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재인이 딸기케이크를 안 먹어 아베 보복이 시작됐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8.1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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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7일 임직원 700명이 참석한 월례회의에서 막말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틀어 물의를 일으켰다. 리섭TV라는 유튜버가 제작한 영상이었다. 영상에서 그는 "아베가 문재인의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임에 틀림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다. 이제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거다"라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국민적 불매운동에 직면했고 결국 윤회장은 11일 경영 일선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내용의 진실 여부를 떠나 부적절하고 자극적인 표현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어서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그런데 정작 이 유튜브 영상의 내용을 제대로 팩트체크한 기사는 나오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이 막말을 했을지언정 진실을 담고 있다고 믿는 상황이다. 뉴스톱은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이 조회수를 올려 돈을 벌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가급적이면 막말 영상은 팩트체킹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리섭TV의 해당 영상은 이미 조회수가 200만회를 넘었고 해당 유튜버가 영웅이 된 상황이어서 뉴스톱이 팩트체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리섭TV의 <화이트리스트 ㅈㄴ쉽게 설명하겠습니다> 영상 표지. '한국여자들 7천원에 몸을 팔게 될지도 ㅠㅠ'라고 적어 마치 여성들을 걱정하는 듯 포장을 했다.

 

우선 리섭TV 영상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했다. 총 10개의 팩트체크 가능한 주장이 나왔다.

  1. 노무현 정부 당시 민관공동위원회가 7개월 조사를 해 내린 결론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3억달러에 강제징용 보상금이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당시 위원회에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이 포함되어 있다.
  2.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의 면전에 대고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라고 말했다. 대놓고 동맹국가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3. '위안부 지원 화해치유재단'을 문재인 대통령이 해산시켰고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의) 위안부 합의도 무효라고 '깽판'을 쳤다.
  4. 청와대가 조선일보에게 “토착왜구 같은 시각, 한심하다”라는 발언을 하며 반일프레임을 전개했다. 
  5. 아베총리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딸기케이크를 선물했는데 문 대통령은 "단 거 안 먹는다"며 면전에서 거부를 했다.  
  6. 문 대통령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는 한일전"이라는 말을 하면서 반일불매운동을 조장하고 본인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열중했다. 
  7. 1965년 당시 일본이 먼저 직접적인 피해를 본 개개인에 대한 보상을 희망했는데 한국이 거절했다. 
  8. 아베는 '트럼프의 푸들'이라는 조롱까지 받으면서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금의 일본을 한국 GDP의 3배, 전 세계 3위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9. 트럼프도 (한일 경제갈등에 대해) 중재해 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10. <La gente es lo primero>는 베네수엘라 4선 대통령 우고 차베스의 구호로 의미는 문재인이 내 건 "사람이 먼저다"다.

이중에서 단순한 예측(예를 들면 "베네수엘라가 반미를 하다 망했듯이 한국도 반미때문에 망할 것이다")은 팩트체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외하고, 사실관계가 있는 주장에 대해서만 팩트체킹한다. 내용이 길기 때문에 2회에 걸쳐서 팩트체크한다.

 

1. 노무현 정부 당시 민관공동위원회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받은 3억달러에 강제징용 (피해자 개개인의) 보상금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대체로 거짓이다. 이 주장은 조선일보에서 제기됐다. 조선일보는 7월 17일자 <"강제징용 보상은 1965년 청구권 협정에 포함" 노무현 정부 당시 민관 공동委서 결론낸 사안> 기사와 7월 19일자 <靑·與, 노무현 정권이 만든 2005년 발표문 읽어는 봤나> 기자수첩에서 이같은 주장을 했다. 이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2005년 당시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이하 민관공동위원회)가 배포한 보도자료가 있다. 조선일보는 이 보도자료를 근거로 2005년 당시 문재인 수석과 이해찬 총리가 참여한 민관공동위원회가 강제징용 피해자 청구권이 이미 소멸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보면 민관공동위원회는 "청구권협정을 통하여 일본으로부터 받은 무상 3억불은 (중략) 한국정부가 국가로서 갖는 청구권, 강제동원 피해보상 문제 해결 성격의 자금 등이 포괄적으로 감안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적고 있다. 한국정부가 갖는 청구권은 1965년 3억불을 받음으로서 사실상 해소됐다고 봤지만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은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게 아니라면 굳이 "국가로서 갖는 청구권"을 보도자료에서 굵은 글씨로 강조할 필요가 없다. 

