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나경원 자녀 '연구'는 정말 고교생이 할 수 있는 수준인가

  • 기자명 박한슬
  • 기사승인 2019.09.1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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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인사 자녀들의 선물저자(Gift Author) 논란이 뜨겁습니다. 처음에는 조국 법무부장관의 딸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대한병리학회지에 제1 저자로 의학논문을 게재했다는 사실에서 논란이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아들도 고등학교 재학 중에 해외 학회에서 포스터발표를 진행한 것이 드러나 유사한 사례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중입니다. 청탁 여부는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두 논문 모두 내용적인 측면에서 고등학생이 쓰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뉴스톱에서 두 논문이 각각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짚어봤습니다.

YTN 화면 캡처.

 

1. 조국 법무부 장관 딸 대한병리학회 논문 내용은?

조국 장관의 딸이 작성한 논문은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 논문은 철회되었음)이라는 제목으로, 외국어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2008년 방학 기간을 이용해 충남 천안시의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가량 인턴을 한 후 작성되었습니다. 의학 분야에 큰 관심이 없으신 분이라면 제목을 봐도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아리송하시겠지만, 해당 논문은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이라는 질환이 특정 유전자의 변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한 것입니다.

특정한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개인이 타고나는 유전적인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이 살아가는 환경에 의해 나타나는 환경적인 요인입니다. 특정한 소수의 유전질환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질환은 유전적 영향과 환경적 영향을 동시에 받아서 나타나고, 각각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지와 어떤 것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는 것은 의학과 보건학에서 중요한 과제 중 하나입니다. 흡연 때문에 고혈압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도 이러한 종류의 연구 때문에 밝혀진 것이고, 특정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아토피와 같은 알러지 질환에 더 취약하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시면 됩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이 고등학생 시절 1저자로 작성한 논문은 철회되었다.

해당 연구에서 다루는 것은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이라는 질환으로, 명칭은 어려워 보이지만 뇌로 혈액 혹은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여러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손목을 꽉 쥐어서 피가 안 통하게 막으면 손이 하얗게 변하며 감각이 사라지듯, 뇌로 제대로 혈액공급이 되지 않는 현상이라 이해하시면 그리 틀리지 않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질환이 출산 직후 신생아들에게도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질환은 생활습관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므로 분석할 영역이 있지만, 갓 태어난 신생아는 산모가 특정한 환경에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면 유전적인 영향을 강하게 받을 것이란 가정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영향 요인을 찾던 중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라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에 문제가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 본 논문의 요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우선은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라는 단백질입니다. 우리 몸의 혈관은 여러 신호를 통해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며 혈압을 조절하고, 혈류량을 조절합니다. 표현은 쉽지만 실제로는 세포 내의 복잡한 신호전달 과정을 통해 이 과정이 진행되는데, 그 중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산화질소(NO)입니다. 산화질소가 혈관에 작용하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의 직경이 넓어짐으로써 혈류랑이 증가해 해당 부위로 혈액이 더 많이 몰릴 수 있게 해줍니다. 비아그라가 개발되기 전에는 산화질소를 증기 형태로 흡입하는 발기부전 치료제가 있었을 정도니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쉽게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만약 이 산화질소를 만드는 효소에 문제가 있다면, 혈관이 제대로 확장되지 않습니다. 만약 신생아의 뇌로 혈액을 보내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이 생길 수 있으니, 해당 질환이 생긴 아기들의 혈액을 채취해서 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조사한 것입니다.

여기까지 따라오셨으면 아시겠지만, 이 논문은 결코 만만한 내용이 아닙니다. 우선 신생아에게 발생하는 허혈성 저산소뇌병증 자체도 그리 자주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라 관련 분야의 전문의가 아니라면 일반 의사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어떤 단백질들이 이 질환에 관여하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유전자가 어떤 단백질을 발현시키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능력을 갖춰야 이 논문을 쓸 수 있는 겁니다. 관련 내용은 낮게 잡아도 생명과학 분야를 전공한 2-3학년 학부생은 되어야 이해할 수 있고, 이를 연구대상으로 삼아 연구를 설계하고 진행하려면 석사 수준은 되어야 합니다.

