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부론, '욕망의 정치'라는 승리공식을 소환하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9.24 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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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의 ‘2020 경제대전환·민부론’ 발표 이후 정치권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주요 정당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황교안 대표의 민부론을 비판했습니다. 이명박의 747과 박근혜의 줄푸세의 재탕이다, 민폐론이다, 표절이다 등등 논쟁이 이어졌습니다. <정치권의 민부론 갑론을박> 이 뉴스를 행간에서 짚어 봤습니다.

자유한국당 유튜브 '오른소리' 캡처

1. 보수의 승리방정식

1987년 이후 보수진영에선 노태우·김영삼·이명박·박근혜를, 진보진영에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당선시켰습니다. 진보에게는 좌우연합·국민주권·적폐청산의 승리공식이 있었다면 보수에게는 지역구도·부자욕망·박정희 향수가 있었습니다. 노태우·김영삼은 호남을 고립시키는 '지역연합'과 김대중에 대한 '색깔론'으로 집권했고, 이명박은 '부자되기 열망'을 자극해 성공했고, 박근혜는 '박정희 복권'을 내세워 당선됐습니다. 이중 박정희 향수는 박근혜 탄핵 이후 당분간 유효하지 않은 카드가 됐고, 지역구도와 색깔론으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보수에게 남은 카드는 이명박식 ‘욕망의 정치’입니다.

문재인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경제지표상으론 나쁘지 않지만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참여정부 데자뷰'인데요. 자유한국당이 대안으로 내세운 것이 '이명박의 747공약'을 연상케하는 민부론입니다. 국민소득 5만달러 달성 등 국민을 부자로 만들겠다는 내용이 상당히 닮았습니다. '민부론'은 검증된 방식으로 정권탈환을 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의 의지입니다. 다만 진보진영엔 ‘노무현 학습효과’가 있어서 과거처럼 성공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2. ‘프레임 전투’의 승리

자유한국당이 민부론을 발표한 이후 여야 할 것 없이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패한 경제 정책에 대한 향수만 가득했다’ ‘이름을 도용했다’ ‘이명박·박근혜 유턴 공약’ ‘잘못된 처방 내린 무능한 의사’ ‘민부론이 아닌 민폐론’ 등입니다. 이같은 정치권의 격렬한 반응은 역설적으로 자유한국당의 민부론에 대한 견제심리를 반증하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세력은 국정농단에 대한 책임론과 탄핵 입장차로 분열된 뒤 방황했습니다. 내용이 맞든 틀리든 정부 정책을 체계적으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정상적인 야당'으로 복귀했음을 의미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은 ‘조국 정국’ 때문입니다. 친일프레임에 갇혀서 옴짝달싹 못하던 보수가 조국 장관에 대한 총공세로 돌아서면서 지지율을 회복했고, 경제에도 눈을 돌릴 여유가 생긴 겁니다.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강력한 제1야당의 복귀는 모든 정당을 긴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컨벤션 효과로 인해 황교안 대선지지율도 상승추세입니다. 힘 받은 자유한국당은 어떤 논쟁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입니다. 민부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것이 오히려 프레임 전쟁에서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진보진영에서 밀고 있는 ‘검찰개혁’ 프레임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침묵의 이유

민부론 비판에 한 곳의 예외가 있습니다. 바른미래당은 민부론에 대한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정책적으로 두 정당이 상당히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소득주도성장이나, 탈원전정책 등에 대해 두 정당 모두 지속적으로 비판을 해왔기 때문에 바른미래당 입장에서는 굳이 민부론을 비판할 만한 내용이 없을 겁니다.

정치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조국 정국 이후 두 정당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졌습니다. ‘반조국’을 매개로 한 반문연대 성사 가능성에 커지는 상황에서 민부론은 두 정당 연합에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박근혜 탄핵에 대한 입장차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합당까지는 불가능하더라도 선거 연합을 통해 총선에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그 명분은 '조국'과 '경제'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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