 

2005년 8월에 배포된. 한일회담 문서공개 후속대책 관련 민관공동위원회 보도자료 일부.

 

조선일보 보도 뒤 청와대는 7월 17일에 "조선일보가 민관위원회의 보도자료를 일부만 발췌해 사실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KBSMBC 등 여러 언론도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강제동원 판결을 뒤집었다"는 조선일보와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팩트체킹한 바 있다. 

개인청구권이 살아있다는 내용은 2007년에 발행된 <국무총리실 한일수교회담 문서공개 등 대책기획단 활동 백서>에도 담겨 있다. 백서 81쪽에는 "협상과정을 보면 우리측은 법적 근거를 제시하면서 보상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고 일본도 강제동원 피해보상을 원호적 문제로만 보았으므로 "고통받은 역사적 사실자체"(정의에 반하는 행위)에 기하여 위로금 성격의 대가를 받은 것이며, 징용자체의 불법성에 기한 개인의 배상청구권을 정부가 대신 행사하여 이를 소멸시킨 것은 아니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서 "이러한 차원에서 받은 무상자금은 피해자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권리에 기한 것은 아니며, 국가가 국민을 대표하여 피해사실에 근거하여 정치적 협상을 통해 받아낸 성격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발행된 <국무총리실 한일수교회담 문서공개 등 대책기획단 활동 백서>

민관공동위원회는 강제징용과 관련, 한국 정부 차원에서 식민지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면서 강제동원에서 대한 배상을 다시 일본 정부에 요구하는 신의칙상 문제가 있어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봤다. 하지만 "한국 국민은 징용 자체의 불법성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권이 협정에 의해 소멸되지 않았으므로 일본을 상대로 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82쪽)고 정확히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 정부 시절 민관공동위원회가 개인청구권이 소멸됐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조선일보의 잘못된 주장을 리섭TV가 인용한 것이다. 

 

2.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면전에 대고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라고 말해 대놓고 동맹국가를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절반의 사실이다. 이런 사건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은 원래 한국의 (군사적) 동맹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동맹국가를 무시하는 발언이란 표현은 사실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했다. 이때 열린 한미일 정상 오찬에서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지만 일본은 우리의 동맹이 아니다"고 입장을 밝혔다. 옆에 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대해 "이해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헌법이라 불리는 일본 헌법 9조에 따르면 일본은 군대를 보유할 수 없으며 상대방을 먼저 공격(교전권)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일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헌법 9조의 해석을 더해가면서 자위권의 범위를 넓혔다. 1991년엔 평화유지활동은 무력행사가 아니라면서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가능하게 했다. 결정적인 것은 아베 정부 집권기인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해석의 도입이었다. 일본 정부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나라에 무력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에게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 최소한의 실력행사는 헌법상 허용된다"는 새 헌법 해석을 도입했다. 즉, 일본의 동맹국이 공격을 받으면 자위대를 파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한국이 일본의 동맹국이 되면 한반도에 무력분쟁이 발생했을 때 일본은 언제든 자위대를 한반도에 보낼 수 있다. 

지난 7월 유엔사 전략문서에 일본이 유사시 전력협력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일본은 6.25전쟁 참전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력 제공국으로 활동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일본에 대한 한국의 외교적 입장은 군사동맹은 맺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런 기조는 정권이 교체되어도 계속 유지되어 왔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묶어 지역안보 유지를 위해 한미일 동맹으로 묶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은 원칙적으론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당시 우호적인 답변을 기대했던 아베 총리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웠을 수는 있다.  
 