1997년 국제 금 시세 변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숫자만 읽을 줄 아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한국의 금 모으기 운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듯, 3페이지 남짓의 짧은 분량이라고 해서 요구되는 지식의 양이 적지 않고, 고등학생용 에세이라고 폄하될 수도 없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대한병리학회는 윤리위원회를 열어 해당 논문을 철회했습니다. 대한병리학회는 해당 논문을 검토한 결과, 저자의 자격 요건을 충적하는 저자는 장영표 교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해당 논문이 IRB 승인을 허위로 기재한 사실도 확인했습니다. 직적접인 논문 철회 이유는 IRB허위 기재 등 연구 부정이지만, 실제로 조국 장관의 딸이 기여한 바가 제1 저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이 학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내려진 것입니다. 사실상 고등학생이 쓸 수 있는 수준의 논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2. 나경원 원내대표 아들의 포스터발표* 내용은?

*포스터 발표 : 학술대회에서 큰 전지(=포스터)에 연구 내용을 한 장으로 요약하여 발표하는 간이 논문의 일종.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아들이 제출한 포스터는 <광전용적맥파와 심탄동도를 활용한 심박출량의 타당성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미국의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4년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 7월 중순부터 8월 초까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실험실에 소속되어 국제의용생체공학 학술대회(EMBC)에서 포스터를 발표하였습니다. 이 포스터 역시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짐작하기 힘드시겠지만, 해당 포스터 발표는 “심박출량”을 측정하는 두 가지 방법을 비교하는 내용입니다.

혈액이 온몸을 타고 흐를 수 있는 것은 심장에서 끊임없이 혈액을 순환시키기 때문입니다. 심장에서 높은 압력을 가해 혈액을 뿜어내면, 동맥을 통해 몸 곳곳으로 이동하고 다시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때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혈액의 양을 심박출량(Cardiac output, CO)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무척 안타깝게도 심박출량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의 양을 직접 측정하는 것이 무리가 가기도 하거니와, 이를 연속적으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입원 과정이 필요한데 환자가 아무 일도 안 하고 병원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거든요. 그래서 간접적이긴 하더라도 연속적이고, 환자 혼자서 심박출량을 측정하는 방법을 찾아서 평가하자는 것이 해당 발표의 골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이 고등학생 시절 참여해 1저자로 등재된 연구. 이 연구는 학술대회에서 포스터로 발표되었다.

 

한 가지 방법은 “광전용적맥파”라고 번역된 photoplethysmography (PPG)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해 드렸듯, 심장은 혈액을 뿜어내 온몸으로 순환하게 합니다. 심장 소리를 들어보신 분은 누구라도 알 수 있듯, 이 과정은 주기성을 가집니다. 심장에 혈액을 채우고, 다시 강한 압력으로 뿜어내는 주기를 가지기에 혈액이 통과하는 혈관도 주기성을 갖고 조금씩 움직이게 되죠. 손목 근처에 손가락을 대고 맥박을 짚을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인데, 이 차이를 빛을 이용해 감지하는 것이 PPG입니다. 피부에 LED 조명을 비춰서 반사되는 빛을 센서가 인지함으로써 혈관의 변화를 감지하죠. 이 변화의 정도를 이용해서 심박출량을 역으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다른 방법으로 제시된 것은 “심탄동도” 혹은 “심탄도”라고 번역되는 ballistocardiograph (BCG)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쪽은 PPG보다 훨씬 단순하게, 심장이 박동할 때마다 발생하는 물리적인 진동인 심탄도를 직접 측정하는 방식입니다. 갑자기 격한 운동을 하거나 공포영화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으신 적 있으실 겁니다. 이런 경우에는 본인도 직접 두근거림을 물리적으로 느끼지만, 평상시에도 심장의 박동으로 인한 미세한 진동은 꾸준히 발생하게 됩니다. 이를 기계를 이용해 측정함으로써 심박출량을 추정할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죠. 해당 포스터에서는 여러 요인을 고려할 때, BCG보다는 PPG가 더 가능성 있는 측정 도구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LED 센서를 이용해 혈관의 수축-이완 정도를 측정해 심박출량을 추정하고, 미세한 심장 진동을 측정하는 기법으로 심박출량을 추정한 다음 두 방식 중 어떤 것이 실제 환자에게 더 적절할지를 판단하는 과정을 1달 남짓 연구실 생활을 한 고등학생이 설계-수행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관련 내용은 생명과학 전공 학과에서도 일반적인 전공과목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인 데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아들이 진학한 것으로 알려진 화학과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이런 연구가 진행되는 이유는 심장질환을 가진 환자를 가정에서 원격으로 모니터링 하는 방법을 고안하기 위해서이고, 국내에서는 원격의료의 일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학 연구에서도 특수한 사람들만 참여하는 매우 한정적인 분야입니다. 일반적인 고등학생이 설계해서 수행한 연구일 가능성은 극히 낮고, 교신저자가 청탁을 받았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볼 때 이 역시 선물 저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등학생 수준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구요?

