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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개인청구권은 살아있다" 한일 3개 판결 총정리[동네변호사 전범진의 법률이야기] 한국 대법ㆍ고법 판결, 일본 니시마쓰 판결 비교 분석

최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등 양국간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1965년 6월 22일 체결된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과 그 부속협정인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조합 제172조, 이하 ’청구권협정‘이라 함)을 이유로 2018. 10. 30. 선고된 2013다61381 손해배상(기) 판결(이하 ’대법원 판결‘이라 함)에 대해 부당하다는 주장과 타당하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위 대법원 판결에 대한 환송 후 원심인 서울고등법원 2012나44947 손해배상(기) 판결(이하 ‘서울고등법원 판결’이라 함)과 중국인들이 니시마쓰 건설 주식회사(西松建設 株式會社)에 제기한 일본최고재판소의 2007.4.27 손해배상 판결(이하 ‘니시마쓰 판결’이라 함) 등을 정리하고 검토하여 보는 것은 나름 의의가 있을 것이다. 대립되는 쟁점 위주로 각 판결에서 제시된 견해들을 정리해 보는 방식으로 진행할 것이다(아래의 글은 이해편의상 정리한 것으로 불완전한 이해가 있을 수 있으니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 대법원 판결 원문, 니시마쓰 판결 원문을 읽어 보시길 바란다).

KBS 뉴스 화면 캡처

1. 기본 사실

가. 미국 등을 포함한 연합국 48개국과 일본은 1951. 9. 8. 전후 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평화조약(이하 ‘샌프란시스코 조약’이라 함)을 체결하였고, 1952. 4. 28. 발효되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a)는 일본 및 그 국민 간의 재산상 채권·채무관계는 위 당국과 일본 간의 특별약정으로써 처리한다는 내용을, 제4조(b)는 일본은 위 지역에 미군정 당국이 일본 및 그 국민의 재산을 처분한 것을 유효하다고 인정한다는 내용이 존재하였다.

나.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1951년 말부터 국교정상화와 전후 보상문제를 논의하였고, 1952. 2. 15. 제1차 한일회담 본회의로 논의가 시작되었는데 대한민국은 제1차 한일회담 당시 ‘한·일간 재산 및 청구권 협정 요강 8개항(이하 ’8개 항목‘이라 함)’을 제시하였다. 그 중 제5항은 ‘한국법인 또는 한국 자연인의 일본은행권, 피징용한국인의 미수금, 보상금 및 기타 청구권의 변제청구’이다.

그 후 여러 회의를 거쳐 1965. 6. 22. ‘청구권협정’이 체결되었는데, 제1조는 ‘일본이 대한민국에 10년간에 걸쳐 3억 달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2억 달러의 차관을 행하기로 한다.’는 규정이, 제2조는 ‘양 체약국은 양 체약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 체약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1951년 9월 8일에 샌프란시스코시에서 서면된 일본국과의 평화조약 제4조(a)에 규정된 것을 포함하여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는 규정이 있었고, 청구권협정과 같은 날 체결되어 1965. 12. 18. 발효된 청구권 협정에 대한 합의의사록(Ⅰ)은 ‘청구권협정에서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되는 양국 및 그 국민의 재산, 권리 및 이익과 양국 및 그 국민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에는 한일회담에서 한국측으로부터 제출된 한국의 대일청구요강(소위 8개 항목)의 범위에 속하는 모든 청구가 포함되어 있다.’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다.

다. 일본은 1965. 12. 18.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일본국과 대한민국 간의 협정 제2조의 실시에 따른 대한민국 등의 재산권에 대한 조치에 관한 법률(이하 ’재산권조치법‘이라 함)’을 제정하여 대한민국 또는 그 국민의 일본 또는 그 국민에 대한 채권 또는 담보권으로서 청구권협정 제2조의 재산, 이익에 해당하는 것을 청구권협정일인 1965. 6. 22. 소멸하게 하였다.

