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불매운동 때문에 일본차 테러?

아폴로 11호 달착륙 조작설 팩트 체크

  • 기사입력 2019.07.15 02:44
  • 최종수정 2019.12.09 16:26
  • 기자명 송영훈 기자
일본 NHK가 “한국 기업이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할 수 있는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회사에 납품을 재촉하는 등 안보상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내에서는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과 관련한 루머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에칭가스로 화학무기 제조?

일본 국영방송인 NHK가 지난 9일 “한국 기업이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할 수 있는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일본 회사에 납품을 재촉하는 등 안보상 부적절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정당화했습니다. 중앙일보와 연합뉴스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에칭가스는 순도 99.999%인 ‘고순도’ 불화수소입니다. 화학적으로 불화수소는 불소·수소 원자가 하나씩 붙어있는 구조로 물과 잘 섞이는 특성을 가집니다. 사람이 가스 형태로 들이마셨을 때 폐·기관지에 있는 수분과 만나 독성물질인 ‘불산’으로 변해 폐 등에 염증을 일으킵니다. 심할 경우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게 합니다.

불화수소를 생화학 무기 제조에 활용할 수 있는 건 맞습니다. 일본 주장처럼 핵무기의 핵심인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데도 쓰입니다. 하지만 고순도가 아닌 저순도 불화수소로도 충분히 생화학 무기나 고농축우라늄을 만드는 데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국내 업체는 물론 중국 업체도 저순도(순도 97% 안팎) 불화수소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과거부터 독가스를 만들거나 우라늄을 농축할 땐 저순도 불화수소를 사용해 왔다”며 “굳이 비싼 데다 구하기도 어려운 일본산 고농도 불화수소를 해당 목적으로 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불화수소를 화학무기 제조에 쓴다는 것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수입 원료 중에서도 불화수소 같은 독성물질은 주문량·입고량을 완벽하게 대조하기 때문에 불화수소가 외부로 흘러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일본 정부가 사린가스를 언급한 건 사린가스에 대한 일본인들의 ‘트라우마’를 국내 여론전에서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나옵니다. 일본에서는 1995년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 독가스 테러를 저지를 때 사용했습니다. 당시 테러로 13명이 숨지고 50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2. “동남아에는 한국인 남성과 결혼을 금지하는 법이 있다”?

최근 베트남 출신 이주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되며 많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국내 전체 혼인 가운데 다문화 혼인은 8.3%를 차지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결혼이주여성 중 42.1%가 가정폭력을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상에서 ‘한국 남자와 결혼을 금지하는 국가’ 목록이 공유됐습니다. 노컷뉴스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지난 2일 캄보디아 현지영자신문 ‘프놈펜포스트’는 캄보디아만의 독특한 ‘금기’ 10가지에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금지하는 항목이 있다는 뉴스를 게재했습니다. 이후 국내 한 언론매체가 인터넷판 뉴스로 해당 기사를 내보내 SNS상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습니다. 지금까지 캄보디아 정부는 두 차례 국제결혼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지난 2008년 ‘국제결혼이 인신매매 통로로 이용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유엔 국제이주기구(IOM)가 채택 발표한 후 그해 3월 캄보디아 정부는 국제결혼을 잠정 중단시켰습니다. 또 정부 승인을 받아야만 외국인과 결혼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했습니다. 이는 한국인 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인들에게 적용된 국제결혼 ‘금지령’이었습니다.

지난 2010년에는 한국 남성과 결혼을 일시 금지시킨 바 있습니다. 2009년 결혼중개업자가 캄보디아 여성 26명을 한 번에 한국인 1명에게 맞선을 보게 했던 것이 적발되면서입니다. 이에 캄보디아와 한국 양국 간 개정된 합의에 따라 50세 이상의 한국남성은 캄보디아 여성과 결혼할 수 없습니다. 소득수준도 강화해 최소 300만원 월 소득이 있어야 국제결혼서류 신청이 가능합니다. 또 여성들의 한국생활 적응력을 키우기 위해 한국어 시험(TOPIK)을 도입해 1급 이상을 취득해야 결혼이 가능합니다. 즉 캄보디아 정부가 자국의 국제결혼법을 보다 강화하는 조건으로 한국 남성들에 대한 국제결혼 금지령을 풀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 혼인건수 2만1917건 중 베트남 여성은 27.7%로 가장 많았습니다. 베트남 여성은 중국인 다음으로 한국 남성과 국제결혼을 많이 합니다. 베트남 여성과 한국남성 간 국제결혼의 특징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성연상-여성연하 커플이 대다수라는 점입니다.

특히 10~20살 이상 차이나는 경우가 있어 ‘인신매매’라는 비판을 받자 베트남은 2012년 4월부터 50세 이상 한국인 남성과 베트남 여성 간 국제결혼을 금지했습니다. 또 한국인 남성은 16세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베트남 여성을 신부로 맞이할 수 없습니다.

