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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 국방대학 보고서가 '한미일 핵공유' 제안?미국서 나왔다는 '핵공유론' 언론보도 출처 팩트체크

지난 한주간 미 국방부 산하 교육기관국방대학 (National Defense University; NDU)에서 이른바 ‘핵 공유론’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국방대학에서 발표한 공식 보고서에 유사시 한국-일본과 핵무기를 공유하는 방안이 제시됐다는 내용이다.

가장 먼저 소식을 타전한 것은 연합뉴스다. 지난달 30일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국-일본과 공유할 것을 제안하는 보고서를 국방대학이 발표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미국의소리 (VOA) 방송을 인용 보도했다.

여기에 보수언론이 가세했다. 동아일보는 소식을 전하며 “현역의 실무급 육해공군 장교들이 작성해 (핵무기 공유 방안이) 실제 정책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설을 덧붙였다. 중앙일보는 자유아시아방송 (RFA) 보도를 인용, 전술핵 공유 방안이 공화당 주류 의원들 사이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아예 <美서 나온 '韓과 核 공유론' 주목한다> 제하 사설까지 내보내며 군불을 지폈다.

정치권도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대표, 바른미래당의 유승민-이혜훈 의원 등 야권 유력 인사들이 한 목소리로 미국과의 핵 공유협정 체결을 검토할 것을 청와대에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30일 해당 방안이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국내 언론의 주장대로 미 연방기관의 공식 문건에서 핵 공유론이 거론된 게 사실이라면 그 함의는 매우 크다. 북한과의 대화 기조를 강조해온 트럼프 행정부의 노선과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 것을 두고도 ‘장거리 미사일이 아니기 때문에 합의 위반이 아니’라며 의미를 축소한 바 있다.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그런 가운데 군 실무선에서 핵 공유를 주장하고 나섰다면 백악관과 ‘엇박자’를 낸 셈이 된다.

한반도에 미군의 핵전력을 전개하자는 주장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북핵 위기가 고조되던 지난 2017년 국내외에서 이미 차례 공론화됐던 바 있다. 대북 강경론 가운데 ‘끝판왕’ 격인 핵 공유론이 미국에서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국내 언론의 주장은 사실일까? 뉴스톱에서 팩트체크했다.

핵 공유 (nuclear sharing)란 핵보유국과 비핵화 국가 간의 핵무기 공유 협정을 뜻한다. 동맹국 영토 내에 미군 소유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양국이 공동 협의 하에 핵무기 사용을 결정 및 이행하는 것이 미국 주도 핵 공유의 요지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나토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 소속 5개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사이에 적용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950기에 달하는 전술핵이 배치됐었다. 1991년 12월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계기로 전량 철수했다.

우선 국내 언론이 ‘국방대학에서 발표한 보고서’라며 인용한 원문의 출처를 찾아봤다. “21세기 핵 억지력: 2018 핵 태세 검토 보고서의 작전 운용화 (Twenty-First Century Nuclear Deterrence: Operationalizing the 2018 Nuclear Posture Review)” 라는 제목의 6장 분량의 문서다. 저자는 Ryan W. Kort 소령 등 4인이다. 모두 미군 사령부 및 지휘부에 재직중인 현직 장교들이다.

해당 문건은 러시아, 중국 그리고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하는 방안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미 국방부에서 발행한 핵태세 검토 보고 (Nuclear Posture Review; NPR)를 토대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논의한 것이다. 문건은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하는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로 “비전략 핵 전력 (nonstrategic nuclear capabilities),” 즉 전술핵무기를 유사시 한국-일본과 공유하는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최소한 미군 실무선에선 "한국·일본과 핵 공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썼다.

군 기관의 보고서인 만큼 외부열람이 어려울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구글 검색만으로도 전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애시당초 국방대학에서 발표한 보고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확인 결과 해당 문건은 국방대학 출판부 (NDU Press)에서 발행하는 계간지 Joint Force Quarterly (JFQ) 94호에 게재된 연구 논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출판부 홈페이지는 JFQ를 “국가안보 전문가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군사 및 안보 학술 저널 (joint military and security studies journal designed to inform and educate national security professionals […])”이라 소개하고 있다. 정형화된 투고 규정심사 절차를 갖춘 일반 ‘학술지’다. 군사분야 전문가라면 누구나 투고할 수 있는 ‘국방대학 학술지’에 개인 명의로 게재된 ‘논문’이 국내 언론을 거치면서 ‘국방대학 보고서’로 둔갑한 것이다.

영관급 장교들이 독자적으로 집필한 논문이므로 당연히 연방기관 전체의 입장과는 관련이 없다. 국방대학 출판부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웹사이트에 게시된 집필 지침에 따르면 논문 저자들은 학술지에 투고 시 “논문의 주장이 국방대학, 국방부 또는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 및 노선과는 관계가 없음”을 명시해야 한다 (Submissions should include an appropriate disclaimer, the disclaimer should read: "The views expressed by this article […] do not reflect the official policy or position of the National Defense University, the Department of Defense, or the U.S. Government).” 공식 홈페이지에 버젓이 적혀 있음에도 그 어떤 국내 언론도 이와 같은 내용을 전하지 않았다.

많은 국내 언론이 논문 저자들의 주관적인 의견이 마치 국방대학, 더 나아가 미국 정부의 견해인 것처럼 호도했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美국방대 "韓日과 핵무기 공유하자">, <“韓-日과 핵무기 공유를”… 美 ‘전술핵 배치’ 꺼냈다>를 각각 기사 헤드라인으로 선정하며 왜곡에 앞장섰다. 구글 검색 한번이면 가능했을 원문 확인을 게을리했고, 그 결과 문건의 성격을 잘못 규정한 채로 왜곡 보도를 내보낸 것이다. 언론의 '원본 소스 팩트체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를 다시금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2019년 8월 6일 오후 2시 38분 1차 수정: <"한일과 핵무기 공유" 미 국방대학 공식보고서? 실제는 학술지 논문이었다> 제목을 <[팩트체크] 미 국방대학 보고서가 '한미일 핵공유' 제안?>으로 수정했습니다.

문기훈 팩트체커  moonkihoo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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