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이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받게 된 이유

  • 기자명 박상현
  • 기사승인 2019.07.3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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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화요일(23일) 미국 법무부는 미국의 테크기업들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정확하게 어떤 기업들을 조사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검색, 소셜미디어, 그리고 온라인 상거래를 하는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결국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소위 GAFA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모두 해당된다는 게 일반적인 추측이므로 애플 역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조사 주체도 법무부만이 아니다. 반독점 조사를 할 수 있는 다른 기관인 FTC(Federal Trade Commission, 연방거래위원회)는 지난달에 페이스북을 특정해서 반독점 조사에 들어갔다. 

 

왼쪽부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로고

 

미국에서 그동안 반독점 조사는 계속 존재했지만,1990년대 말 당시 최대의 테크기업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혐의를 조사한 이후로 이처럼 대규모로 독점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처음이다. 미국 정부가 20년 만에 이런 대형 조사에 들어간 이유는 뭘까? 일단 이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독점수준으로 높은 게 사실이다. 가령 구글 검색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90퍼센트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자랑하고 있고 (미국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낮아서 88퍼센트), 미국의 온라인 광고 시장은 사실상 구글과 페이스북이 양분하고 있었지만 최근들어 아마존의 도전으로 3강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장점유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미국 정부는 왜 갑자기 조사를 발표했을까? 우선 사회의 전반적인 여론이 이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2016년 대선 때 러시아가 개입하는 과정에서 페이스북이라는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이용했다는 사실, 그리고 페이스북이 사용자들의 개인정보의 관리에 소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시민과 유권자들이 대형 플랫폼 기업이 가진 엄청난 파워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 결과 지난 수십 년 동안 점점 무뎌지고 있던 반독점법의 칼날을 새롭게 다시 세워야 한다는 주장과 새로운 법적 근거가 여론의 힘을 얻고 있다.

 

거기에 더해 정치적인 기류도 심상치 않다. 독점은 분명 법적인 판단 영역이지만, 그 영역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동력이 필요하다. 대형 테크 기업들은 이런 동력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왔다. 작년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은 각각 2100만, 1300만, 37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로비 비용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로비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의 진보진영 사이에서 진퇴양난이 되었기 때문이다.

 

GAFA, 혹은 거대 테크 플랫폼 기업들이 끝을 모르고 상승했던 시절은 오바마 행정부 때(2009~2016)였다. 집권여당인 공화당은 원래 기업들에게 우호적이기 때문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는데, 오바마 정부의 탄생과정에서 진보적인 캘리포니아의 기업과 직원들이 보내준 전적인 지지에 화답한 오바마의 보호까지 받을 수 있었던 시절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2016년 대선에서 페이스북이 러시아의 선거개입에 이용되면서 책임론이 대두되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글과 페이스북 등은 자사 플랫폼에 올라오는 콘텐츠 심사를 강화하고 가짜뉴스를 억제하기 시작했다.

 

폴리티코 7월 11일자 기사 'Trump pushes government action against 'terrible bias' at social media summit'

문제는 그 과정에서 가장 타격을 받은 콘텐츠들이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용하는 계정에서 나온 음모론 등의 콘텐츠들이었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극우세력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서 실리콘 플랫폼들이 좌편향되어 보수적인 콘텐츠를 검열한다고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백악관의 눈 밖에 났는데, 야당의 보호도 사라졌다. 현재 민주당은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그리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처럼 거대기업을 그냥 두어서는 안된다며 전반적이고 과감한 경제 개혁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정치인들의 목소리가 낸시 펠로시와 같은 중도성향의 점진적 개혁론자들의 목소리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0년 대선의 민주당 후보를 두고 경쟁하는 선두주자 그룹에 속한 샌더스와 워런은 실리콘밸리의 거대 테크 기업들에게 반독점법을 적용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워런은 기업의 분리까지 주장하고 있는 중이다.

 

실리콘밸리의 거대 기업 GAFA를 보호해주고 있던 워싱턴의 방어막은 그렇게 사라졌고, 법무부와 FTC, 그리고 의회는 이 기업들의 독점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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