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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핵잠수함 때문에 노르웨이 고등어 방사능 오염?연합뉴스 기사로 촉발된 노르웨이 수산물 방사능 오염 가능성 검증

지난 7월 12일 오후, 연합뉴스는 <30년 전 침몰 러시아 핵잠수함서 평상시 80만배 방사능>(2019.07.12. 16:01) 기사를 내놓았다. 기사에서 언급한 ‘러시아 핵잠수함’은 1989년 4월 7일에 화재사고로 침몰한 구소련의 마이크급 공격원잠 콤소몰레츠(K-278)호를 가리킨다. 이 잠수함은 압력을 견디기 위한 2중 선체구조에다 내부 선체 재료로는 티타늄을 사용하여 당시 미국이 건조한 어느 잠수함보다 깊이 잠수할 수 있는 강력한 잠수함이었다.

기사에서는 30년 전에 침몰한 이 잠수함에서 방사능이 일부 유출되고 있으나 해당 심도에 서식하는 물고기는 거의 없고, 북극 해류가 방사능을 희석시켜 수치를 낮춰 주고 있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소개하고 있다. 다만 국내 시청자 상당수가 이 기사에서 자연스럽게 주목하는 부분은 기사의 이 첫 문단이라는 것이 문제다.

30년 전 노르웨이 인근 바렌츠해()에서 화재 사고 후 침몰한 러시아 핵잠수함 잔해가 아직도 평상시의 80만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을 방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BBC 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출처: 노르웨이 수산물 위원회 홈페이지

노르웨이는 한국에 연어, 고등어 등 상당한 양의 수산물을 수출하는 나라다. 그런 노르웨이 ‘인근’ 바다에서 고농도 방사능(곧 희석된다고 하지만)이 유출되고 있다고 하니, 당연히 이런 댓글 반응이 나오게 된다.

동해쪽 고등어 방사능오염 겁나서 노르웨이산 먹었더니 날벼락이네....ㅋㅋㅋ내가 뭘 먹은거지

일본산 피하려고 노르웨이산 먹었는데.....

그래서 노르웨이고등어에서 방사능검출이라고 했었구나... 지구는 어느 한군데 안전한데가 없네.일본 방사능도 이제 태평양 한바퀴돌고 우리 동해안으로 올거라는데

하지만 그동안 노르웨이산 수산물에서 방사능 문제는 제기된 바가 없다. 위 연합뉴스 기사 본문에도 노르웨이 바닷물의 “평상시 방사능 수치”는 0.001Bq에 불과하다고 명기하고 있다. 왜 ‘노르웨이 인근 바렌츠해’에서 핵잠수함이 침몰했는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걸까?

바렌츠해는 과연 어디인가

이 문제를 설명하려면 먼저 ‘노르웨이 인근’에 있다는 바렌츠해(Barents Sea)가 어디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아래의 넓은 바다가 바로 바렌츠해다.

사진1: 바렌츠해의 범위

북동항로를 탐험하다가 이 바다에서 죽은 네덜란드 탐험가, 빌렘 바렌츠(Willem Barrents, 1550~1597)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바렌츠해는 면적이 140만㎢(한반도의 6.5배)나 되는 넓은 해역으로, 동해(97만 8천㎢)와 서해(38만㎢)를 합친 것보다 더 넓은 바다다.

넓기만 넓은 게 아니다.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바렌츠해 대부분은 러시아 본토에 훨씬 가깝다. 그런데도 바렌츠해를 ‘노르웨이 인근’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노르웨이 본토와도 약간 닿았지만, 바렌츠해를 구획하는 경계라고 할 수 있는 섬 일부가 노르웨이 영토이기 때문이다. 위 지도에 나온 스발바르 제도, 일명 스피츠베르겐이 노르웨이 영토다.

그리고 위 지도에서 붉은 원으로 표시된 작은 섬이 스발바르 제도 최남단인 ‘비에르뇌위아(Bjørnøya, 영: Bear Island)’섬인데, 바로 이 섬으로부터 남남서쪽으로 250km 떨어진 바다에서 K-278이 침몰했다. 위 지도에서 축척을 고려해서 표시하는 게 의미가 없을 정도로 섬에서 가까운 곳이다.

노르웨이산 연어·고등어는 상관없다

한마디로 영향은 거의 없다. 위 지도에서 보듯, 비에르뇌위아 섬은 노르웨이보다는 북극에 가까운 북쪽 바다다. 그리고 이 해역에서 해류인 멕시코 만류는 북극, 러시아 방면으로 움직인다.

