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보복'에 이재용 부회장 '사면론'은 왜 뜨나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8.1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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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11일 ‘주52시간 근로제 유예’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현행법상 내년부터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50인 이상 300면 미만 사업을 20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수정해 세분화하고 제도 도입 시기도 2021년으로 미룬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00~200인 미만은 2022년, 50~100인 미만은 2023년, 50인 미만은 2021년 7월에서 2024년으로 미룬다는 내용입니다. 

이원욱 의원은 “중소벤처기업, 소상공인은 주 52시간 근로제 전면 시행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 경제보복으로 타격을 입은 중소기업을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주52시간 근로 유예' 법안 발의한 여당 의원>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일본을 방문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SBS 화면 캡처.

1. 당론 같기도, 아니 같기도

이원욱 의원은 ‘주52시간 근로제 유예’가 더불어민주당 당론이 아니라 개인 소신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집권여당 원내수석부대표입니다. 상징성으로 봤을 때 이걸 개인의견으로만 볼 수 있는건지 의문입니다. 

지난 5월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3선의 김태년 의원이 유력하다는 당초 예상을 깨고 이인영 의원이 원내 대표에 당선됐습니다. 이인영 의원은 당선되자마자 이원욱 의원을 삼고초려해해 모셔왔습니다. 정세균계로 분류됐던 이원욱 의원은 당시 이인영 의원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인영 의원은 고대 84학번으로 전대협 1기 의장이고 이원욱 의원은 고대 82학번으로 법대 학생회장을 지낸 선배입니다. '믿을맨'으로 선배에게 SOS를 친 것입니다. 이원욱 수석부대표는 현재도 이인영 원내대표와 가장 가까운 사이로 당내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일본 경제보복과 관련해 투트랙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최재성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당내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에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도코올림픽 보이콧, 일본 여행규제 조치 등 매우 강경한 조치들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민주당 내 정책라인 의원들은 일본과의 경제갈등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기업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원욱 의원 주52시간 적용 유예가 대표적입니다. 최운열 정책위원회 제3정조위원장은 고소득 전문직을 주 52시간 근로제에서 제외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책라인에서 이런 법안들이 쏟아진다는 것은 여당내 ‘개혁법안 속도조절론’이 어느 정도 힘을 얻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2. '위기를 기회로' 재벌 숙원 해결

정부는 이미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으로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과 관련해 기업에 인가연장근로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부 여당 의원들이 주 52시간 적용 유예를 꺼내 든 겁니다. 노동계에서는 강하게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일본이 수출을 제한해서 부품소재를 구하기 힘든 것과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는 것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겁니다. 주 52시간을 초과해서 노동한다고 소재부품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거죠. 최근엔 법인세 인하 및 기업 상속세 감면 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엔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을 현행 매출액 3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늘리고, 공제한도도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늘리는 법안이 발의됐는데요, 발의자가 이원욱 의원입니다.

최근 시민사회계에선 현 정부의 보수화와 친재벌화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기업이 구조조정과 비정규직 채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는데 현재의 한국사회 양극화를 초래했습니다. 최근에도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재벌기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노동계에선 ILO기본협약 비준 등 정부가 하반기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도 한일 갈등에 물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면죄부가 주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은 소재를 구하러 직접 해외출장을 다니는 등 행동하는 리더의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와 비례해 이 부회장의 리더십을 칭송하는 언론 보도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 부회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기사도 나옵니다. 이르면 이번 달에 국정농단 관련자에 대한 대법원 선고가 내려질 전망입니다.

 

3. ‘속도조절론’의 속도조절

여당 내에서 ‘경제정책 속도조절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다른 정당과의 관계, 그리고 총선에서의 유불리입니다. 속도조절론이 개혁후퇴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야당과 차별화를 해야하는데 속도조절론으로 선명성이 흐려질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원욱 의원의 주52시간 적용 유예 법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지난주 자유한국당은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반기업정책 대전환을 촉구하는 자리에서 “주52시간제 협상 당시 우리 주장을 수용했다면 유예가 필요 없었을 것”이라며 유예안 통과에 힘을 실어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국가 위기를 기회로 노동자, 서민에게 빨대 꽂으려는 재계의 목소리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집권여당 내부에서 재계의 무분별한 요구에 휘청거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정국에서 민주당의 최대 우군인 정의당이 강하게 반대하는데 밀어붙이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속도조절론의 속도와 관련 바로미터가 바로 오늘 예정된 분양가상한제 발표입니다. 민주당 내부에서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강남집값을 못 잡으면 선거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지금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의 수위를 보면 향후 정부여당의 ‘속도조절론’의 속도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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