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추경 9천억 감액해 적자국채 줄였다? 회계상 숫자만 고쳤다

[이상민의 재정 팩트체크] "새 역사를 썼다"는 야당, 국회 추경 심의 총정리

  • 기사입력 2019.08.06 10:40
  • 최종수정 2019.12.09 16:18
  • 기자명 이상민

100일 동안 묵혀두었던 추경안이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짧은 심의 기간에 비해 국회 삭감 금액은 상당히 크다. 정부 원안 6.7조원 중에서 약 1.4조원이 감액되고 0.5조원이 증액되어 순감액규모는 0.9조원에 달한다.

 

<19년 추경 국회 심의 결과 증감액> (단위: 억원)

  

증액

감액

순증감

예 산

4110

-5982

-1872

기 금

1198

-7894

-6696

합 계

5308

-1조3876

-8568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0.9조원 순감액 규모가 어느 정도 큰 금액인지 느낌이 안 올수 있다. 19년 본예산 국회 심의과정과 비교해보도록 하자. 19년 정부원안은 470.5조원이었다. 국회에서 순감액된 규모는 약 0.9조원이다. 470.5조원에서 약100일간 논의과정을 통해 순증감한 액수와 6.7조원에서 약 100일간 묵혀두고 삼일동안 심의하여 삭감한 액수가 비슷하다는 뜻이다.

 

이는 이번 추경은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추경이라며 적자국채를 줄이겠다는 야당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되기도 한다. (주: 이번 추경에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된 이유는 작년에 적자국채를 조기에 상환한 결과이며, 작년에 쓰고 남은 여유자금으로 하는 추경이나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추경이나 경제적으로는 동일하다.)

 

 

이러한 야당의 노력등에 힘입어 국회에서 순감액되고 줄인 적자국채의 규모가 약 3천억원이나 된다니, 정말 이번 추경은 야당의 ‘영웅적인 투쟁’(?)이 승리한 것 처럼 보인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번 추경안 삭감이 새 역사를 쓴 것이나 다름 없다고 자찬했다. 그러면 상당한 규모의 감액을 통해 적자국채를 줄이고 그에 따른 이자 비용을 아끼게 된 추경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이를 파악고자 실제로 어떤 사업들을 줄였는지 분석해보자. 이에 따라 정말 적자국채 규모가 줄어들고 그에 따른 이자비용을 아끼게 되었는지 따져보도록 하자. 여러 언론은 나경원 원내대표의 말을 인용하여, 이번 추경 삭감의 원동력은 선심성 일자리 예산이라고 보도한다.  

 

이번 추경심의과정에서 가장 많이 삭감된 예산 사업 상위 10개를 실제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19년 추경안 국회 삭감내역 상위 10개 세부사업> (단위: 억원)

부서

회계

세부사업

본예산

증감

추경안

국회

증감액 

노동부

고용보험기금

구직급여

71,828

8,214

80,042

-4,500

중기부

중소벤처창업진흥기금

중소기업모태조합출자

2,400

2,000

4,400

-1,500

복지부

일반

의료급여경상보조

63,915

1,221

65,137

-763

노동부

고용보험기금

고용창출장려금

8,722

2,883

11,605

-721 

산업부

일반

무역보험기금출연

350

1,700

2,050

-700

노동부

고용보험기금

전직실업자등능력 개발지원

5,976

1,551

7,527

-410 

금융위

일반

산업은행출자(산업구조 고도화 지원)

-

  750

  750

-350

산업부

전력산업기반기금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융자)

