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 없이 날아오른 영화청년의 꿈, 부천에 연착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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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 없이 날아오른 영화청년의 꿈, 부천에 연착륙하다
  • 홍상현
  • 승인 2019.08.06 10: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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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현의 인터뷰] 부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 <멜랑콜릭> 다나카 세이지 감독

가족의 손을 잡고 유원지에 가보았던 어린 시절 추억이 없다.

자각증상이 기준이라면 딱히 그 사실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으니 대수로운 일은 아니리라. 다만, 늘 궁금한 게 하나 있었다. 화려한 유니폼을 입고 손님들을 안내하는 어트랙션(attraction)의 스태프는 어떤 느낌일까. 그리고 멋대로 상상했다. 길게 이어진 줄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마치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보였을 거라고, 또한 그 자신 몇 번이고 뿌듯함을 만끽했으리라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회제(BIFAN) 개막식이 진행되던 목요일 저녁, 부천체육관 근처에 설치된 컨테이너 가건물에서 레드카펫에 참가하는 게스트들의 의전을 하다 떠오른 생각. 메이크업을 고치느라 늦어지는 배우, 카메라맨의 동반입장이 가능한지 궁금한 프로듀서, 바쁘게 잡아탄 택시가 교통체증에 걸려 오도가도 못 하는 감독 등의 상황 등을 전해 들으며 몇 사람에게 ‘큐(Que)’를 보냈을까.

“다음 팀, 준비되셨습니까?”

“아? 아아, 아아아! 네!”

대략 ‘우와, 드디어’정도의 감정이 전해지는 탄성과 단답형 대답. 까무잡잡한 얼굴에서 소년 같은 흥분이 배어나오는 그가 동료들과 함께 서있었다. 타나카 세이지, BIFAN 월드 판타스틱 블루 부문 초청작 <멜랑콜릭>의 감독. 물론 다음날 GV를 진행할 초청작의 연출자인 그를, 필자가 모를 리는 없었다.

“다음 팀, 준비되셨습니까?”,“아? 아아, 아아아! 네!” 대략 ‘우와, 드디어’ 정도의 감정이 전해지는 탄성과 단답형 대답. 까무잡잡한 얼굴에서 소년 같은 흥분이 배어나오는 타나카 세이지 감독이 <멜랑콜릭>을 함께 만든 동료들과 서있었다. 왼쪽 안경 쓴 이가 타나카 세이지다. 오른 쪽 맨 앞줄 턱수염을 기른 이는 이소자키 요시토모, 미나가와 유지와 금발이 돋보이는 요시다 메부키. ⓒ Seiji Tanaka

숨 막히는 스릴러에 액션이 끼어들다 이내 코미디를 버무린 청춘드라마로 마무리 되는 ‘장르의 종합선물세트’가 유난히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각각의 설정만으로도 타이틀과 주연배우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한국영화 느낌이 곳곳에서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저마다의 크고 작은 성취를 뽐내는 친구들 주변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주인공이 서성이는 동창회 풍경(<라이터를 켜라>)이나 무직자로 지내던 그가 가까스로 안착한 일터 ‘대중목욕탕’(<아저씨>)이 하필이면 킬러들의 소굴이더라는 설정. 거기에 시종일관 이어지는 서스펜스가 상기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살인의 추억>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었다면 필자의 감회가 그토록 각별하지는 않았으리라. 이 모든 무거움을 털어내고, 친구와 ‘악의 축과 그 동조ㆍ방관자’인 ‘꼰대들’을 무찌른다는 유쾌한 반전은 오롯이 그의 창작물이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안 팔리는 각본가’로 오만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가족이 생겨, 일주일 내내 온라인 강의 콘텐츠 업체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끝끝내 포기 없이 날아오른 영화청년의 꿈이, 극장 개봉 직전 모두 합쳐 네 번의 영화제를 거쳐 BIFAN에 연착륙(soft landing)할 수 있어서.

숨 막히는 스릴러에 액션이 끼어들다 이내 코미디를 버무린 청춘드라마로 마무리 되는 ‘장르의 종합선물세트’가 유난히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각각의 설정만으로도 타이틀과 주연배우를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한국영화 느낌이 곳곳에서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 2018 Melancholic

홍상현:

데뷔작으로 BIFAN에 오셨다. 평소 좋아하는 한국영화나 감독, 배우가 있나?

다나카 세이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웃음)

좋아하지 않는 분이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저는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의 완성도에 놀라고, 이정범 감독의 <아저씨>의 엔터테인먼트성, 그리고 배우들의 테크니컬한 면에서의 완벽에 압도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특히 스무 살 시절부터 전지현이라는 배우에 빠져서 여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웃음)

 

홍상현:

그리고 보니 <엽기적인 그녀>가 한창 히트하던 시절에 10대셨다. (웃음) 처음으로 BIFAN에 참가해 본 감상이 궁금하다..

