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일본경제를 살렸다? 리섭TV 주장 팩트체크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8.1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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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섭TV 주장 팩트체크>

뉴스톱은 한국콜마 회장이 임직원 월례회의에서 튼 리섭TV 유튜브 동영상 내용 중 검증이 가능한 10개 주장에 대해 팩트체크를 한다. 1편에 이번 2편에서는 나머지 5개 주장을 검증한다.

 

6. 문재인 대통령은 "내년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말을 하면서 반일불매운동을 조장하고 본인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열중했다?

 

대체로 거짓이다. "내년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주장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권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했다. 이들은 안중근 열사의 손도장과 함께 '내년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그림을 만들어 배포했다. 보수언론과 자유한국당을 다음 총선에서 심판하자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도 만들었다. 이에 대응해 야당 지지자는 '내년 총선은 남북전'이라는 포스터를 만들기도 했다. 

여야 지지자들이 만든 '총선은 한일전' 혹은 '총선은 남북전' 포스터.

 

정부 관계자가 직접 "내년 총선은 한일전"이라는 발언을 한 적은 없다. 다만 더불어민주당 산하 민주연구원에서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조사"라는 보고서를 낸 뒤 소속 의원에게 이메일로 배포한 사례가 있다. 보고서는 “한-일 갈등에 대한 각 당의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음”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춰 볼 때 (민주당에 대한)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 등의 분석을 담았다. 향후 정세 판단을 한 것과 선거국면에서 이를 활용한 것은 다르다. 

 

민주연구원이 작성한 '한일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

 

정부가 직접 일본 불매운동에 개입했다는 증거도 없다.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는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가졌는데, 일본 기자 중 한 명이 "정부가 불매운동에 개입했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대해 최재성 특위 위원장은 "한국의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국민을 향해 불매운동을 하라, 말라 한 적이 없다"며 "지방정부는 자신의 구매계획에 따라 구매를 할 뿐"이라고 말했다. 오기형 특위 간사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그리고 여당이 불매운동에 개입하거나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7. 1965년 당시 일본이 먼저 직접적인 피해를 본 개인에 대한 보상을 희망했는데 한국이 거절했다?

 

일본 정부는 단 한번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한 적이 없다. 불법성을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배상'을 한 적도 없다. 배상은 불법적인 행위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게 한 경우, 가해한 측이 피해자에게 그 피해를 갚아주는 것이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보상도 한 적이 없다. '보상'은 국가 혹은 공권력이 적법한 행위를 했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우, 그 손실을 갚아주는 것이다. 식민지배가 불법이 아니라는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나 국민들에게 '보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일본은 보상이라는 개념조차 거부했다. 한국에게 3억달러를 준 명목은 '독립축하금'이었다.

관보에 게재된 1965년 한일 간 기본관계에 대한 조약. 출처:국가기록원

중앙일보가 14일에 쓴 '[한일 고비셋③] '日 식민지배 불법' 빠졌다…65년 한일협정, 통한의 한문장' 기사에 따르면, 한국측은 1965년 한일협정 협상 과정에서 식민지배에 따른 피해 배상 개념도 함께 넣어 청구권 자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일본은 식민지배가 불법행위를 전제로 한 피해 배상이란 개념에 동의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각자 원하는대로 한일협정과 돈의 성격을 해석하기에 이르렀다. 

 

8. 아베는 '트럼프의 푸들'이라는 조롱까지 받으면서 지금의 일본을 한국 GDP의 3배, 전 세계 3위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리섭TV는 "아베가 트럼프의 푸들이라는 조롱을 참으며 국정운영을 해 일본을 한국의 GDP 3배, 전세계 3위의 선진국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아베가 '트럼프의 푸들'이라는 조롱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베가 일본을 전 세계 3위의 선진국을 만든 것은 아니다. 일본 경제는 오랫동안 정체 상태며, 경제규모로 따지면 1980년대에 세계 2위에서 중국에 밀려 3위로 오히려 후퇴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는 아베가 재집권한 2012년을 기점으로 후퇴중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2012년 일본의 GDP는 6.2조 달러를 기록했지만 2013년 5.16조, 2014년 4.85조, 2015년 4.40조로 매년 감소했으며 이후 약간 회복해 2017년 기준 4.87조 달러가 됐으나 아직도 2012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한국은 2012년 1.22조 달러에서 2017년 1.53조 달러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일본 인구가 남한보다 3배 정도 많은 것을 감안하면 한일간 소득수준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벌어들인 돈으로 실제 얼마를 소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구매력기준(PPP) 1인당 GDP의 경우 지난해 일본이 31위, 한국이 32위를 기록했으며, 2023년에는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 경제는 아베 집권 이전과 이후나 다를 것 없다. 아베 집권 후 일본이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되었다는 리섭TV의 주장은 거짓이다.

