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맞대응인가 아닌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8.13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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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뺀 정부

12일 한국 정부가 일본을 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서 상응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은 우리 정부 조치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면서도 WTO 규정위반이라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뺀 정부>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2일 열린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의 문재인 대통령. 출처: 청와대

 

1. 맞대응이 아니다

기존 전략물자 수출입고시를 보면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가’ 지역에 포함되고, 이외의 국가는 ‘나’ 지역에 포함됩니다. 어제 정부가 발표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을 보면 전략물자 수출지역에 ‘가의2’ 지역을 신설한 뒤 일본을 이곳으로 분류했습니다. ‘가의2’에 포함된 국가는 일본 뿐입니다. 당초 정부는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을 분류하려고 했으나, 대응 수위를 낮춰 가를 세분화해 일본을 ‘가의2’에 포함시킨 겁니다.

정부는 또 "일본에 대한 맞대응이 아니다" 이렇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WTO 협정 위반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조치가 일본의 조치보다는 낮은 수준인 것도 맞대응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입니다.

일본 사토 마사히사 외무성 부대신은 한국의 조치에 대해 “실질적 영향 없을 것”이라면서도 “WTO 위반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율배반이죠. 자기네들이 한 것은 WTO위반이 아니고, 그보다 낮은 수위의 우리 정부 조치는 WTO 위반이라는 겁니다. 향후 WTO 분쟁 조정 과정에서 한국의 조치를 자국에 유리하게 이용하기 위한 의도입니다.

 

2.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감정적이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일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자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상응하는 조치를 단호하게 취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어제 산업부의 대응은 두 차례 발언에서 드러난 원칙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단호하게 대응하되 역공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전략적으로 수위를 조절한 것입니다.

문 대통령은 “양국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민주인권의 가치로 소통하고 인류애와 평화로 우의를 다진다면 한일관계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일 양국 정부가 극한의 갈등을 빚고 있지만 민간차원의 교류는 이어져야 한다는 것과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한 이 메시지는 일본의 양심세력과 한국 시민들이 연대해 아베 정권의 부당함을 지적할 필요도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3. 하지만 의지는 단호하다

12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전략물자가 일본에서 1194개가 되는데 우리한테 진짜 영향을 미치는 건 손 한줌”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어제 대통령 발언, 산업부 조치, 국가안보실 2차장 인터뷰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의 경제침략에 단호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아베 정부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중의원 10선의 고가 마고토 전 의원은 “어떤 사람이 말한 것에 대해 아무도 비판하지 않는다. 태평양전쟁 말기와 같은 정치의 빈곤이다. 전쟁 마지막 1년에 피해가 집중됐는데 그때 멈췄다면 원폭도 없었을 것”이라며 자국의 피해가 커지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야마다 다카오 마이니치신문 위원은 “아베가 자기성찰이 담긴 배려의 화법을 구사했어야 했다”고 지적했고 나카니시 히로시 교토대 교수는 “일본정부의 수출규제 강화는 졸렬하다. 한국 전체가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대일정책으로 압박을 명확히 한정했어야 했다”며 외교력 부재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이런 목소리가 아직 주류는 아니고, 아베 정부의 방침을 당장 바꾸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8.15 광복절에 문 대통령은, 어느 정도 강도로 대일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입니다. 하지만, 양국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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