다나카 세이지:

레드카펫 행사 당일, 개막식장의 웅장함은 말 할 것도 없고, 제 영화가 상영되던 극장의 완벽한 시설도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었다. 초청작 감독으로서 스케줄이 빡빡하다 보니 다른 작품을 많이 볼 여유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관심이 가는 작품이 수도 없이 라인업 된, 영화팬 입장에서도 푹 빠져 즐길 수 있는 영화제였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안 팔리는 각본가’로 오만가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가족이 생기면서 샐러리맨이 되었지만. 끝끝내 포기 없이 날아오른 영화청년의 꿈이, 극장 개봉 직전 모두 합쳐 네 번의 영화제를 거쳐 BIFAN에 연착륙(soft landing)할 수 있어서. (사진은 <멜랑콜릭>의 한 장면) ⓒ 2018 Melancholic

 

홍상현:

처음 당신의 프로필을 보고 놀란 것은 영화 관련업에 종사하지 않고, 온라인 영상강좌가 메인 업종인 회사의 샐러리맨이었기 때문이다. 극적 완성도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이 시나리오는 대체 어느 틈에 준비했나?

다나카 세이지:

스토리의 토대는 저와 두 사람의 주연배우, 모두 세 사람이 협의해 정했다. 그 설정을 토대로 매일 퇴근 후 가족들이 잠든 늦은 밤 시나리오를 썼다. 11시 이후부터 조금씩. 그런 패턴의 생활에 이제 완전이 적응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웃음)

 

홍상현:

중학교 시절 집에 있던 대부분의 책을 독파하고, 서점을 찾았다. 그런 평균 이상의 독서력이 각본을 쓰는 필력으로 이어진 건가?

다나카 세이지:

당시 느낀 점인데, 각본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력보다는 분석력 쪽이 중요한 것 같다. 영화나 연극을 보면서 스토리 구조를 파악하고 추상화해서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

 

<멜랑콜릭>의 제작비는 대략 3천 만 원, 촬영기간은 10일이다. 그나마 타나카 세이지 감독이 가족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일을 해야 하는 까닭에 5주 동안 주말에만 촬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말한다. “지금껏 제가 만들어 온 작품들을 기준으로 보면 전혀 아니다. (웃음) 오히려 다른 작품보다‘고예산’이며, 그 어떤 작품보다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고. ⓒ Youji Minagawa

 

홍상현:

‘작가로서의 자질’은 다른 일화에서도 엿보인다. 교사가 나눠주던 프린트의 뒷면에 보통 그림을 그리지만, 당신은 하나의 서사로 완결되는 짧은 이야기, 즉‘시납시스’를 적었다. 이미 시나리오쓰기의 훈련을 하고 있었던 거지.

다나카 세이지:

“에이, 아니에요. 물론 낙서도 엄청 했습니다.” (웃음) 고교시절 쭉 농구반에 있었다, 연극 같은 장르를 경험한 적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극작을 전공하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라도 연습을 해야만 했다. ‘재능’보다‘절실함’이 먼저다.

 

홍상현:

그렇게 진로를 변경해 예술대학에 들어간다. 하지만 고작 2학년 때 중퇴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무슨 일이 있었나?

다나카 세이지:

대학 3학년이 되면서부터 “각본을 지도교수와 의논해 완성하는” 커리큘럼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학비를 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울러 막연하게 미국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덜컥 실행했다. 그다지 거창한 이유가 있었던 게 아니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당연히 고생도 엄청나게 했지.

 

홍상현:

<멜랑콜릭>를 보면, 스릴러에서 액션, 코미디에 이르는 장르영화의 문법을 완벽하게 뒤섞어 변주해 내는 능력이 놀라울 정도다. 역시 미국에서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나?

다나카 세이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지만, (웃음) 미국의 학교에서 배운 시나리오 수업이 큰 영향을 준 건 맞다. 미국이니 당연하지만 (웃음) 할리우드 영화를 샘플로 여러 가지를 가르쳤는데, 배우는 입장에서도 무척 납득이 가는 내용이었던 까닭에 자연스레 제 것으로 소화해낼 수 있었다.

 

내추럴 한 연기가 매력적인 <멜랑콜릭>의 히로인 요시다 메부키(오른쪽)는 소극장 공연을 중심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본분석력이 뛰어난데, 타나카 세이지 감독은 시나리오를 읽고 난 그녀에게 별다른 디렉션을 할 필요가 없었다고. (사진은 <멜랑콜릭>의 한 장면) ⓒ 2018 Melancholic

 

홍상현:

그렇듯 탄탄한 기본기를 다져 돌아왔지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경제적 어려움이었지. 이는 후에 <멜랑콜릭>의 제작으로 결실을 맺는 어떤 사건과도 이어진다.

