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폐논란' 트럼프 탄핵,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 기자명 박상현
  • 기사승인 2019.09.2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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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워싱턴, 이제 탄핵의 폭풍 속으로>

며칠 전, 워싱턴 정가에서는 큰 사건이 터졌다. 아니, 트럼프 행정부에서 보는 흔한 사건들 하나로 보였던 사건이 특급 태풍으로 발전해버렸다. 그 결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몇 시간 전 드디어, 드디어 트럼프 탄핵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왜 펠로시는 이제껏 탄핵 절차에 반대해왔을까? 무슨 사건이 펠로시의 마음을 바꾸게 했을까? 트럼프의 탄핵은 정말로 가능한 일일까? 탄핵에 실패하면 워싱턴의 구도는, 아니 2020년 대선은 어떻게 될까? 먼저 사건의 배경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1. 전화통화, 내부고발자

시작은 미국의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어떤 인물의 고발이다.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이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과 한 외국 정상 사이의 전화통화에서 심각한 문제를 발견하고 이 사실을 관계 기관에 알렸다. 이 내부고발자(whistleblower)의 보고 내용은 정보기관을 감찰을 총책임지고 있는 Intelligence Community Inspector General에게 전해졌고, 충분히 근거가 있다고 여겨진 이 내용은 미국 의회로 전달되었다. 이 내용을 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밋 롬니 같은 공화당 중진들도 좌시해서는 안되는 상황이라고 했을 만큼 중대한 사건이 되었다.

2. 고발자의 주장

트럼프는 지난 7월 25일,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면서 젤렌스키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고 한다. 바로 (민주당 대선후보 주자인) 조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을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헌터 바이든은 현재 우크라이나의 천연가스 회사의 이사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미국과의 관계가 중요한 우크라이나로서는 일종의 헤징이었을 수 있지만, 헌터 바이든은 아버지와 달리 정치인이 아닌 비즈니스맨으로 일하고 있어서 우크라이나 기업의 이사회 멤버로 일하는 데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러시아 문제로 적국과 공모했다는 공격을 받는 트럼프로서는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와 연계되어 있다는 것에서 역공의 기회를 발견했을 수 있다. 따라서 그 혐의를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 고발자의 주장이다.

3. 우크라이나에 던진 미끼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트럼프의 부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모를 리가 없다. 트럼프가 조사를 해달라는 대상이 차기 대통령이 될지 모르는 후보의 아들이고, 그 부탁을 들어주는 것 자체가 세계 최강대국의 국내정치에 개입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2014년에 러시아와 사실상의 전쟁을 치른 나라다. 친러시아 반군이 우크라이나 정부를 상대로 반란을 일으켰고, 러시아는 군대와 무기를 제공했다. 또한 크리미아 반도는 러시아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합병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러시아의 침략 위협에 놓인 우크라이나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도움을 간절하게 원하고 있는 나라다.

미국은 그런 우크라이나에게 4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제공하려던 중이었다.

4. Smoking Gun

그런데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의 통화가 있은 지 일주일 만에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 의회가 승인한 군사원조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자세한 후속 보도에 따르면 전화통화가 있기 일주일 전에 이미 군사원조를 보류했다. 트럼프 측은 트럼프 행정부가 해외원조를 꾸준히 삭감해왔고, 우크라이나 건도 그렇게 봐야 한다고 변호한다. 트럼프는 통화를 한 후 군사원조를 하기로 결정을 바꿨다.

정리하면,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의회가 승인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자신의 대선 상대가 될 수 있는 정적 조 바이든의 흠집을 찾아내는 데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내용을 내부고발자는 어떻게 알았을까?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과의 통화는 비밀리에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그 자신이 office다. 모든 통화내용은 반드시 제3자가 들어야 하고, 기록에 남겨야 한다. 여기에는 트윗도, 이메일도 포함된다. (알다시피,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곤경에 빠뜨린 사건이 그가 국무장관이던 시절에 개인용 이메일 서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5. 펠로시의 탄핵 반대

민주당 대선후보 중 엘리자베스 워런은 꾸준히 트럼프 탄핵을 주장해왔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테즈(AOC)를 비롯한 유색인종/여성/초선 하원의원 4인방(“The Squad”) 역시 트럼프의 탄핵을 아주 강하게 주장해왔다.

탄핵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하원에서 출발해야 하고, 하원에서 탄핵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하원의원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하원의장이기도 한 낸시 펠로시가 오케이를 해야 한다. 하지만 펠로시는 필사적으로 트럼프 탄핵에 반대해왔다. 왜일까?

