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CJ 햇반에 후쿠시마 쌀이 들어갔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07.30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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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일 간 외교분쟁으로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CJ제일제당에서 생산하는 즉석밥 ‘햇반’이 논란이 되고 있다. ‘햇반’에 사용되는 일부 성분이 원전 폭발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산 아니냐는 주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기되자 제조사인 CJ가 “극히 미량이고 생산업체도 후쿠시마와 800km 떨어져 있다”고 해명에 나섰지만, 이번에는 제조공장의 실제 위치는 후쿠시마와 80km거리에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스톱>에서 확인했다.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cj 햇반에 일본산 쌀미강추출물 들어간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CJ에 문의 넣었는데, 상담원 말에 의하면, 미강유를 추출하는 공장은 후쿠시마에서 600km 이상 떨어져 있는 공장이고, 쌀은 후쿠시마 산은 아니나 원산지가 어디인지는 기업 비밀이라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글은 곧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됐고, 논란이 커지자 CJ제일제당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햇반은 99.9% 이상의 원재료가 국내산 쌀과 물로 이루어진 제품으로 쌀은 100% 국내산만 사용한다. 미강 추출물은 쌀겨(미강)에서 유래되는 식품원료로, 밥의 맛과 향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햇반에 들어가는 양은 0.1% 미만의 극소량이며, 생산업체는 후쿠시마와 800km이상 떨어져 있다”며 해명에 나섰다.

가라앉는 듯 했던 논란이 다시 확산된 것은 <법률방송뉴스>의 ‘‘햇반’ 미강 추출물 원료, 일본 후쿠시마 인근에서 취합‘기사였다. “CJ제일제당에서 “햇반에 사용하는 미강 추출물 생산업체는 후쿠시마에서 800km 떨어진 와카야마현에 위치하고 있다”고 했지만, 실제 미강 추출물 생산 라인인 간토공장은 사이타마현 혼조시 고다마에 위치해 있는데, CJ제일제당 측의 설명과는 달리 후쿠시마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80km 정도 떨어진 곳”이라는 내용이다.

 

99.9%국산 멥쌀과 0,1%의 일본산 쌀미강추출물로 구성

우선 햇반의 내용물은 제품 겉면이나, 판매처의 제품설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CJ제일제당의 설명처럼 99.9%의 국산 멥쌀과, 쌀미강추출물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 CJ제일제당 판매몰 홈페이지

논란이 된 ‘쌀미강추출물’은 현미를 정미할 때 생기는 쌀겨를 ‘추출’과 ‘정화’의 두 공정을 거쳐 만든 기름으로, 밥의 맛과 향을 좋게 하고 상온 보관을 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햇반 제품 설명 등에 쌀미강추출물 원산지가 표기되지 않은 것은 가장 많이 들어있는 1순위 원료 함유량이 98% 이상이면 1순위만 표시해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이 수입하는 쌀미강추출물의 해외제조업소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운영하는 <식품안전나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쌀겨가공업체인 츠노쌀정밀화학(Tsuno rice fine chemicals)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갈무리

 

공장 위치, 원재료 수급지역 논란 의미 없어

두 번째 논란은 미강추출물의 원산지이다. 1947년 창립된 츠노쌀정밀화학은 쌀겨를 원료로 하는 의약품, 화장품, 식품첨가물 개발 및 제조가 주요 사업이다. 와카야마현 이토군에 본사와 본사공장을 두고 있으며 도쿄, 히메지 영업소와 다카라즈카, 오사카, 야시로, 간토(관동)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츠노쌀정밀화학 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미강추출물 원료가 후쿠시마 인근이라고 보도한 법률방송뉴스 기사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측은 와카야마현의 본사 공장에서 제조된 제품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법률방송뉴스는 “미강 추출물 생산 라인인 간토공장은 사이타마현 혼조시 고다마에 위치한다. CJ제일제당 측의 설명과는 달리 후쿠시마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80km 정도 떨어진 곳에서도 미강 추출물이 제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츠노쌀정밀화학 홈페이지에 따르면 와카야마현의 본사 공장은 미강추출물을 정제하는 곳이고, 추출거점은 다카라즈카, 오사카, 간토 공장 세 곳이다. 법률방송뉴스 기사는 세 곳 가운데 후쿠시마와 그것도 후쿠시마 현 경계선과 가장 가까운 간토공장을 근거로 80km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아래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후쿠시마원전 사고 지점을 기준으로 할 경우 간토공장은 약 200km정도 떨어져 있고 나머지 공장들은 훨씬 더 멀리 있다. 게다가 공장의 위치는 원재료가 가까운 곳에서 수급될 것이라는 추측은 가능하지만,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츠노사의 공장위치(붉은색 글자)와 원재료 수급지역(파란색 네모표시)