다나카 세이지:

미국에 가기 전부터 알던 지인들이 죄다 연극계에 있다 보니 들어오는 일도 당연히 연극과 관련한 것들이었다. 조연출 일을 하거나 더러 소극장용 대본을 썼다. 생활이 안 되더라.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언젠가 각본가로 성공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버텼다. 그러던 중에 졸업 후 10년 만에 친구들이 모이는 동창회에 갔다. 나름 진학률이 좋았던 학교라 대부분 사회에서 말하는 “엘리트”가 되어있더라. “안 팔리는 각본가”인 제 처지에 열패감을 느꼈다.

 

홍상현:

<멜랑콜릭>이라는 제목을 생각해낸 것도 그래서인가? 하지만 막상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면 내용이 그렇게까지 우울하지는 않다. 아니, 정확하게는 아주 희망적이다.

다나카 세이지:

단어 자체는 “우울”을 의미하지만, 발음이 왠지 귀엽게 느껴졌다. 본질적으로는 우울할지 모르나, 그로부터 나오는 울림이나 모멘트(moment) 사랑스러운. 작품의 분위기를 상징한다는 생각이 들어 타이틀로 정했다.

 

홍상현:

BIFAN의 게스트 뷰(GV)에서도 화제가 되었지만, 이 영화의 제작비는 3천 만 원, 촬영기간은 10일이다. 영화의 퀄리티를 생각하면 정말 믿기지 않는다.

다나카 세이지:

흔히들 ‘저예산’이라는 표현을 쓰시지 않나. 제 영화의 경우, 그게 사실이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껏 제가 만들어 온 작품들을 기준으로 보면 전혀 아니다. (웃음) 오히려 다른 작품보다‘고예산’이며, 그 어떤 작품보다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 퀄리티가 높게 보이는 원인 중 하나를 들라면, 디지털기술의 발달 덕분이라 말씀드리고 싶다. (웃음)

 

주인공 미나가와 유지는 당장 액션이나 청춘멜로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훈남’이다. 하지만 <멜랑콜릭>에서는 그런 매력이 전혀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우디 앨런의 오마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 Youji Minagawa

 

홍상현:

다음은 캐스팅에 관한 이야기다. <멜랑콜릭>에는 인지도에 비해 상당한 레벨의 연기력을 가진 배우들이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히로인인 요시다 메부키, 주인공 미나가와 유지, 그리고 주인공의 직장(대중목욕탕) 동료이자 킬러로 등장하는 이소자키 요시토모, 이 세 사람의 연기가 압권이다.

다나카 세이지:

일단 미나가와는 처음 이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꺼낸 장본인이다. 이소자키는 18살 무렵부터 친구고, 요시다는 미나가와와 공연(共演)한 연극계 동료였다. 다른 캐스트도 마찬가지로 이전부터 같이 연극을 하던 지인들이다.

 

홍상현:

그중에서도 특히 궁극의 내추럴 한 연기가 매력적인 요시다 메부키가 눈길을 끈다. 그녀는 어떤 배우인가? 감독으로서 어떤 디렉션(direction)을 했는지도 궁금하다.

다나카 세이지: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지만, 최근 소극장 공연을 중심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저와는 <멜랑콜릭>을 통해 처음 만났는데,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면 그녀에게 ‘디렉션’이라 부를 만한 것을 한 게 없다. 특유의 매력도 매력이지만, 대본을 읽고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완벽하게 인물을 창조해내더라.

 

홍상현:

미나가와 유지의 경우, 당장 액션이나 청춘멜로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훈남’인데, <멜랑콜릭>에서는 그런 매력이 전혀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우디 앨런의 오마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의 멋진 이미지를 활용하고 싶다는 유혹은 없었나?

다나카 세이지:

일단 저 자신 ‘멋진 사나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에 소질이 없다. (웃음) 왜냐하면 남성이란 그리‘멋진 생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따라서 그를 ‘훈남’으로 그려내는 데에도 아무 관심이 없었다.

 

이소자키 요시토모는 <멜랑콜릭>에서 주인공 이상의 비중을 가지고, 애초의 비호감 이미지에서 가장 큰 반전을 보여준다. 캐스트 외에 이 영화의 액션코디네이터이터를 맡았던 그는, 타나카 세이지 감독의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이후의 작품에서도 함께할 계획이다. (사진은 <멜랑콜릭>의 한 장면) ⓒ Seiji Tanaka

 

홍상현:

이소자키의 경우 <멜랑콜릭>에서 주인공 이상의 비중을 가지고, 애초의 비호감 이미지에서 가장 큰 반전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액션코디네이터이며 앞으로의 작업에도 함께할 계획이라고 들었는데.