사진2: 해류의 대략적인 흐름

만약 노르웨이가 이 해역에서 연어나 고등어 어업을 하고 있다면 일부나마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노르웨이 어업을 홍보하는 Norges Sildesalgslag(직역하면 ‘노르웨이 청어 판매상 연합’이다)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면, 노르웨이는 전혀 다른 해역에서 고등어를 잡고 있다.

대부분의 고등어는 겨울이면 노르웨이 남서부 해안으로 접근하며 (중략) 4~5월에는 북해 중앙부로 이동합니다. (후략)
Most mackerel winter close to the ocean floor off the coast of south-west Norway, eating very little during this period. During April - May the mackerel spawn in central parts of the North Sea. Some also travel to the coast of Norway to feed and spawn. The mackerel feeds on small herring and brisling (sprat) , and after spawning it becomes what is popularly called autumn mackerel. During August - September it leaves the coast.

심지어 사이트 접속하면 어느 시간대에 어느 해역에서 어떤 물고기를 잡았는가 하는 부분까지 조회할 수 있다. 위 지도에서 확인한 바렌츠해 해역에서 고등어 어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럼 연어는 어떨까? 연어는 양식어종이기 때문에 ‘청어연합’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 허나 그 확인은 훨씬 간단하다. 연어는 회귀어종이고, 연어양식은 연근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사진3: 노르웨이 연어양식장의 대략적인 분포

이제까지 확인한 자료를 통해서 노르웨이산 연어와 고등어가 잡히는 해역이 모두 노르웨이 연근해로 구소련 핵잠수함이 침몰한 바렌츠해와는 한참 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그 오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있을 수 있다. 바로 심층해류를 향한 질문이다.

‘따뜻한 물인 표층해류는 노르웨이에서 러시아 쪽으로 흐른다지만, 차가운 물인 심층해류는 그 반대로 흐르지 않는가?’

사실이다. 북극해의 태평양 쪽 출구인 베링해협은 그 깊이가 매우 얕아서 심층수의 출구가 되지 못한다. 북극에서 침강한 심층해류는 대서양 심해를 통해서 전 세계의 심해로 흘러간다. ‘그럼 노르웨이 인근 해역이 K278에서 나온 방사능으로 심해부터 오염되지 않느냐’는 우려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 역시 거의 없다.

세계기후변화종합상황실 사이트에서 여러 단계에 걸친 애니메이션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북극에서 흘러나오는 심층해류는 노르웨이가 아니라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사이 심해를 통해 대서양으로 흘러나간다. 노르웨이 앞바다라고 할 수 있는 북해의 수심이 얕기 때문이다. 많이 소략해서 그린 위 애니메이션이 부족하다면, 디스커버(Discover) ()에서 제작한 북극 내 해류 순환 지도를 참고할 수도 있다.

사진4: Discover에서 만든 북극 내 해류 순환도. 붉은색이 따뜻한 멕시코 만류, 파란색이 차가운 북극 한류다. 차가워진 바닷물이 그린란드 동부에서 가라앉아 대서양 심층류로 바뀌는 현상을 화살표가 흐려지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마무리하자면, 바렌츠해 동쪽에 남북으로 길게 늘어진 노바야 제믈라(영: 노바야젬라) 섬을 짚고 넘어가야만 한다. 왜 노르웨이산 수산물 이야기를 하다가 러시아령 섬 이야기를 하나 싶겠지만,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 섬이 과거 구소련 시절 핵무기 실험장이었기 때문이다.

구소련은 1954년에 이 섬을 핵실험장으로 정했다. 1955년부터 1990년까지 224회에 달하는 지상 및 지하 핵실험이 있었으며, 그중에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핵폭탄이었던 50Mt(고성능 폭약 5천만 톤) 위력의 ‘차르 봄바’도 있었다. 과연 그 많은 핵실험 중에 북극해로 흘러들어간 방사능물질의 양이 고작 잠수함 1척에서 나오는 양과 비길 수 있을까?

요약하면, K278 한 척에서 유출되는 방사능이 무서워서 노르웨이산 연어나 고등어를 먹지 못하겠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고등어를 굽다가 태워서 발암물질이 생길까 봐 주의하는 편이 훨씬 건강에 좋을 것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기사에서 지도 하나만 넣어서 사고 해역만 표시해 주었어도 시청자들의 두려움은 크게 줄어들었을 거다. 대개 단순 번역으로 그치는 외신 번역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임영대   steinhof@naver.com  최근글보기
역사작가다. 역사를 주된 주제로 ‘슈타인호프의 함께 꿈꾸는 둥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청소년을 위한 파닥파닥 세계사 교과서>, <한국전쟁 전략, 전술, 무기>, <서프라이즈 세계 역사 미스터리> 등의 역사 교양서와 <봉황의 비상>, <이순신의 나라> 등의 소설을 썼다.

임영대  steinho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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