2,570

  330

2,900

-330 

해수부

교통시설특별회계

부산항토도제거

925

300

1,225

-300 

국토부

일반

일반철도안전및시설개량

6,263

2,350

8,613

-270 

상위10개

162,949

20,219

183,499

-7,813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변형

첫 번째, 가장 큰 금액이 삭감된 세부사업은 고용보험기금의 구직급여사업이다. 구직급여사업은 고용보험에 가입한 노동자가 비자발적으로 실직하여 재취업 활동을 할때, 일정 기간 현금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구직급여는 법적 의무지출이다. 의무지출 사업을 무려 4500억원이나 감액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국회에서 예산을 삭감했다고 구직급여 수급 자격자가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 거꾸로 말하면 구직급여 예산을 삭감했다고 예산지출은 줄어들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근무 시에 따박따박 고용보험을 납입하다가 비자발적 실업에 따라 구직급여를 수령할 자격이 생겼다. 그런데 국회에서 예산금액이 깎였단 이유로 구직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될까? 이는 법 위반 이전에 계약위반이다. 결국, 구직급여 4500억원 지출액 삭감은 국가 지출액을 줄인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 지급 예상 금액을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실제로 고용보험 지급액이 모자라게 되면, 예비비를 쓰거나 아니면 국회에 기금운영계획변경안을 제출해서 추가로 증액을 요청하면 된다. 결국 4500억원 국회삭감은 경제적 행위를 변화시킨다기보다는 단순히 회계적 숫자만 달리 적는 ‘회계적 감액’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두 번째, 중소기업모태펀드출자 금액을 1500억원 삭감한 것은 실제 출자금액을 줄이게 되는 감액이다. 일반회계에서 중소기업창업기금으로 가는 1500억원의 전입금을 줄이게 되어 그 만큼의 적자국채 발행을 줄이게 되었다. 이번 추경을 통해 줄인 적자국채 규모가 3000억원이라는 사실과 비교해 보면, 동사업 삭감으로 적자국채 삭감 규모의 절반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1500억원의 ‘지원’예산이 아니라 ‘출자’예산 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써서 없어지는 돈 1500억원의 지원을 줄였으면, 그만큼 국민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그러나 1500억원의 출자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는 일반회계에 있는 돈을 중소창업진흥기금을 거쳐 모태펀드라는 주머니에 옮겨놓으려다 국회의 반대로 무산되었다는 의미다. 모태펀드라는 민관이 같이 참여하는 펀드에 돈을 넣고 투자하면 손실이 날 수도 있고 수익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더 정확히 말하면 무산되었다기보다는 19년 추경예산이 아니라 20년 본예산을 사용하게끔 지연된 것일 수도 있다. 즉, 이는 형식적으로는 적자부채 규모를 줄인 것이지만, 그만큼 국민의 세금을 아낀 것은 아니다. 통계적으로 과장된 숫자란 의미다.

 

세 번째, 의료급여경상보조사업 금액 삭감은 가장 대표적이고 악의적인 회계적 삭감금액이다. 의료급여경상보조사업은 국민건강 보호법에 따라 정부가 건강보험기금에 지원해야 하는 사업이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 법적 지원금액보다 과소 지급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런식으로 국회심의과정에서 삭감목표 금액을 맞추기 위한 희생양이 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기금의 의료급여 지급은 고용보험기금의 구직급여처럼 법적의무지출금액이다. 의료급여경상보조사업 금액을 삭감한다고 의료보험 지급 금액이 줄어들진 않는다. 국민의 세금을 아끼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건강보험기금의 재정 건정성만 나빠질 뿐이다.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라는 정책적 합의를 이룬 사안이다. 그런데도 단순히 적자국채 발행 규모 축소(760억원)라는 정치적 목표금액을 맞추는 수단으로 이러한 회계적 감액을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네 번째, 고용창출장려금 삭감은 드디어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실제 사업 규모를 삭감한 예산 사업이다.

 

다섯 번째, 무역보험기금 출연 사업 삭감도 단순히 회계적 삭감이다. 일반회계에서 무역보험기금에 출연하는 금액 700억원이 삭감되었다. 그런데 정작 삭감당한 무역보험기금 사업은 단 1원도 삭감되지 않았다. 기금 입장에서는 받은 돈은 삭감되었지만 기금이 하는 사업은 전혀 삭감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렇게 700억원의 적자국채발행은 줄이게 되었으나 이는 700억원의 국민의 세금을 줄인 것이 아니라 단순히 일반회계에 있는 돈이 기금이라는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도록 계정만 바꾼 것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자유한국당이 삭감하고 적자국채를 3000억원 줄였다는 것은 실제 국민의 세금을 아끼고 적자국채의 이자 비용을 줄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즉, 이번 추경 국회 심의과정을 정리하자면 자유한국당은 대폭 삭감했다는 명분을 얻고, 정부와 여당은 경제적 실질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실리를 취했다. 다만, 국민은 거대 정당의 명분 싸움에 따라 법적의무인 의료급여 지출금액이 줄어 건강보험기금 재정 악화라는 손해를 입었다. 그럼에도 국회와 각 정당은 논의과정과 결과를 사업별로 정리해서 발표하지 않기에 대다수의 언론은 국회보도자료에 따라 단순히 “선심성 일자리 예산 삭감 등을 통해 3000억원의 적자국채 감소”라는 논리를 반복하는데 그친다. 

 

한마디로 국회의 삭감 의미는 불요불급한 예산사업을 감액하여 국민의 세금을 절약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거대 양당의 명분 싸움을 조정하는 기재부의 중재안에 불과하다. 그리고 법적인 근거 없는 소위 ‘소소위’에서 정해지는 국회 심의 과정이 계속 비공개로 지속된다면 이러한 예산 심의 관행도 계속 지속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상민 팩트체커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참여연대 활동가, 국회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재정 관련 정책이 법제화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것이 주특기다. 저서로는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공저), <최순실과 예산도둑>(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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