라. 대한민국은 2004. 3. 5.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진상규명법‘이라 함)’을 제정하였고, 2005년 1월경 청구권협정과 관련된 일부문서를 공개하였다. 그 후 구성된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에서는 2005. 8. 26.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 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고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사할린동포 문제와 원폭피해자 문제도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취지의 공식의견을 표명하였다.

2. 민사소송법 제217조 외국재판의 승인 요건 충족여부

가.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원고 중 일부가 일본에서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가 패소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위 일본판결은 일본의 한반도와 한국인에 대한 식민지배를 합법적으로 보아 ‘국가총동원법’과 ‘국민징용령’을 원고 중 일부에게 적용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평가하였으므로, 위 일본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3호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이나 그 밖의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이를 대한민국에서 승인하여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나. 대법원판결도 같은 취지에서 판시하였다.

3. 신일철주금은 구 일본제철과 다른 회사인지 여부

가.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원고들을 노역에 종사하게 한 구 일본제철이 일본법인 회사경리응급조치법과 기업재건정비법에 의해 해산되고, 그 판시의 ‘제2회사’가 설립된 뒤 흡수합병의 과정을 거쳐 피고로 변경되는 등의 절차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법례’ 제30조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저촉규범에 따라 준거법으로 지정된 일본법을 적용한 결과가 대한민국의 공서양속에 위반되면 일본법의 적용을 배제하고 법정지인 대한민국 법률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고,

나. 대법원 판결도 같은 견해이다(현행 국제사법 제10조에도 ‘외국법에 의하여야 하는 경우에 그 규정의 적용이 대한민국의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명백히 이반되는 때에는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존재한다).

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이에 따라 구 일본제철이 신일철주금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구 일본제철의 영업재산, 임원, 종업원을 실질적으로 승계하여 회사의 인적, 물적 구성에는 기본적인 변화가 없었던 사실이 존재하고, 회사경리응급조치법과 기업재건정비법은 구 일본제철이 알고 있던 반인도적이고 고의적으로 자행된 불법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에 대한 아무런 보호절차를 두지 않았고 당시 국교단절 상태로 피해자들에 대하 실질적으로 권리행사를 봉쇄하는 효과를 가지게 되었고, 현행 채무자회생법 제237조, 제242조에 있는 도산시의 채권자 동의 절차가 누락되어 채권자 절차관여권이 배제되어 피해자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고, 오히려 위 회사경리응급조치법과 기업재건정비법은 부당한 채무면탈이 예견됨에도 이를 용인하는 방식의 기술적인 입법에 불과하다고 판시하였고, 결과적으로 구 일본제철의 청산절차는 적법하지 아니하므로 구 일본제철과 신일철주금은 동일한 회사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라. 대법원 판결도 이에 동의하는 판시를 하였다.

4. 청구권협정으로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하였는지 여부

가.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우선 청구권협정의 규정이 그 손해의 배상을 구하는 제소 자체를 금지하여 권리보호의 자격까지 박탈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를 본안에서 판단할 사항이다.”라고 하였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불포함된다고 하였는데,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하여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청구권협정 제1조에 의해 일본 정부가 대한민국 정부에 지급한 경제협력자금은 제2조에 의한 권리문제의 해결과 법적 대가관계가 없고, 청구권협정 과정에서 일본정부가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부정하고 강제동원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칙적으로 부인하여 일제의 한반도 지배의 성격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하지 않았음은 물론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도 포기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아울러 “국가가 별개의 법인격을 가진 국민 개인의 동의 없이 국민의 개인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근대법의 원리와 조화되기 어렵고,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청구권협정에 개인청구권 소멸에 관한 한일 양국 정부의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하더라고 이는 개인청구권 자체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외교적 보호권의 포기일 뿐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나. 대법원 판결도 서울고등법원의 판시와 유사한 판시를 하였는데, “청구권협정문이나 그 부속서 어디에도 일본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언급하는 내용이 전혀 없으므로 청구권 협정 제2조 1.에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a)의 범주를 벗어나는 청구권인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직결되는 청구권이 포함된다고 보기는 어렵고, 청구권협정 제1조의 돈은 기본적으로 경제협력의 성격이었고 청구권협정 제2조와 제1조 간에 법률적인 상호관계는 없고, 협상과정에서 12억 2,000만 달러를 요구하였음에도 3억달러만 대한민국이 받은 상황에서 개인들의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기는 어렵다.”는 등의 판시를 하였다.

