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최저임금 올리면 일자리 감소"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7.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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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된 후, 다양한 의견과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경영자단체와 일부 언론들이 “최저임금을 올리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이 가장 큰 관심과 논쟁을 낳고 있다. 과연 그럴까? 뉴스톱에서 팩트체킹했다.

내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경영계를 중심으로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18년 최저임금 확정 직후 “역대 최대 인상 폭(450원)의 2.4배에 이르렀다”면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영세·소상공인의 경영 환경은 나빠지고 일자리 창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최저임금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이 고용인들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저임금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근 20여 년 간의 연구 결과 상당수는 '최저임금과 고용의 부정적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노동자의 가구 소득을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줄 뿐 고용 위축은 부르지 않는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 왔다.

 

"최저임금 인상해도 고용위축 없어"

1992년 미국 뉴저지주의 최저임금 20% 인상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10대들의 고용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는 프리스턴대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UC버클리) 연구진의 연구 결과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데이비드 카드 (David Card) UC버클리 교수와 알랜 크루거 (Alan B. Krueger) 프린스턴대 교수의 1994년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최저임금을 20% 가까이 올린 뉴저지주와 임금을 동결한 펜실베이니아 주의 사례를 비교한 결과, 최저임금을 올린 뉴저지주의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펜실베니아 업체보다 고용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이 줄어든다’는 주장이 잘못된 편견이었음을 보여 주었다.

또,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던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소개한 시카고 연방준비은행(FRB) 전문가들의 ‘최저임금 인상과 가계지출의 연관성’연구에 따르면, 지난 23년간 가계지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은 이듬해 최저임금 노동자 가계 지출의 유의미한 증가로 이어졌다. 또한 최저임금이 1달러 증가할 때마다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들의 지출이 분기당 800달러 이상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지출 증대로 이어지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관련기사)

2015년 마이클 라이히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노동고용연구소 교수는 최저임금 상승효과가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마이클 교수는 ‘최저임금 15달러’ 연구에서 “로스앤젤레스 시와 노동자와 주민, 기업 등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로스앤젤레스는 저임금 직종이 고밀도로 몰려 있어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동일한 사례에 반대 연구결과도

미국에서 가장 높은 최저임금을 책정하고 있는 워싱턴주 시애틀의 사례는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애틀시는 급격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시애틀은 2015년에 최저 임금을 9.47달러에서 11달러로 올렸고, 2016년 1월에 다시 13달러로 올렸다. 시애틀 시의회는 500인 이상 사업장은 2017년부터 시간당 15달러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500인 이하 사업장에는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반면 미 연방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인상되지 않고 있다. 올해 뉴욕 주가 시간당 11달러로 올리는 등 19개주가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최근 나온 워싱턴대 공공정책대학원 연구팀 조사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음을 보여줬다. 조사결과, 최저임금이 시간당 13달러까지 오른 2016년 시애틀 사용자들이 저임금 일자리를 줄였다. 또 저임금 노동자들의 소득이 한 달 평균 125달러 감소했다.  또 최저 임금이 인상된 2014∼2016년 사이에 시급 19달러 미만의 근로자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9%가 줄어들었고, 일자리 숫자도 7%가 감소했다.

그러나 이를 반박하는 연구가 바로 발표됐다. UC버클리 연구팀은 시애틀의 식당들이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직원수를 줄이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시애틀 시가 당시 실업률이 3.2%에 그칠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어 조사 기간 동안 전체적인 임금 상승이 이뤄져 저임금 일자리가 줄어든 것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애틀시의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다만 이게 미국 경기 전체 호황의 영향 때문일 수도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의 실업률 추이. 최저임금을 미국 최고 수준으로 올렸음에도 실업률은 감소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국내에서도 최저임금의 고용효과에 대한 몇몇 엇갈린 연구 결과들이 있지만, 국내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었던 탓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더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은 2015년 발간한 ‘최저임금 인상 고용영향평가’연구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이 10% 늘면 1.1% 정도 고용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소비가 더 많이 늘고, 산업생산을 유발·촉진하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 압박에 따른 일자리 감축이 있지만, 소득·소비 증대로 인한 고용 증가로 전체 취업자 규모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2015년 발간한 ‘최저임금의 고용효과’ 보고서를 통해 “최저임금이 고용에 반드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이 청년, 고령자, 여성 등 취약계층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은 통계청의 자료를 통해 최저임금 적용 노동자가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된 2001년 이후 고용률을 살펴본 결과, 고용률 추이와 최저임금 인상과 관계가 없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올해 최저임금 인상폭이 커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경제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8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최근 10년간의 연평균 명목임금상승률의 5배를 웃돌 정도여서 고용주가 인건비 급증 부담을 덜기 위해 노동시간이나 고용을 줄이는 걸 고려할 확률이 커졌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고용감소를 주장하는 언론에서 주로 인용하는 것은 서울대학교 김대일 교수의 '최저임금의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 채용 억제효과' 논문이다. 김 교수는 5인 미만의 영세업체의 경우 최저임금 1%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채용을 6%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었을 때 기존의 노동자를 해고하기 보다는 신규채용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논문에서 김 교수는 본인의 연구결과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 다른 연구들과 모순되지는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톱의 판단

1990년대 초반까지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이 적은 폭이지만, 고용을 감소시킨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저임금 인상이 상황에 따라 오히려 고용을 늘리는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결과들이 발표되면서 경제학계는 최저임금 논쟁에 휩싸였다. (관련기사)

미국의 뉴욕 타임스(NYT)는 <시애틀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How a Rising Minimum Wage Affects Jobs in Seattle)>라는 기사에서 앞서 언급한 워싱텅대와 버클리대의 연구를 소개하며, “최저 임금 인상이 노동 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했다. 뉴스톱은 이 사안의 판정에 대해 판단보류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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