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죽인 '위험의 다단계'...국회와 정부가 답할 차례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8.20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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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충남 태안발전소에서 사고로 숨진 당시 24세의 고 김용균씨 사고조사 결과가 어제 발표됐습니다. ‘고 김용균 특조위’는(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당시 김용균씨가 지시사항을 다 지켰다고 결론 내렸고, 사고의 근본 원인이 ‘원·하청이 책임을 전가하는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사고원인이 규명은 됐지만 가야할 길은 상당히 멉니다. <작업지침 다 따르고 숨진 김용균>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SBS 화면 캡처.

1.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조사 결과, 발전시설에 권한을 가진 원청은 ‘우리 노동자가 아니다’는 이유로, 하청업체는 ‘내 시설이 아니다’는 이유로 안전관리 책임을 회피했습니다.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은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발생하기 10개월 전인 지난해 2월 하청인 한국발전기술에 공문을 보내 태안발전소의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설비 개선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김용균씨 사망사고가 날 때까지 컨베이어 설비는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위험은 오롯이 현장 노동자의 몫이었습니다.

위험한 일을 시키는데 누구도 안전장치를 설치하는데 관심이 없었습니다. 연료비 절감을 위해 저열량탄을 사용해 석탄 운반 중 낙탄이 커졌고, 이를 관리해야하는 안전관리자의 부담도 커졌습니다. 노동자가 다니는 통로에는 안전 철망도 없었습니다. 처음 사고가 났을 때 발전사측에서는 김용균씨가 매뉴얼을 따르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김용균씨는 지시사항에 충실히 따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 일종의 다단계였다

위험의 외주화 명분은 비용절감이었습니다. 정부는 2001년 경쟁도입과 비용절감을 명분으로 5개 발전 공기업 경쟁체제를 도입하고 발전 정비와 연료환경 설비 운전 등의 업무를 민영화했습니다. 공개입찰로 하청업체들의 수주 경쟁을 촉발했고 최저가입찰로 들어온 업체는 안전시설 확보를 할 여력도 권한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5개 발전사가 하청 업체에 지급하는 도급 비용 단가는 해마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비용절감이란 목표 달성도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발전사가 하청업체에 지급한 ‘직접 노무비’ 중 노동자에게 전달되지 않은 금액이 39~5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협력사가 노동자들의 임금을 많게는 절반 이상 중간에 착복했단 의미입니다. 정상적이라면 김용균씨 월급은 446만원이 되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212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국민연금 지급액으로 추산한 결과, 발전사 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100에 놓을 때 한전 계열사인 한전KPS의 경상정비 노동자는 77, 민간 협력사의 경상정비 노동자는 64, 민간 협력사의 연료운전 노동자는 53, 2차 협력사는 31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일종의 다단계 착취구조가 형성이 되어 있었던 겁니다.

 

3. 바꾸지 않으면 계속 죽는다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발전사에서 일하다 다치거나 죽은 사람은 371명이었습니다. 매주 1.4명이 발전소에서 죽거나 다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원청 노동자 대비 사고위험은 자회사 노동자는 7.1배, 협력사 노동자는 8.9배였습니다. 이 정도로 사고가 많이 나면 긴박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선 직접적인 연락체계가 필요한데 원청은 이를 기피했습니다. 직접 지시를 내리거나 받으면 불법도급이 될 수가 있어서 아예 소통을 하지 않은 겁니다.

결국 특조위가 밝힌대로 원하청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사고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실천입니다. 특조위는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시 원청 기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만 강제할 권한이 없습니다. 김용균씨 사망 이후 발전소는 11건의 사고를 은폐했습니다. 국회와 정부가 의지를 보여줄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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