 

9. 트럼프도 한일 경제갈등에 대해 중재해 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절반의 사실이다. 사실관계를 따져보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19일(현지시간) 한일 갈등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관여'요청이 있었다. 둘 다 원하면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재'가 아니라 '관여'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당시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의 발언과는 맥이 통한다. 미국 일정 뒤 귀국길에 오른 김 차장은 7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지 않았다. 미국이 알아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중재가 아니라 관여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중재는 arbirtate 혹은 mediate에 해당되며 관여는 engage에 해당된다. 중재는 양국의 입장을 들어본 뒤 중간에서 조정을 해주는 일종의 심판 혹은 판관 역할인 반면, 관여는 필요에 의해 일에 끼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둘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중재가 갈등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좀 더 적극적인 반면 관여는 필요에 의해 끼어드는 것으로 중재를 포함할 수도 있지만 좀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리고 중재는 양측의 요청이 있을 때 이뤄지지만만 관여는 해당국이 필요할 때 할 수 있다. 애초 한국은 미국이 쉽게 중재하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다. 미국에게 일본과 한국은 모두 동맹이기 때문에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현실적 판단을 했을 것이다. 한국이 미국에게 중재란 표현을 쓰지 않고 필요하면 관여하라고 얘기한 이유다. 김 차장은 지난 1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서도 "방미 때 미국에 중재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현재까지 미국은 한일 갈등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리섭TV 및 일부 우익 주장대로 미국이 한국을 버린 것인지 여부는 확인되지는 않지만 최소한 한일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갈등이 한미일동맹이라는 전통적 동아시아 지역안보체제를 흔든다고 판단할 때 미국이 관여할 가능성이 높다. 김 차장이 방미중일 때 미국 해리스 주한 대사는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만나 "미국은 당사국 간 여러 방법이 무산됐을 때 움직일 수 있지 지금은 아니다”며 “미국 기업이나 안보에 영향을 줄 때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0. <La gente es lo primero>는 베네수엘라 4선 대통령 우고 차베스의 슬로건으로, 의미는 문재인이 내 건 "사람이 먼저다"와 동일하다?

 

라틴어 'La gente es lo primero'는 영어로 'People come first'로 번역되며 한국말로는 '사람(들)이 우선입니다'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Primero la Gente'란 표현이 '사람이 먼저다(Peopel first)'라는 뜻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La gente es lo primero' 혹은 'Primero la Gente'가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의 정치적 슬로건이라는 주장은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널리 퍼져 있다. '사람이 먼저다'는 말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었다. 차베스와 문재인 대통령이 동일한 슬로건을 사용했다고 주장함으로서 베네수엘라와 한국이 동일한 국가적 운명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

하지만 우고 차베스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사용한 적이 없다. 이 주장은 머니투데이에서 최근 팩트체크를 한 바 있다. 중남미 전문가들은 차베스가 이 구호를 정치적으로 중요하게 사용한 걸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Primero la Gente와 hugo chavez를 키워드로 넣고 구글에서 검색을 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Primero la Gente'란 단어를 정치권에서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96년 도미니카 공화국 대선에 출마한 호세 프란시스코 페나 고메즈(José Francisco Peña Gómez) 후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 유튜브 동영상은 당시 고메즈 후보측의 선거 캠페인이며 제목에 'Primero la Gente Campaña Peña Gomez' (사람이 먼저다 캠페인 페나 고메즈)라고 적혀 있다. 이후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정치인은 물론 시민사회단체, 기업까지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당선된 차메스가 좌파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다가 나라가 망했다는 내용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국도 베네수엘라처럼 좌파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다 망할 것이란 주장이 이어진다. 리섭TV에서 "한국 여성들이 7달러에 몸을 팔게 될 것"이란 주장도 이런 논리구조에서 나온 것이다. 베네수엘라가 경제적으로 파탄이 난 이유는 다양하지만 무상복지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베네수엘라와 똑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주장에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설령 베네수엘라자 무상복지때문에 망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한국의 복지 지출은 GDP의 10.4%로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최저수준이기 때문에 복지포퓰리즘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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