또 베트남 정부는 2012년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18세 미만 소개 금지, 집단 맞선 및 집단 기숙 금지, 신상 정보 제공 강화 등으로 여성을 상품화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또 필리핀은 지난 40여년동안 전통적으로 자국민을 해외로 가장 많이 내보내는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자국 여성이 외국 남성과 금전적인 이유 등으로 결혼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1990년 ‘결혼중개업 금지법’을 제정했습니다. 국제결혼이 더 많은 관심을 끌자 아시아에서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 주로 일본이나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들간의 결혼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필리핀 역시 한국남성과의 결혼을 금지하진 않지만 자국 여성과 외국인 남성 간에 일체의 영리·비영리 목적의 결혼중개 활동을 범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중개자뿐만 아니라 혼인당사자인 외국인도 형사 처벌 및 강제추방 후 입국금지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2015년 주한 필리핀대사관은 자국 내 국제결혼중개업체 설립이나 광고 홍보 등을 금지하는 ‘결혼중개업 금지법’ 조항을 한국 외교부와 법무부 등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국제결혼의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결혼 자격을 엄격히 하거나 결혼중개업을 제한하는 경우는 있지만 전 세계 어디에도 한국인 남성과 결혼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 영리를 목적으로 한 국제결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3. 불매운동 때문에 일본차 ‘김치 테러’?

최근 온라인에서 “반일감정 때문에 누군가 일본차에 김치 테러를 했다”는 주장이 퍼졌습니다. JTBC에서 확인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5일 피해자가 직접 사진과 글을 자신이 활동하던 차 동호회 게시판에 처음 올렸고, 8일 경찰이 조사를 시작해 하루 만에 진상을 파악했습니다.

붉은 것은 김치가 아니라 토사물이었습니다. 전날 새벽 술에 취한 사람이 저지른 일입니다. 고의성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차가 파손된 곳도 없어서, 취객이 2만원 가량 세차비를 물어주고 서로 합의하는 선에서 끝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사실과 달리 마치 반일감정, 일본산 불매 운동 영향인 것처럼 퍼졌습니다. 피해 차주가 처음 온라인에 올린 글을 보면, ‘김치테러’라는 용어를 쓰기는 했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 또는 ‘반일감정’ 이런 것 때문이라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냥 자신의 차가 이런 피해를 입었는데 어떻게 처리를 할지 조언을 해 달라는 취지였습니다.

며칠 뒤 글쓴이는 여러 매체에서 취재 연락이 오는데 개인적인 일이 정치적으로 엮여 커질까 봐 취재를 거절하고 있다고도 알렸습니다. 그리고 경찰 조사가 끝난 뒤에도 그 결과를 다시 온라인에 알렸습니다. 민감한 시기에 섣불리 글을 올렸다면서 사과의 뜻도 전했습니다.

문제는 일부 언론 보도였습니다. 처음 글이 올라온 이후 일본 제품 불매 연관성, 가능성 등을 언급한 기사가 점차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추정된다거나 가능성 정도를 언급한 수준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김치 테러가 맞고 반일감정 때문이 확인된 것처럼 바뀌었습니다.

반일감정이 크다고 보여지는 근거로 일본 차 주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또 보도 과정에서 엉뚱한 사진도 퍼졌습니다. 일본 수입차에 누군가 매국노라고 빨간색 스프레이 페인트로 글씨를 써놓았습니다. 한 경제매체가 최근 온라인 기사에 이 사진을 썼는데 확인 결과 2008년에 올라왔던 사진이었습니다.

두 사진은 최근에 커지는 반일 감정 때문에 일어난 상징처럼 퍼졌습니다. 오보로 확인된 후 해당 기사는 수정이 됐지만, 잘못 퍼진 기사 내용이 일본 언론에까지 등장했습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는 온라인 기사에서 “차체에 김치를 문질러 오염시켰다. 또 붉은 스프레이로 매국노라고 쓰기도 했다”는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국내 언론 보도를 통해 잘못 퍼진 상황이 일본 극우 언론 입맛에 맞게 활용이 된 셈입니다.

 

4. 아폴로 11호 달착륙 조작설 팩트 체크

오는 20일은 미국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하지만 이 달착륙이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음모론이기도 합니다. 영국 왕립 그리니치 천문대가 팩트체크를 했습니다. YTN이 보도했습니다.

YTN 방송화면 갈무리

미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1969년 7월 20일 달에 착륙했습니다. 선장 닐 암스트롱이 사상 최초로, 함께 탑승한 버즈 올드린이 곧이어 달을 밟았습니다.

조작설의 첫 근거는 달이 진공상태여서 바람이 없는데 달에 꽂힌 미 성조기가 펄럭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영국 왕립 그리니치 천문대 에밀리 드래벡-모운더 박사는 “우주비행사 버즈 올드린과 닐 암스트롱이 깃대를 달 표면에 꽂기 위해 성조기를 앞뒤로 당기며 비틀어야 했기 때문에 바람에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작설 두 번째는 달 착륙 사진에는 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는 달 표면이 매우 밝아서 셔터 속도를 대단히 짧게 해야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합니다. 매우 짧은 셔터 속도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배경으로 별의 희미한 빚조차 잡아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조작설의 또 다른 근거로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할 때 분화구에 먼지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아폴로 11호가 착륙할 때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비행해 추진 엔진이 아래로 향하지 않았기 때문에 달 표면에 먼지가 일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송영훈   sinthegod@newstof.com  최근글보기
프로듀서로 시작해 다양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시민을 위한 팩트체크 안내서>, <올바른 저널리즘 실천을 위한 언론인 안내서> 등의 공동필자였고, <고교독서평설>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KBS라디오, CBS라디오, TBS라디오 등의 팩트체크 코너에 출연했으며, 현재는 <열린라디오 YTN> 미디어비평 코너에 정기적으로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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