한 결과 수질 및 생활환경 기준 10개 항목과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에 대한 발전 설비의 영향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약 두 달 후인 7월 9일과 7월 10일 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일보>와 인터넷매체 <뉴데일리>가 태양광 폐패널 처리와 관련한 보도를 하면서 최 의원과 마이클 쉘렌버거의 주장을 다시 소개했다. 하지만 앞서 <데일리한국>과 <서울경제>의 팩트체크성 후속보도 내용은 소개하지 않았고 또 다시 태양광 중금속 루머가 온라인에 퍼졌다.

 

편파적인 언론 보도가 허위정보 확산 유도

결국 2018년 11월 16일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환경운동연합의 주최로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2호에서 ‘태양광 가짜뉴스, 오해와 진실’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제자로 나선 임송택 에코네트워크 대표 컨설턴트는 “앞서 서울신문에 소개된 “태양광 패널은 원자력발전소보다 독성 폐기물을 단위 에너지당 300배 이상 발생시킨다”는 글은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아니라 EP(환경진보)홈페이지에 실린 글이며, 주 저자는 대학생”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에 보급된 태양광 모듈은 대부분 결정질 실리콘계(C-SI) 전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크롬과 카드뮴이 포함되지 않으며, 전선연결을 위한 극소량의 납이 사용되지만 그나마 폐기 시 분리 처리하기가 쉽고 태양광재활용센터를 건립해 유리, 은 등을 회수해 재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뉴스톱>과 <JTBC>에서도 태양광 패널 중금속 루머는 거짓임을 팩트체크 기사로 다루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이처럼 최근 돌고 있는 태양광 패널 중금속 루머는 두 차례나 검증되거나 팩트체킹이 된 내용이지만 재차 다시 전파가 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사실 확인에 게으른 독자들도 있지만, 정파적인 이유로 사실에 눈감고 한 쪽의 주장만을 전하는 언론의 책임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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