별개의견으로 ① “신일철주금의 상고이유는 법원조직법 제8조,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에 근거한 환송판결의 기속력에 반하여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도 있다(대법관 이기택), ② “청구권협정의 해석상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지만, 원고들의 개인적 청구권 자체는 청구권협정으로 당연히 소멸한다고 볼 수 없고, 청구권협정으로 그 청구권에 관한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만이 포기된 것에 불과하여 원고들은 대한민국에서 피고를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대법관 김소영, 이동원, 노정희),
반대의견으로 “청구권협정의 해석상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고, 청구권협정 제2조가 대한민국 국민과 일본 국민의 상대방 국가 및 그 국민에 대한 청구권까지 대상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므로 청구권협정은 양 체약국이 서로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만을 포기하는 내용의 조약이라고 보기 어렵고, 청구권협정 제2조의 문언은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내용도 있다(대법관 권순일, 조재연),
보충의견으로 “조약해석의 출발점은 문언이므로 그 문맥이나 목적으로 보아 청구권협정 제2조에서 청구권협정의 기초인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a)를 언급하고 있고, 위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a)에서는 ‘재산상 채권·채무관계’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므로, 정신적 손해배상청구권이 청구권협정의 청구권이 포함되지 아니한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을 기초로 열린 제1차 한일회담에서 한국 측이 제시한 8개항목은 모두 재산에 관한 것이고, 그 중 제5항은 징용의 적법을 전제로 하는 보상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불법성을 전제로 하는 위자료가 포함될 수 었없다. 대한민국은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조인당사국이 아니어서 제14조 규정에 의한 승전국이 향유하는 손해와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을 인정받지 못하였다. 그러므로 청구권협정의 대상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와 고통에 대한 배상청구권이 포함된다거나 그 배상청구권에 대한 포기를 명확하게 정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도 있다(대법관 김재형, 김선수)

5. 소멸시효 또는 제척기간이 경과하였는지 여부

가. 서울고등법원은 “원고들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여부에 관한 준거법은 대한민국법이고, 구 일본제철의 이 사건 불법행위 후 1965. 6. 22. 한일 국교 수립전까지는 국교단절으로 원고들이 대한민국에서 판결을 받아도 이를 집행할 수 없었고, 국교 정상화 후에도 청구권협정 관련 문서 비공개로 청구권협정으로 개인청구권이 포괄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한민국에서 지배적으로 받아들여 졌고, 일본의 재산권조치법 제정이 일본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권을 기각하는 근거로 명시되었고, 뒤늦게 2005. 1. 한국에서 청구권협정 관련 문서가 공개된 후 2005. 8. 26. 민관공동위원회가 일제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 협정에 의하여 해결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비로소 표명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원고들이 이 사건 소제기를 한 시점인 2005. 2.까지 원고들이 대한민국에서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법률적 장애사유(대법원 2006다1381 판결 참조)가 있었다.”고 판시하였다.

나. 대법원은 위 서울고등법원 판시를 유지하면서 “신일철주금이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원고들의 채무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6. 니시마쓰 건설 주식회사(西松建設 株式會社) 판결에 관하여

가. 일본최고재판소가 2007. 4. 27. 중국인들이 니시마쓰 건설 주식회사(西松建設 株式會社)에 제기한 손해배상 판결(이하 ‘니시마쓰 판결’이라 함)은 ‘중화인민공화국 국민들이 니시마쓰 건설 주식회사(西松建設 株式會社)가 자신들을 가혹한 조건으로 강제노동 종사시킨 것은 '안전배려의무 위반‘으로 이에 대해 ’채무불이행 등에 의거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이다(우리나라 대법원 2013다61381 손해배상(기) 판결이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 즉 위자료청구권에 근거하여 소송을 제기한 것, 중국은 샌프란시스코조약의 승전국이었던 점 등은 구별된다).

