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정리] 조국 딸 vs 나경원 아들 연구 논란 '4대 쟁점'

  • 기자명 박강수 기자
  • 기사승인 2019.09.1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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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아들은 2014년 고등학교 여름방학 기간 동안 의학 연구에 참여했고 그 성과로 포스터(학술대회 발표용으로 연구 내용을 한장 요약한 간이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인으로서 부모의 지위, 고등학생의 연구 참여, 제1저자 등재 등 얼개가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논문 논란’과 닮은꼴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딸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아들의 논문 논란을 비교 정리한 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보도가 나온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 장관의 딸과 나 대표의 아들을 비교하는 표 이미지가 돌았다. 자유한국당에서도 반박자료를 표로 제시했다. 각자의 표는 각자의 정치적 이익에 맞추어 비교 기준이 유리하게 설정된 모양새다. 뉴스톱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을 토대로 두 사안을 비교 분석해봤다. 쟁점은 다음 네 가지다. 

① 청탁 유무 ② 연구 기여도 ③ 연구 윤리 ④ 입시 영향

 

자유한국당에서 내놓은 조국 장관 딸과 나경원 대표 아들 논문 논란 비교 자료.

 

① 부모의 지위를 이용한 청탁이 있었는가

→조국 사례: 아직 확인되지 않음, 나경원 사례: 본인이 직접 교수에게 부탁

조국 후보자의 딸이 참여한 의학 논문 책임 저자 장영표 단국대 교수는 지난 3일 청탁 여부 등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국 장관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학부형 참여 인턴십은 저나 제 배우자가 만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재학 중이던 고교의 담당 선생님이 만들고 그 프로그램에 저희 아이가 참여한 것"으로 "논문 과정에서 1저자(로 등재된) 문제는 제가 그 교수님께 저희 어느 누구도 연락드린 바 없다"고 설명했다. 장영표 교수 쪽에서도 “(인턴십에 대해) 학교에서 먼저 연락이 왔고 학부형들끼리 안면은 있었다”는 해명이 나왔다.

나경원 대표 아들이 이름을 올린 포스터의 교신저자 윤형진 서울대 교수는 지난 10일 노컷뉴스 인터뷰에서 “김OO 학생이 미국 뉴햄프셔에서 개최되는 과학경진대회에 참여하고 싶은데, 이를 위한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느냐는 연락을, 평소 친분이 있던 나경원 의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밝혔다. 나 대표의 개인적인 부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 대표 측은 “아이가 미국에서 고교에 다녔기에 방학 동안 실험할 곳이 없어서 실험실을 사용하고 이런 부분에 대해 알려주십사 부탁을 드린 적은 있다”며 “학술논문을 쓰기 위한 것도 아니고 그 지역 고등학교 과학 경시대회에 참여하는 데 실험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나 대표 아들 김씨가 과학경진대회 출전에 필요한 연구 활동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감독인과 환경을 제공받았을 뿐 부당한 특혜를 누린 것이 아니라는 반박이다.

아울러 조국 장관과 나경원 대표의 당시 신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 장관은 딸이 인턴십을 했던 2008년 서울대 교수였던 반면 나 대표는 아들이 연구에 참여했던 2014년에 국회의원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교수보다는 국회의원 쪽이 암묵적이든 명시적이든 부정한 청탁을 했을 개연성이 높을 것이라는 심증이 반영된 지적이다. 실제 나 대표의 아들이 연구를 수행한 기간은 “2014년 7월 중순부터 8월 초”다. 나 대표는 당시 2011년 서울시장 보궐 선거 낙선 이후 정계에서 멀어져 있다가 2014년 7월 30일 재보선 선거를 통해 동작을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해당 연구는 선거 이전에 시작되었으므로 엄밀히 말해 국회의원 신분으로 부탁을 한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냐고 지적을 하고 있지만 해당 법은 2015년 3월 제정되어 1년6개월간 유에기간을 거쳐 2016년 9월부터 시행되었다. 설사 나경원 원내대표가 당시 국회의원 신분이었다 하더라도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정리하면 조국 장관의 딸 조씨는 학교와 학부형 중심으로 마련된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에 참여했다. 제1저자 등재와 관련해서 청탁이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인턴십 참여 자체를 위법한 청탁이라고 볼 근거(금품 수수 등) 역시 아직 없다. 나경원 대표의 경우 아들 김씨는 나 대표가 직접 윤 교수에 연락해 연구 지원을 받았다. 부모의 영향력이 직접적으로 행사된 정황은 확실하다. 다만 불법을 저질렀다고 볼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② 제1저자로 등재되기에 걸맞은 기여를 하였는가

→조국·나경원 사례 모두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지배적. 기여도를 따져봐야 함.

