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수출 규제 근거' 일본 주장 팩트체크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7.22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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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강제 동원 판결은 노무현 정부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일본 여행을 안 가면 아베 정권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다” 최근 한일외교분쟁과 관련해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대법원 강제 동원 판결, 노무현 정부 결정 뒤집었다”?

최근 한일 외교 분쟁과 관련해 일부 언론과 정치인들이 "노무현 정부도 강제동원 피해 문제가 한일협정 때 정리됐다고 했는데 대법원이 뒤집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KBS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노무현 정부의 결정이란 200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법적 효력 등을 논의한 민관위원회의 결정을 말합니다.

당시 위원회의 발표 자료를 보면 “위안부 문제 같은 반인도적 불법 행위는 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되어 있습니다. “다만, 일본에서 받은 돈은 강제동원 피해자의 보상 성격이 감안돼 있다”고 했습니다.

못 받은 임금과 수당 등 노역의 대가를 받는 게 보상인데, 대법원 판결은 보상이 아닌 배상, 불법 행위로 입은 피해에 대한 손해 배상을 인정한 것입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는 일본 정부의 불법 식민지배와 직결됐다고 전제했습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민관위원회의 결정과 달라진 게 없습니다.

또 다른 쟁점은 한일 협정에 따라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되는지입니다.

민관위원회의 백서를 보면, 개인들의 배상 청구는 가능하다고 명시했습니다. “국가 간 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은 소멸되지 않는다. 일본도 협정 이후 청구권을 없애려고 따로 법을 만들어야 했다”고 개인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의 2012년 파기환송, 2018년 확정 판결 모두 2005년 민관위의 논의와 결정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의 결정을 대법원이 뒤집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2. 일본 주장 수출규제 근거 팩트체크

일본 정부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와 관련해 양국 과장급 첫 실무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측은 이번 수출 규제 강화의 근거로 ①한국의 ‘캐치올(Catch All·전략물자·민수물자를 대량살상무기로 전용할 가능성에 있는 국가에 대한 수출규제)’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점 ②최근 3년간 양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양국 간 신뢰관계가 훼손됐다는 점 ③한국 기업이 반도체 소재 3대 품목에 대한 납품기한을 짧게 요청하는 데 따라 일본의 수출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중앙일보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먼저 일본 측은 한국의 캐치올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그 사례에 대해서는 함구했습니다. 다만 후지TV·산케이 신문 등의 일본 극우언론이 지난 4년간 무기로 전용 가능한 전략 물자를 156차례 한국이 밀수출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대량살상무기 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 대해서도 캐치올 제도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재래식 무기를 제외하고 있는 일본보다 범위가 넓습니다. 2003년 1월 해당 제도를 도입해 올해로 16년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출 이후에도 민수물자 등을 무기로 전용할 징후가 포착되는 경우, 해당 국가에 재차 허가를 신청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며 “연간 10여건 심사를 진행하는 등 일본보다 오히려 캐치올 제도 운용 수준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일본의 경우 화이트 리스트로 분류된 27개국 이외의 국가에 대해서는 캐치올 규제를 적용하고 있으나, 사후보고 의무를 강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2016년 이후 양자 협의가 중단돼 신뢰가 훼손됐다는 것입니다. 전략물자 통제와 관련한 양자 협의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서울과 도쿄를 오가며 총 6차례 이뤄졌습니다. 마지막 협의는 2016년 6월 국장급으로 이뤄진 협의였습니다. 2018년 2월에는 일정만 조율하고 실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16년 6월 이후 양자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주장은 맞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3월 이후 양자 협의를 갖자고 지난해 말 이미 합의를 한 만큼, 양자 협의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며 “그간 양자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양측이 상호 날짜를 조율했지만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방의 책임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양자 협의는 성사되지 않았지만 한국 측은 2013~2018년까지 매년 아시아 수출통제 세미나를 갖고 일본 경제산업성과 접촉해왔습니다. 2016년과 2018년에도 서울에서 산업부 무역안보과장과 일본 경산성 측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와 관련해 별도로 세미나를 가졌습니다. 협의가 없어 양국의 신뢰관계가 훼손됐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세 번째, 한국 기업의 짧은 납기 요청으로 인한 반도체 소재의 수출 관리 미흡 문제는 원인과 결과가 따로 논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번 수출 규제 품목에 해당하는 포토레지스트·고순도 불화수소·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포괄허가 대상입니다. 정부에 개별 허가를 거치지 않아도 일본기업이 한국기업에 수출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허용한 것입니다. 갱신 주기는 3년에 한 번이며 해당 절차에는 90여일이 소요됩니다.

이 허가는 일본 기업이 일본 정부로부터 받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 일본 정부에 허가 절차를 빨리 처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성립될 수 없습니다. 일본 측이 언급한 납기일을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에 요청한 것이라 해석하더라도, 이는 기업과 기업 간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화이트 리스트 품목 전체를 개별허가로 돌리는 것은 지나칩니다.