다나카 세이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와 저는 오랜 친구다. 한국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재능이 있다고 반드시 유명해지는 건 아니지 않나. <멜랑콜릭>이 그의 데뷔작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친구로서 세상에 그의 재능이 알려지기를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다. 부디 이번 작품이 그에게 좋은 계기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홍상현:

<멜랑콜릭>은 고어일까 하는 생각에 망설이면서 영화관의 객석에 앉으면, 어느새 스릴러의 문법으로 관객을 몰입시켜, 끝내는 관객을 유쾌하고 통쾌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올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다만 이런 반전의 반복은 초기의 흥행에서 상당한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던 확신의 근거가 궁금하다.

다나카 세이지:

평범한 주인공이 뜻하지 않는 사건에 휘말려 들어가는 모습을 그리기 위해 대표적으로 팜고한 것은 미국 코미디 드라마인 <브레이킹 배드> 시리즈다.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인 주인공의 모습을 오히려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작업이 작가로서 훨씬 매력적이라고 판단해서다. 너도 나도 ‘스펙’을 말하며 앞으로 내달리는 시대에, 크게 내세울 것 없는 저의 페르소나, 즉, ‘대졸 백수로 지내다 동네 목욕탕에 취직하는 주인공’이 오히려 희극성을 극대화시켜줄 여지가 큰 인물 아닐까 싶었다.

 

다나카 세이지 감독은 말했다. “우리 세대가 한국의 수많은 걸작 영화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실 겁니다.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제 마음을 담은 오마주가 <멜랑콜릭>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꼭 다시 만나요.”필자도 이 지면을 필어 전하고 싶다. 언젠가 꼭 다시 만나자고. ⓒ Seiji Tanaka

 

“(뭔가 ‘울컥’ 하는 느낌을 억누르며) 우리 세대가 한국의 수많은 걸작 영화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받았는지 모르실 겁니다.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제 마음을 담은 오마주가 <멜랑콜릭>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꼭 다시 만나요.”

짧은 마지막 말이 남기는 긴 여운.

필자는 다시 6월 27일 17시 30분 무렵의 대기실 문 앞으로 돌아가 있었다. 지금껏 걸어본 중 가장 길고 화려했을 레드카펫 앞에서 좀처럼 긴장을 감추지 못하던 그가 ‘꿀꺽’ 침을 삼켰다. 필자가 일부러 영화 속의 액션배우들을 흉내 내,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쥐는 ‘스톱(stop)’ 사인을 보낸 것은 바로 그 때다. 불과 1분도 안 되었을 급박한 순간에 <멜랑콜릭> 팀의 청년들과 함께 터뜨린 웃음. 개중 누군가의 눈가에서 뭔가가 노을빛에 반짝이는 것처럼 보인 건, 기분 탓이려나.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나 그날 일을 편안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오기를. 한 달이라는 짧은 단기 한국어 연수 일정을 아쉬워하며 돌아간 히로인, 요시다 메부키도 좀 더 여유 있는 일정으로 한국어를 배우러 올 오기를.

그때까지 멋지게 살아가 줄 것이라 믿는다, 친구들.

※ 단지 인터뷰를 결심하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한 이 때, 영화제 이후 한국 공개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국적과 언어는 달라도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같을 거라는 선한 믿음으로 취재에 협조해 주신 타나카 세이지 감독과 <멜랑콜릭>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홍상현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사회과학과 영화이론을 넘나드는 전문적 식견을 갖추고 한ㆍ일 두 나라 매체에 분석 기사를 쓰고 있다. 파리경제대 교수 토마 피케티와 『21세기 자본』 프로젝트를 진행한 도쿄대 시미즈 연구실 출신으로, 현재도 같은 대학 이미지인류학연구실(IAL)의 네트워크 멤버다. 번역가로 『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등의 논쟁적인 저작을 소개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램 어드바이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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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규 2019-08-09 04:15:19
세상의 모든 문화와 선의는 존중받아야 하며 그것이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지켜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예산 영화를 보고나서 감탄사를 터트릴때가 있어요.
힘든조건에서 어떻게 저런 영화가 나올까.. 하구요.
하지만 그것은 선입견에 익숙해진 나의 나쁜습관이라는 생각이 들어 반성중입니다.아름다운 작품은 상황이나 조건과는 무관하게 창조되는 것이라고 이젠 믿어요.다나카 세이지와 같은 분들이 자꾸자꾸 증명해 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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