제1저자 등재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해당 연구의 수준, 실험 과정에서 실재 참여 정도, 제1저자 기준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 연구의 수준과 실험 과정에 대한 내용은 뉴스톱의 ‘조국·나경원 자녀 '연구'는 정말 고교생이 할 수 있는 수준인가’ 기사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는 논문과 포스터에서 제1저자의 차이를 중심으로 따져보고자 한다.

‘논문 논란’이 불거지자 곧바로 나온 나경원 대표의 해명은 “아이는 당시 논문을 작성한 바 없다”는 것이었다. 나 대표의 아들 김씨가 참여해 이름을 올린 곳은 ‘정식 논문이 아니라 발표를 위한 포스터’라는 설명이다. 김씨는 2014년 여름 연구에 참여했고 이듬해 3월 해당 연구로 미국 뉴햄프셔 과학 박람회에서 입상했다. 연구 포스터는 같은 해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국제의용생체공학 학술대회에 등록되었고 여기에 김씨의 이름이 제1저자로 올라갔다. 김씨 소속은 미국의 고등학교 ‘세인트폴스쿨’로 기재되었으며 김씨 외에도 지도교수인 윤형진 교수 등 3명의 서울대학교 소속 연구원이 이름을 올렸다.

포스터는 앞서 설명했듯 발표를 목적으로 연구 내용 등을 한 장에 요약한 일종의 간이 논문이다. 일반적으로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과정만큼 까다롭고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물론 포스터 발표 역시 논문과 마찬가지로 저자, 서론, 연구방법, 결론 등 형식을 갖춰 준비해야 하지만 발표 내용을 사전에 따로 심사 받지도 않는다. 따라서 논문에 실릴 만큼 완성된 연구 성과가 아닌 갓 시작한 수준의 연구로도 발표가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한결 느슨한 기준을 적용 받는 것이다.

조국 장관 딸의 논문에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온 대한의사협회도 "포스터 연구는 정식 논문이 아니며, 연구에 대한 일종의 예비 보고로 볼 수 있다. 포스터 연구에 대한 명확한 국제 가이드라인이나 기준이 없고 학회마다 판단이 다를 것 같다”며 김씨의 포스터 연구 저자 자격을 조씨의 논문과 동일 기준에서 논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장관 딸 조씨의 단국대 의학 논문에는 저자 자격 논란 외에도 연구 윤리 문제 등이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저자 선정에 있어서는 논문이나 포스터 모두 연구 기여도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엄창섭 대한연구윤리협의회장은 "포스터 발표라고 해서 저자 논란을 비켜가는 것은 '어폐'다"라면서 "특별하게 학술발표에서의 저자 선정에 대한 원칙은 없지만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의 저자 선정의 규정을 준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종학 서울대 교수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포스터 발표는 정식 논문은 아니지만 당연히 연구 업적에 포함된다”며 “정식 논문이냐 포스터냐가 중요하진 않아 보인다.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면 얼마나 주도적으로 했는가가 1저자 논란의 기준”이라고 주장했다.

종합하면 나경원 대표 아들 김씨의 포스터 연구는 조국 장관 딸 조씨의 논문과 형식적 차이는 있지만 제1저자 등재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결국 연구 기여도가 구체적으로 해명되어야 한다. 나경원 대표는 "당시 7월~8월에 실험하고 이후 과학경시대회 나가고 포스터 작성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저희 아이가 직접 실험하고 작업한 것"이라며 "미국 고등학교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는데 이러한 실력과 상관 없이 명예를 훼손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김씨가 연구 전반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설명이다.