나. 위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은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으나, 원심판결은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했던 점이 특이할 만 하다. 원심판결은 “중국은 연합국의 일원으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정한 이익을 받는 것으로 되었다(조약 제21조). 피고와 원고들 간에는 직접 계약 관계는 없지만 특수한 고용 유사 관계에 있으며, 피고는 그 부수적 의무로서 안전배려의무를 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다하지 않았으므로, 채무불이행책임을 면할 수 없다. 원고들이 현실적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 가능하게 된 것은 1986. 2. 중화인민공화국 공민 출경 입경 관리법이 시행되어 이로 인해 중국의 일반 시민에게 해외 출국의 길이 열린 후 이므로 1993. 8. 시점에 10년 시효 기간은 경과되지 않았다.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의 소멸시효 원용은 권리남용이며 허용될 수 없다.

아울러 일중 공동 성명 5항에는 중국 국민이 청구권을 포기하는 것은 명기되지 않았고,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포기한 것은 ‘전쟁 배상의 포기’에 불과하고, 일화평화조약은 일본국과 중화민국 간에 체결된 조약이며, 이를 그대로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인 원고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는 점에서 보면, 피고의 주장을 채용할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다. 반대로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원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결은 “전후 처리의 기본 원칙으로서의 청구권 포기는 청구권을 실체적으로 소멸시키는 것까지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청구권에 의하여 재판상 소구하는 권능을 소멸시키는 것에 그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므로 샌프란시스코 평화 조약의 틀에 의해서, 전쟁 수행 중에 생긴 모든 청구권의 포기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개별 구체적인 청구권에 대해, 그 내용 등에 비추어, 채무자 측에서 임의로 자발적인 대응을 하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도 없다고 할 수 있다. 일화평화조약은 일본국과 중화민국 간에 체결된 조약이며, 이를 그대로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인 원고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 일중 공동 성명은 조약으로 취급되지 않고, 국회의 비준도 없어 국제법상의 법규범성에 문제가 될 수도 있으나, 중화인민공화국이 이를 창설적인 국제법 규범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여 적어도 중국측의 일방적인 선언으로서 법 규범성을 긍정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 평화 조약의 틀에 있어서 청구권 포기란 청구권에 근거하여 재판상 소구하는 권능을 상실시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그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한 국내법상의 조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일중 공동 성명 5항에 정한 청구권 포기도, 이와 같이 국내법적 효력이 인정된다고 해야 한다. 이상의 검토에 따르면 중화인민공화국 국민의 일본국 또는 그 국민 혹은 법인에 대한 청구권은 일중 공동 성명 5항에 의하여 재판상 소구하는 권능을 잃었으므로 해당 청구를 기각한다.”라는 내용이다.

7. 결론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일본 최고재판소의 니시마츠 판결과는 달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 즉 위자료청구권을 대상으로 한점, 한일 청구권협정은 한일 당사자 간에 일본 식민지배에 대한 불법성에 대한 합의가 부존재한 상태에서 진행된 점, 사안이 같지는 않지만 손배배상에 대한 합의나 판결 후에 당시 합의 내용에 없거나 예상하기 어려웠던 손해가 밝혀진 경우 별도 청구가 가능한 점, 일본 니시마쓰 판결의 원심이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 일본 최고재판소도 청구권의 포기가 청구권의 실체적인 포기는 아니라고 한 점,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본에서의 재판상 소구 권능 상실이라고만 했지 원고들의 국가인 중국에서의 재판상 소구 권능 상실이라고는 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 서울고등법원 판결 자체의 근거를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범진   kjbjjbj@daum.net  최근글보기
새솔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민변 회원으로 공익소송을 수차례 담당했다. 일제시대 강제징용 사건 등 다양한 사건을 맡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 고문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전범진  kjbjjbj@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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