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지킴이'가 드러낸 사법불신·정치팬덤·진영대결 시대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9.26 09:0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항소심 재판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이 선고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지키겠다는 모임이 25일 출범했습니다. ‘경기도지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와 공정의 시대정신을 지키기 위해 모였다.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 지사가 지사직을 내려놓는 불행한 일은 결코 있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대책위에는 정치·종교·법조·언론·문화예술계 1184명이 참여했습니다. 함세웅 신부, 김홍걸 민화협 상임의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축구해설가 신문선씨, 소설가 이외수씨, 가수 김종서씨 등 저명인사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재명 지킴이 대책위 출범>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KBS 화면 캡처

 

1. 사법불신의 시대

대책위는 “사법부에 묻는다. 국민들은 이재명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과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2심 판결의 괴리를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설령 허위사실 공표죄의 여지가 있다고 가정해도 당선무효형은 헌법이 보장한 주권자의 선택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얘기하면 2심 법원 판결이 잘못됐으니 대법원이 바로잡으라고 압력을 넣은 것입니다.

최근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눈에 띄게 하락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8년 6월 CBS <김현정의 뉴스쇼>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사법부 판결을 못 믿겠다'는 국민이 63.9%로 '신뢰한다' 27.6%를 압도했습니다. 박근혜 정권 당시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거래 사건으로 인해 법원 불신이 극에 달했습니다. 최근 조국 정국으로 인해 검찰에 대한 불신에 더해 법조계 전체에 대한 불신이 심해지고 있습니다. 사법불신의 시대의 문제는 재판결과 유불리에 따라 재판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해진다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 재판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며 석방을 요구하는 것도 사법불신의 한 현상입니다.

 

2. 정치팬덤의 시대

과거에 비해서 정치인에 대한 팬덤강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김영삼·김대중·노태우·김종필 등 정치인에 대한 사람들의 지지는 분명했지만, 이를 감정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정치인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 지지그룹, 노사모의 등장이었습니다. 이후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박사모가 나왔습니다. 최근 정치인 팬덤그룹은 호칭은 그야말로 발랄합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그룹은 스스로를 문꿀오소리, 달빛기사단 등으로 부릅니다. 그런데 반대그룹에서는 문대통령 지지그룹을 '대깨문'이라고 부릅니다.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의 줄임말입니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이런 구호를 외친 것에서 기원했습니다. 이런 표현은 '대가리가 깨져도 지드래곤' 같은 아이돌 팬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최근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아이돌 팬덤과 같은 맹목성을 보인다는 겁니다.

정치인 팬덤그룹의 특징은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해 불리한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반전시키려는 겁니다. 유무죄는 법원에서 가려지는 것이고 잘못이 있으면 처벌을 받는 것이 당연한 것입니다. 이재명 지킴이 출범은 사실상 법과 양심에 따라 증거만 보고 판단해야 하는 법관에 대한 압력입니다. 사법부 뿐 만 아니라 정치권이나 지지자그룹이 재판의 정치화를 이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3. 진영대결의 시대

닥터헬기로 유명한 이국종 교수는 최근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중단 없는 도정이 중요하다"며 이재명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는데요. 24일 자유대한호국단이란 시민단체 10여명이 이 교수가 재직중인 아주대 병원을 찾아 이지사 탄원서 작성을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범죄자 이재명 선처해달라며 탄원서 제출한 이국종 교수를 규탄한다'는 내용의 플래카드 내걸고 아주대병원에 이국종 교수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징계를 요구하는 시위를 개최하는 것, 한국사회의 진영대결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입니다.

정치인 이재명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사람입니다. 2017년 민주당 당내 경선을 거치면서 이재명 지사에 대한 비토그룹은 보수진영 뿐 아니라 진보진영내에도 나타났습니다. 이재명 지지자는 스스로를 손가락혁명군, 손가혁이라 불렀습니다. 반면 열성적 문재인 지지자는 스스로를 '문파'라고 부르면서 이재명 비토그룹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들은 소위 '혜경궁김씨' 소송 등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최근엔 조국 장관을 중심으로 친조국과 반조국 진영이 홍해바다처럼 갈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팬덤에 사법불신이 더해지면서 특정 정치인을 중심에 둔 진영대결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