3. '위안부 지원 화해치유재단'을 문재인 대통령이 해산시켰고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의) 위안부 합의도 무효라고 깽판을 쳤다?

절반의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의 합의로 만들어진 '위안부 지원 화해치유재단'은 2018년 11월 정부의 해산 방침에 따라 해산 절차를 밟게 됐다. 공식적으로 해산이 확인된 것은 2019년 7월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위안부 할머니들과 국민들의 반대로 재단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해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을 한 바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줄기차게 한일간 위안부 협의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재단 역시 해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재단 해산 방침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파기한 것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정부 대 정부가 맺은 합의이기 때문에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방침이었다. 정부는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거나 재협상 요구는 하지 않고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대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문재인 대통령이 재단을 해산한 것은 맞지만, 위안부 할머니 당사자들이 재단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가항력 측면이 있었다. 

 

4. 청와대가 조선일보에게 “토착왜구 같은 시각, 한심하다”라는 발언을 하며 반일프레임을 전개했다?

 

일본의 경제보복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국내 정치문제다. 미디어오늘은 청와대 관계자가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의 사설 <문 대통령은 고종의 길을 가려하는가>를 보고 "토착왜구적인 시각이 언론계에 퍼져 있는 것은 한심하다"고 말했다고 지난 6월 28일에 보도했다. 박정훈 실장은 조선일보 [박정훈 칼럼]에서 대한민국이 구한말처럼 망국으로 간다면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구한말 조선의 고종과 침략국 일본의 이토히로부미에 비교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조선일보를 지칭하며 "토착왜구적 시각"이란 말을 사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의 한국 경제보복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건이다. 조선일보가 공격받았다고 일본이 발끈해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7월 1일 "양국 신뢰관계가 훼손됐기 때문에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5. 아베총리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딸기케이크를 선물했는데 문 대통령은 "단 거 안 먹는다"며 면전에서 거부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 축하 케이크 .

절반의 사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케이크를 먹지는 않았지만 아베 총리에게 악수와 함께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케이크 선물에는 일본의 꼼수가 숨어 있었다.

당시 상황을 정리하면, 취임 후 일본을 첫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5월 9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오찬에서 취임 1주년 기념 딸기 케이크를 선물받았다. 딸기 케이크에는 한글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케이크는 식사 마지막에 예고없이 등장했고 한국 당국자들이 놀랐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참석자들은 인증샷을 찍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감사를 전하며 아베 총리에게 한국을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일본의 딸기케이크 선물 증정엔 의도가 있었다. 2018년 2월 평창올림픽 당시 동메달을 획득한 일본 컬링팀의 스즈키 유미 선수는 "한국 딸기가 놀랄 정도로 맛있다"고 말해 한일 양국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사이토 겐 농림수산상은 "선수들이 하프타임(10엔드 경기 중 5엔드 끝난 뒤 휴식 시간) 때 한국산이 아닌 일본산 딸기를 먹었다면 더 기분이 좋았을 것"이라며 "사실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먹은 (한국산) 딸기는 일본 품종에 뿌리를 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딸기는 2005년 일본 품종을 개량해 한국에서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품종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한일간 딸기전쟁'은 이렇게 공개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취임 1주년을 맞아 일본 아베총리로부터 품종인증서와 함께 딸기케이크를 선물 받은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딸기를 먹지는 않았지만 아베 총리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한일 딸기 전쟁'이 몇달 지난 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주년 때 나온 딸기케이크에는 당연히 일본산 딸기가 올려졌다. 왼쪽에는 품종 설명서(인증서)도 놓여 있었다. 문 대통령이 '한일간 딸기전쟁'의 내막을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결과적으로는 딸기를 먹지 않은 것이 잘 된 일이됐다. 문 대통령이 일본 딸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일본산 딸기 홍보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케이크를 거절한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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