YTN 유튜브 캡처

3. 한국 고등학생들은 실제로 어떤 연구과제를 하는가?

국내에서 과학 교육에 있어 가장 권위있는 단체는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입니다. 해당 단체에서는 매년 초등학생, 중학생을 대상으로 ‘자연관찰탐구대회’와 ‘과학탐구실험대회’를 열어 시상하고 있으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는 ‘고등학교과학탐구대회’를 일반계 고등학교와 과학고등학교로 나눠 시상하고 있습니다. 2018년 고등학교 과학탐구대회에서는 대략 이런 문제들을 출제했습니다.

"빨대를 이용하여 30cm 길이의 머리카락 1개의 질량을 측정하는 실험 방법을 설계하고 측정하시오."

“다음 사항을 참고하여 머리카락의 밀도를 구하고, 30cm 길이의 머리카락 1개에 들어 있는 케라틴의 분자의 개수를 구하시오."

◦ 머리카락은 원기둥 모양이라고 가정한다.

◦ 머리카락은 케라틴으로만 이루어졌다고 가정한다.

◦ 케라틴의 분자량은 5×104, 아보가드로 수는 6×1023개로 함

-한국과학교육단체총연합회 <2018년 종합보고서> 중

 

해당 문제들은 국내 과학교육 전문가들이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풀 수 있는 수준의 과제로 엄선해서 낸 것이고, 본인들이 작성한 방법에 따라 직접 실험을 수행하여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너무 쉬운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해당 대회는 일반계 고등학교는 시도 대회를 통해 선발된 학생들만 본선에 참여한 것이며 과학고등학교의 경우 교내 예선을 통해 선발한 학생들만 본선에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전국의 고2 학생들 중에서는 나름대로 훌륭한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회에서도 이 정도 수준이 적절하다고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신생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이라는 희소한 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밝히는 연구를 계획, 설계해서 수행하고 논문을 작성한다거나, 연속적인 심박출량 추정을 위한 의료기기의 선행연구를 위해 두 가지 의료기기의 심박출량 추정 적절성을 평가하는 실험을 구상하고 수행하는 난이도의 연구는 절대 고등학생 수준에서 할 수 없는 연구입니다. 부모의 여러 인맥을 이용해 고등학생 신분으로 연구실 인턴으로 참여하는 것까지는 윤리적인 범위 내에 있지만, 고등학생이 이를 통해 1저자 논문을 작성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며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아들의 포스터 발표에 대한 논란이 일자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몇 주 전에는 2주만에 논문을 작성한 조국 장관의 자녀를 강력하게 성토한 바 있습니다. 당시 나 원내 대표는 "조국 후보자 딸이 2주 과정으로 의학 논문 1저자에 올랐다"며  "본인에게만 한없이 관대한 집권세력의 이중성 민낯이 드러났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진영논리가 아닌 연구윤리의 관점에서 두 연구는 모두 철회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됩니다.

*2019년 9월 12일 오전 10시 50분 1차수정(에디터: 김준일) : 1. 조국 법무부 장관 딸 대한병리학회 논문 내용은? 파트 맨 아래 문단을 수정했습니다. 여러 독자들이 조국 딸이 참여한 논문이 철회된 이유는 연구윤리 규정 위반때문이라고 지적을 했습니다. 대한병리학회는 (병리학회 "'조국 딸 논문' 직권 취소…연구부정행위" 연합뉴스 기사 참고) 해당 논문에 연구부정행위가 있었을 뿐 아니라 장영표 교수 소명서 진술을 검토한 결과 저자의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저자는 장 교수 한 사람 뿐이라는 사실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즉, 조국 장관 딸 조민씨는 이 논문에 참여는 했지만 저자 자격이 없다는 것이 공식확인된 것입니다. 고등학생 이 정도 난이도의 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는 이 글의 취지와 부합하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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