 

③ 연구윤리 규정은 지켜졌는가

→조국 사례: IRB 허위 기재로 논문 취소, 나경원 사례: IRB 승인 안받아 서울대 발표 앞둬

조국 장관 딸 조씨가 참여한 단국대 의학 논문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 연구윤리 규정 위반 등에 대한 지속적인 지적이 있었고 결국 대한병리학회는 지난 5일 해당 논문에 대해 취소 결정을 내렸다. 주된 취소 사유는 ‘저자 역할의 부적절성’과 ‘IRB 승인 허위 기재’다. 책임저자 장영표 교수를 제외하면 조씨를 포함한 다른 저자들의 역할이 분명치 않은 점,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승인을 받지 않았음에도 승인을 받았다고 기재한 점 등이 연구부정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나경원 대표 아들 김씨가 참여한 포스터 연구 역시 연구윤리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KBS 보도가 나왔다. 서울대 측은 "해당 연구는 착수 전에 IRB 심의를 받아야 했지만, 받지 않았다"며 “IRB 내 회의체에서 심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 대표 측도 "해당 연구는 연구자 본인이 직접 대상자가 되어 완전히 비침습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진행하는 연구로 특별하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없다는 점에서 IRB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라 판단하고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다시 확인한 결과 IRB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지도교수인 윤형진 교수도 IRB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연구 부정 문제는 일차적으로 지도교수의 책임이다. 장영표 교수와 윤형진 교수가 소명할 내용이다. 차이가 있다면 장 교수는 ‘제1저자로서 저자의 역할’ 부분에 해명을 요구 받았다는 점, 그리고 윤 교수의 경우는 이제 막 심의를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이다. 장 교수 논문의 경우 논문 취소 사유에 ‘저자 역할의 부정확성’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추후 제1저자 등재와 관련해 청탁이 오간 사실이 밝혀진다면 연구부정의 책임도 일부 조국 장관 가족의 몫이 될 수 있다. 나경원 대표 아들의 연구는 서울대 심의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다.

④ 해당 스펙이 입시에 활용되었는가

→조국·나경원 사례 모두 심증은 있으나 입시 활용 여부 확인 안됨. 

이 모든 사태의 끝에는 대학 입시가 있다. 조국 장관 딸의 인턴십은 입시용 프로그램으로 “외국 대학에 가는 데 써야 하기 때문에 서둘러 국내 저널에 논문을 실었다”는 장영표 교수의 증언도 있었다. 조씨는 고려대학교 입학 당시 자기소개서에 “단국대 의료원 의과학 연구소에서의 인턴십 성과로 나의 이름이 논문에 오르게 되었다”라고 썼다.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고 적지는 않았다. 이미 고려대 측에서는 당시 자료는 모두 폐기되어 해당 논문이 실제 제출되었는지, 합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으며, 논문이 취소된 후에도 입학 취소 여부와 관련해 “검찰 수사 결과를 보고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냈다.

나경원 대표 아들 김씨는 학회에서 포스터가 발표된 이듬해 예일대학교 화학과에 진학했다. 다만 과정에서 해당 포스터 발표나 같은 연구로 받은 과학경진대회 수상 실적 등이 어떻게 활용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과학경진대회 성적 등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만이 있을 뿐이다. 사실상 조국 장관 딸과 나경원 대표 아들 모두 대학 진학 과정에서 문제의 논문과 포스터가 정확히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밝혀내기는 쉽지 않다. 일련의 프로그램들이 스펙 쌓기의 일환이었다는 정황만 있다.

 

총평

논문이 취소되는 상황까지 나아간 조국 장관 딸의 경우와 막 의혹 제기가 시작된 나경원 대표 아들의 경우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후자는 아직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 많다. 다만 드러난 사실에 기초할 때 개인적 부탁의 정황은 나경원 대표 아들 쪽이 뚜렷하고 제1저자의 부적절함은 조국 장관 딸 쪽이 더 명확하게 입증된 상황이다. 아직 양쪽 다 결정적인 불법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소수 상위 계층만 접근 가능한 기회를 배타적으로 점유했고 이를 통해 입시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사실만큼은 두 사안에 차이가 없다. ‘부모가 곧 특혜’라는 비판에 대해 조국 장관은 "젊은 세대에 실망과 상처를 줬다. 법적 논란과 별개로 학생과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고 나경원 대표는 “특혜라고 읽혀지는 부분이 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미디어국은 해당 의혹을 보도한 “노컷뉴스와 KBS에 대해 명예훼손에 의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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