 

3. 평가기준 늦게 알려줘 ‘자사고 죽이기’?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이 최근 자사고 취소 결정과 관련해 “평가 기준을 늦게 알려줘 자사고를 가급적 죽이는 쪽으로 평가했다.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SBS에서 확인했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전북교육청은 “5년 전 평가 기준이랑 비슷하고 또 사회통합전형(사배자)도 미리 다 알려줬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2013년 공문을 보면 “2014년부터 시작되는 5년 평가에 사배자 선발 비율과 선발 노력을 포함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하지만 2019년, 즉 올해 평가 기준에 대한 얘기는 없었습니다. 교육청이 올해는 2014년 3월부터 지난 5년간을 평가한 것인데, 지난해 12월에 평가 항목과 배점을 알려준 게 맞습니다.

결국 전주 상산고의 경우 ‘사배자’ 관련 배점이 5년 전에는 100점 만점에 2점이었던 것이 올해는 14점이 됐다는 것을 늦게 알았고, 여기서 3.2점이 깎였습니다.

반면 강원도 민족사관고는 달랐습니다. 상산고처럼 사배자 선발 의무가 없기 때문에 강원도교육청은 100점 만점에 4점만 배점했습니다. 또 사배자를 1명도 안 뽑았는데 재지정 됐습니다. 다른 자사고들도 정확한 배점을 평가에 임박해서 알게 된 것은 똑같습니다.

교육부는 “평가 기준이 5년 전과 비슷하고 평가 요소도 자사고 지정 당시의 요건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 예측 가능했다, 또 현행 규정상 자사고에 평가 계획을 사전에 안내할 의무는 명시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4. ‘일본 여행 안 가기’ 파장은?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 조치에 대한 반발로 일본 제품 불매에 이어 일본 여행 거부 움직임까지 일고 있습니다. 특히 장정욱 일본 마쓰야마대 경제학과 교수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본 여행 안 가기 운동이 아베 정권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에서 확인했습니다.

여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여행 신규 예약 건수가 예년보다 크게 줄었으며, 예약 취소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장 교수의 말대로 우리 국민이 일본 여행을 계속 거부하고, 이러한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한다면 일본 관광 산업은 일정 부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일본을 여행하는 외국인 중 한국인이 4명 중 1명꼴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정부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2018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수는 753만9천명으로 전체 일본 방문객 3천119만2천명의 24.1%를 차지했습니다. 중국인 838만명(26.8%)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한국과 중국의 차이는 2.7%P로 낮은 편이지만, 3위와 4위인 대만 15.2%(475만7천명), 홍콩 7.0%(220만8천명)과 비교하면 두 나라의 점유율은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일본을 여행하는 한국인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로, 2003년 관련 통계를 공개한 이후 지난해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을 찾는 사람이 많은 만큼 한국인이 일본 여행에서 쓰는 돈도 연간 수조 원에 이릅니다. NHK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은 작년에 일본을 여행하면서 약 54억 달러(약 6조3천552억 원)를 지출했습니다.

일본 지방 중소 도시에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높다는 것 역시 대체로 사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정부 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일본을 여행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은 곳 1·2위는 각각 오사카(33.8%)와 후쿠오카(23.5%)였습니다. 이 밖에도 교토(17.1%), 시바(14.0%), 오이타(10.6%), 오키나와(9.5%). 홋카이도(6.8%) 등도 많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 “한국 신문, 팩트체크 아닌 팩트 만들기”

한국의 신문들이 취재와 편집 과정에서 정치적 의도를 바탕으로 사실을 선택하거나 배제해 신문사의 의견을 사실처럼 만들고 있다는 연구가 나왔습니다.

이화여대 김창숙 박사는 지난 17일 공개한 학위논문 <사실 확인인가, 사실 만들기인가 : 한국 신문 사실확인 관행 연구>를 통해 “취재 초기부터 결과를 예측하고 이에 맞는 취재원에게만 사실을 확인하고 있었으며, 기자나 소속 신문사의 정파성에 따라 취재 과정에서 확인하는 사실이 달라지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사 작성 과정에서는 익명 표기를 전제로 선별된 취재원을 통해 기자와 신문사의 주장이 강화되고 있었으며, “~에 따르면”,“알려졌다”,“전해졌다” 등의 무주체 피동형 문장과 주관적 술어 등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사실화되고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박사는 편집 과정에서도 사실이 확인·검증되는 것이 아니라 정파성이 더욱 강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같은 한국 신문들의 취재 관행은 냉전 속에서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1950년대 미국의 언론 상황에 비견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논문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국내 6대 신문의 사회부 취재기자와 에디터 24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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