쌀겨를 취합하는 지역도 주로 호쿠리쿠 지역(니가타현, 도야마현, 이시카와현, 후쿠이현)인데, 이 가운데 니가타 지역이 후쿠시마현과 인접해 있다고 보도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점을 기준으로 하면 4지역 모두 최소 200km이상 떨어져 있다. 결국 미강추출공장의 위치도 쌀겨를 수급하는 지역도 모두 원전 사고지점과는 200km이상 떨어져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의 식재료 방사성 물질 오염도 측정은 신뢰도가 높지 않다. 게다가 햇반에 들어가는 일본산 미강 추출물의 최종 정제 과정은 와카야마현에 있는 본사 공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법률방송뉴스의 후쿠시마 인근 주장도, CJ제일제당의 후쿠시마와 멀다는 반박도 모두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번 논란은 “CJ가 일본에서 쌀 가공품을 수입한다고 합니다”라는 온라인 커뮤니티 글로 시작되어 원재료의 후쿠시마산 논란으로 번졌다. 확인 결과, CJ햇반에는 0.1%의 일본산 미강추출물이 들어간다. 원재료가 후쿠시마산 혹은 후쿠시마산이 포함됐는지 의심은 할 수 있지만 명백하게 확인된 바는 없다. 그리고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일본산 등의 해외 원료는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본산 수입식품 등은 수입시 방사성 세슘과 요오드를 검사하며, 기준치 이하라도 검출되면 추가 방사성 핵종 검사증명서를 제출하게 되어 있다.

출처 : 식품안전나라 홈페이지
(8.7. 17:00 내용 추가)
* CJ제일제당 측에서 기사와 관련해 추가로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전해왔습니다. 추가취재와 반론 보장 차원에서 아래에 추가합니다. 뉴스톱은 기사 내용 추가 및 수정에 있어서 IFCN(International Fact-Checking Network: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의 규정을 준수합니다.

 

CJ제일제당 측은 사용 용어의 혼동으로 인해 잘못 알려진 내용이 있다고 전해왔다. 기사에서는 ‘미강유’=‘미강추출물’로 전제했는데, 햇반에 쓰인 ‘미강추출물’과 ‘미강유’는 별개의 성분이라고 밝혔다.

츠노쌀정밀화학 홈페이지 사업개요에 따르면 현미를 쌀겨(미강)과 백미로 도정한 후, 다시 쌀겨(미강)에서 ‘미강유’, ‘기능성성분’, ‘지방산’을 추출해 각기 다른 제품군의 원료로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이미지 출처 : 츠노쌀정밀화학 홈페이지

CJ제일제당 측은 햇반 제품설명에 쓰인 ‘미강추출물’은 미강에서 나온 ‘기능성성분’에 해당하는데, ‘미강추출물’이라는 용어가 업계에서 일상용어로 쓰이고 소비자들의 이해편의를 위해 해당 용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햇반에 원재료로 쓰인 ‘미강추출물’은 미강에서 추출한 물에 잘 녹는 수용성의 기능성 식품원료로 오사카, 효고, 교토 지역 원재료를 사용해 와카야먀현 본사 공장에서만 정제 과정을 거쳐 최종 생산된다고 덧붙였다.

<뉴스톱>의 "원재료 지역에 대한 근거를 제공할 수 있는냐"는 문의에는 "원재료 산지에 대한 쯔노사의 증명서를 보유하고 있지만, 양사협의와 기업보안상 공개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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