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어 '도움 안되는' 중국... 위기의 항공업계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8.1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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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중국 항공당국은 중국으로 취항하는 전 노선에 대해 신규 취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습니다. 10월 10일까지 두달간 운항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건데요. 한국 항공업계는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조치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규 노선 취항 금지한 중국> 뉴스를 계기로 한국 항공업계의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KBS 화면 캡처.

1. 보릿고개 시작

최근 한국 항공업계 실적 부진이 심상치 않습니다. 최근 발표된 실적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분기 영업손실 986억원을 기록했고, 아시아나도 2분기 12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LLC라고 불리는 저비용항공사 역시 줄줄이 적자를 기록했는데요. LLC 중 가장 규모가 큰 제주항공은 274억원, 진에어는 266억원, 티웨이항공 265억원, 에어부산 219억원 등 주요 저비용항공사 모두 200억원대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적자 배경으로 첫 번째는 한국 항공업계의 경쟁심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두 번째는 환율상승과 고유가로 인한 리스료와 항공유 부담 증가, 세 번째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수송량 감소 등이 꼽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실적은 2분기, 즉 3~6월 성적표여서 본격적으로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7월 이후 실적은 반영이 안 된 겁니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액 대비 일본 노선의 비중이 대한항공은 11%, 아시아나는 14%인데, 제주항공은 25.6%, 진에어 24%, 티웨이항공 30.6%로 저비용항공의 일본 비중은 상당히 높습니다. 그런데 최근 항공사별로 일본 노선이 적게는 1~2개에서 에어서울의 경우 6개까지 운행이 중단됐습니다.

일본 대안으로 중국에 신규 노선을 열려고 한 것인데, 중국이 갑자기 금지 선언을 해버린 겁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항공사가 신청한 중국 신규 노선 9개가 모두 반려됐습니다. 제주항공의 경우 이번 달에만 중국에 6개 노선을 신설할 계획이었습니다. 전 세계 항공사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지만 직접적인 타격은 한국이 받게 됐습니다. 국내 항공업계의 보릿고개가 시작됐습니다.

 

2. 구조조정의 그림자

15일 미국발 R의 공포가 금융시장을 강타했습니다. 경기침체를 뜻하는 리세션에 대한 우려가 커져 전세계 주가가 폭락한 것인데요.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이 원인이 됐습니다. 오랫동안 돈이 묶이기 때문에 국채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요. 경기침체가 예상될 경우 안전자산인 장기채에 돈이 몰리면서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보다 더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합니다. 1978년 후 5번의 역전 현상이 있었는데, 모두 경기침체가 왔습니다. 미중 무역분쟁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불안감이 커진 것이 주요 원인입니다. 한국처럼 수출 위주의 경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환율과 물동량에 민감한 항공업계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업종입니다. 불황이 감지되면 사람들은 여행을 자제하게 되고, 환율이 오르면 비행기 리스료 부담이 커집니다. 해외 여행 증가로 팽창 일변이었던 한국 항공운송업계가 마침내 구조조정에 돌입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노선 및 좌석 구조조정은 이뤄지고 있는데, 인력감축 및 인수합병 등 산업 구조조정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항공사도 파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3. ‘승자의 저주’ 데자뷰

이르면 25일 아시아나항공 매각입찰공고가 뜰 예정입니다. 최근에 한국에서 아시아나 규모의 기업이 매물로 나온 적이 없는데다 항공업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져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최근 SK, 한화, GS 등이 인수에 관심이 있는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카타르투자청 관계자들과 만나 아시아나항공 공동인수방안을 논의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항공업계의 실적 부진은 아시아나 매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모두 하락세를 기록중인데 특히 아시아나 주가는 인수전이라는 호재가 있음에도 지난 4월 8천원대에서 최근 5천원으로 큰 폭으로 하락을 했습니다. 최근 한달 기사를 보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추정되는 최대 매각대금은 2조5천억원에서 1조원대 초반으로 편차가 큽니다. 항공업계 적자폭 증가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매물 가격이 오락가락 하고 있는 겁니다.

이 시점에서 금호그룹의 교훈이 떠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박삼구 회장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재계7위까지 뛰어올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결국 그룹이 사실살 해체하게 됐는데요. ‘승자의 저주’로 불렸습니다. 아시아나를 무리하게 인수를 했다가 금호그룹 꼴이 날 수가 있어서 인수희망 기업들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 대우건설 사례에서 봤듯이 매각자와 매수자의 희망가격 편차가 크면 매각이 무산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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