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 사실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07.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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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Zeze Ming (이하 제제)이라는 페이스북 유저는 본인이 16세때 가출한 뒤 성폭행당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제제는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으며 현재 아이를 임신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글을 100명 이상의 페이스북 유저가 공유를 했고, 여성신문은 이 사연을 기고형태로 홈페이지에 게재를 했다.

문제는 글의 첫 문장을 보면, 탁현민 행정관이 제제를 직접 성폭행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 성폭행에 가담한 사람이 탁현민씨일까? 주어진 정황 증거로 뉴스톱이 팩트체크를 했다. 

페이스북 글의 내용을 보면 제제는 16세, 한국나이로 중3일때 A라는 두살 연상의 고등학교 2학년생과 첫 성관계를 맺었다. 이후 부모가 A를 못만나게 하자 가출했고 A의 친구 B와 그 친구 여럿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이후 20살의 C라는 '동네 깡패'가 지속적으로 제제를 성폭행 했다. 제제는 대학 입학 후 호주로 이민을 갔다. 

탁현민 "여중생 내용은 전부 픽션"

탁 행정관은 저서 '남자마음설명서'에서 저속한 표현으로 물의를 빚은데 이어  2007년 출간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라는 저서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과 '여자 중학생을 공유했다'는 경험을 밝혀 또 논란의 대상이 됐다. 

탁 행정관은 이 책에서 고등학교 1학년때 시골에서 올라온 중학교 3학년 여학생과 첫 성관계를 가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탁 행정관은 경향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책에 등장하는 네명의 화자중 한명이었으며 제 캐릭터는 대놓고 나쁜남자였다"며 "‘여중생’에 대한 내용은, 전부 픽션이고 저와 중, 고등학교를 나온 동창들이 모두 증인이다"고 말했다. 즉 탁 행정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성관계를 맺은 여중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탁 행정관의 해명이 만약 거짓이라 할지라도, 탁 행정관 본인이 밝힌 첫 경험은 고등학교 1학년때다. 제제의 글에 등장한 사람들은 추정컨대 고등학교 2학년이다. 성폭행에 가담한 사람중에 탁현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 글로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저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로 논란의 중심에 선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 /YTN 화면 캡처

제제 "여중생 입장을 대변"

게다가 제제는 글에서 "전 한국 정치에 관심도 없고, 탁현민이라는 한 개인에게 아무 감정도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또 다른 16살 소녀가 저같은 일을 겪을까 두렵고 걱정됩니다. 피해자에게 사과는 커녕 피해자를 농락하는 책을 쓰고도 이렇게 잘먹고 잘사는 사람이 있는데, 또 다른 A,B,C소년이 나타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요"라고 밝혔다. 즉 글에서 나온 사람은 탁현민이 아니라는 의미다. 

게시물의 대상이 탁현민이냐는 질문에 제제는 "남자들을 대변해서 '남자사용설명서'를 쓰신 분이니 다른 '여중생'들을 대신해서 제 경험을 쓴 글입니다. 성범죄 피해자의 입장에선 저런 사람이 저 위치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고통입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 게시물에 이 댓글은 삭제되어 찾아볼 수 없다. 

논란이 커지자 제제는 7월 25일 오후 11시 현재 페이스북에서 탈퇴했고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여성신문은 이날 오후 최초 제목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를 수정해 <그 ‘여중생’은 잘못이 없다 - ‘탁현민 논란’에 부쳐>로 고쳤다. 

뉴스톱의 판단 

페이스북 이용자 제제는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제제 본인의 글과 그동안 탁현민 행정관이 책과 인터뷰에서 했던 발언, 그리고 댓글 등을 종합해보면, 제제를 성폭행했던 사람은 탁현민이 아니다. 성폭행 피해자의 고통을 전달하기 위해 여론의 주목을 끌 '수사'로 탁현민을 차용한 표현을 쓴 것으로 판단된다. 

뉴스톱의 기사는 탁현민 행정관의 그동안 말과 행동을 지지하거나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쓰인 글이 아니며 화제가 되고 있는 글의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함임을 밝힌다. 제제가 성폭행 피해자로서 본인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서술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성폭행을 당한 당사자가 본인의 개인적인 경험을 공개하는 것이 보통의 용기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글은 탁 행정관에 의해 직접 성폭행을 당한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어 '낚시성 글'로 지목될 수 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글의 일부를 발췌해 제목으로 사용한 여성신문의 게시물이다. 이 글을 널리 알리려는 여성신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저런 자극적인 제목은 탁 행정관의 명예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뉴스톱은 종합적으로 검토해 "탁현민의 그 여중생"라는 주장을 '거짓'으로 판정했다.

 

*2017년 7월 25일 오후 6시 28분 1차수정: 일부 표현이 오해를 부를 수 있다는 내부 의견을 반영해 '뉴스톱의 판단' 2번째, 3번째 단락에 설명문장을 추가했습니다.

*2017년 7월 25일 오후 11시 2차 수정: 여성신문 제목이 바뀌고 제제가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해 관련 내용 추가했습니다.

*2017년 8월 16일 오전 11시 17분 3차 수정: 마지막 문단 "여성뉴스의 게시물이다"를 "여성신문의 게시물이다"로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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