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총리 해외순방 '엄호'에 나선 이유는

[뉴스의 행간] "투톱외교" 문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 기사입력 2019.07.17 10:29
  • 최종수정 2019.12.09 16:24
  • 기자명 김준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총리의 정상급 외교는 외연 확대 뿐 아니라 우리 기업들의 경제 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총리의 순방외교를 ‘투톱 외교’라는 적극적인 관점으로 봐 달라”고 말했습니다. “총리 해외 순방에 대통령 전용기를 제공한 이유는 총리 외교의 격을 높이려는 일환”이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한일외교갈등과 경기침체, 추경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해외 순방에 나선 이낙연 총리, 그리고 이를 국무회의에서 직접 지원사격한 문재인 대통령. 여기엔 복잡한 정치적 맥락이 숨어 있습니다. <해외순방 총리 엄호한 대통령>,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YTN 화면 캡처

 

1. 일본과 협상, 서두르지 않겠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13일부터 방글라데시,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타르 순방에 나선 상태입니다. 신남방외교와 신북방외교, 중동 균형외교를 동시에 겨냥한 순방입니다. 그런데 총리 뿐 아니라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10일부터 에티오피아,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개국을 방문중입니다. 일본과의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외교정책을 조율·총괄하는 라인이 모두 자리를 비운 것입니다.

행간을 짚어보면 일본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지만 대일본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입니다. 정해져있는 외교 일정은 모두 소화하겠다는 겁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에 공식적으로 경고를 한 바 있습니다. “이번 일을 우리 경제의 전화위복 기회로 삼겠다는 정부 의지는 확고하다”고도 말했습니다. 외교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하지만 장기전에 대비하겠단 메시지입니다. '투톱외교'로 국제사회에서 최대한 한국의 우군을 만들겠다는 목적도 깔려 있습니다.

 

2. 대일본 '비장의 카드'로 부상

이낙연 총리는 지일파 정치인입니다. 동아일보 시절 도쿄 특파원을 지냈고 한일의원연맹 부회장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최근 일본과의 갈등 상황에서 ‘총리 역할론’, 구체적으론 대일 특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총리는 타지키스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에 관해 (청와대가) 저와 논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제3자 특사 가능성에 대해 모종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총리는 앞으로 문 대통령 대신 국제행사에 참석해 일본과 자주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문 대통령 대신 참석할 예정인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매년 포럼에 참석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총리가 아베 총리를 만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10월 나루히토 일왕의 공식 즉위식에도 문 대통령이 아닌 이 총리가 참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투톱외교’를 강조하는 건 총리의 이런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입니다. 정부와 국회의 물밑 협상으로 어느 정도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경우 총리가 협상테이블에 직접 앉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본으로서도 협상 파트너로 지일파에 중량감 있는 정치인 이낙연 총리가 나서는 것을 환영할 겁니다.

 

3. 총선용 '큰 인물' 띄우기

야당은 이낙연 총리의 해외 순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면한 현안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며 "이 총리는 순방을 취소하고, 강 장관은 당장 귀국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16일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이런 야당의 공격으로부터 총리를 엄호한 것입니다.

올해 연말쯤 교체가 예상되는 이낙연 총리는 재임 2년 5개월의 김황식 총리를 넘어 역대 최장수 총리를 예약해놓은 상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 총리 총선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지도와 인기가 높은 이 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에 유세를 다니며 당의 총선승리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죠. 대선후보 이낙연 입장에서도 총리 이후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문대통령이 ‘투톱외교’라며 이 총리의 역할을 강조하는 건, 외교무대에서의 위상 강화뿐 아니라 이낙연 개인의 위상강화도 노린 것입니다. 총선에서의 역할까지 염두에 둔 '다목적 카드'로 이 총리를 활용하겠단 겁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대선후보 선호도 1~2위를 엎치락뒤치락하는 이낙연 총리를 자유한국당이 공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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