펠로시의 계산법과 AOC, 워런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백악관과 상원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고, 대법원도 보수판사 우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미국의 정가를 지키는 민주당의 최후의 보루는 하원이다. 하지만 하원은 지난 중간선거 이전까지는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었다. 즉,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이 힘겹게 빼앗아 온 것이다.

6. 민주당의 하원 탈환

미국의 진보세력은 AOC와 샌더스, 워런의 시원한 트럼프 공격에 환호한다. 하지만 펠로시가 보는 시각은 다르다. 하원은 435석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땅뺏기를 하는 곳이다. 그런데 435석이 모두 격전지가 아니다. 가령 AOC는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서 의석을 뺏은 게 아니라, 민주당 의원의 자리를 경선에서 뺏은 거다. 본선에서 그 지역구는 공화당이 이기기 힘든 곳이다.

결국 지난 선거에서 판을 뒤집은 건 공화당과 민주당이 팽팽한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AOC와 샌더스 같은 민주당 공격수들이 출동해서 지원사격을 했던 지역구의 민주당 후보들은 거의 다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7. 펠로시의 걱정

무슨 말이냐 하면, 민주와 공화가 팽팽한 지역 유권자들은 샌더스나 AOC 같이 급진적인 개혁론자들을 싫어한다는 거다. 그들은 극보수도 아니지만, 중도개혁론자가 아니면 민주당에 표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트럼프 지지자들도 많이 있다.

물론 트럼프에게 표를 줬던 많은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행동에 지쳐가고 있고, 그중에 여러 지역구 주민들이 하원을 민주당에게 돌려줬지만, 그들은 트럼프에게 표를 줬던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통령 탄핵을 하겠다고 하면?

엄청나게 반발할 거고, 그 반발은 2020년 선거에 영향을 주게 된다. 알다시피 미국은 대통령 선거를 할 때 다른 모든 선거도 같이 한다. 그런데 트럼프를 탄핵하려고 했다가 실패하는 날에는 반민주당 바람이 불것이고, 민주당 아성이야 문제 없겠지만, 격전지는 모조리 날아간다. 그러면 트럼프의 재선 성공과 함께 간신히 버티고 있던 하원이라는 민주당의 보루도 무너질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다.

이게 펠로시의 걱정이었다. 펠로시는 진정한 변화는 법을 통과시켜야 일어난다고 믿는 사람이고, 그건 맞는 말이다. 펠로시는 트럼프의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하원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고 믿는다. 자신의 지역구가 안전한 AOC는 마음껏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지만, 정치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펠로시의 생각이다.

그런 생각 차이가 둘 사이를 나쁘게 만들기도 했고, 트럼프가 둘을 놀리자 다시 힘을 합쳐 반격하기도 했다.

8. 탄핵은 성공할까?

펠로시는 왜 태도를 바꿨을까? 펠로시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만큼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이 말은 국민들의 의견도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탄핵을 했다가 실패하더라도 반민주당의 바람이 거세게 일어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는 거다.

탄핵, 파면이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탄핵의 최종결정을 사실상 법원이 하지 않는다. 대법원장이 상원에서 재판을 진행하는 형태이지만 정치적인 절차에 가깝다. 그런데 현재 의회 구도상 하원을 통과하는 것도 장담을 하지 못하지만, 통과한다고 해도 상원에서 트럼프를 파면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9. 민주당은 왜 탄핵에 목숨을 걸까?

원칙적인 이유와 전략적인 이유가 있다. 원칙적인 이유는, 이렇게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을 만큼 타락하고 부패한 대통령이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내려갔다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을 뒷조사하라고 러시아에게 부탁한 것으로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은 트럼프가 똑같은 부탁을 우크라이나에게, 그것도 미국의 외교력을 동원해서 한 것은 미국의 법과 제도에 대한 무시를 넘은 조롱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미국 민주주의가 자정능력이 있음을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트럼프는 법만 어겼다고 비판 받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는 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법은 커다란 그물과 같아서 구멍이 많다. 그 틈을 채우는 것은 정치적인 선례다. 대통령이 왜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가? 대통령이 의회에가서 SOTU 연설을 하지 않으면 잡혀 들어가는가? 대통령직 하나만 봐도 법으로 모든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선례를 따르기 때문에 제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지켜야 할 온갖 decorum을 깨버리고도 대통령직을 유지했다는 사실이 주는 중대한 위험이 있다.

10. 대선, 대선, 대선

그럼 전략적인 이유는 뭘까? 미국에서는 대통령 탄핵에 성공한 적이 없기 때문에 무의미해 보이고, 무엇보다 대선에 불리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탄핵소추만으로도 아주 유리한 고지를 장악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탄핵소추된 대통령은 두 명, 탄핵 소추를 앞두고 사퇴한 대통령은 한 명인데, 후자인 닉슨의 경우는 물론이고 상원의 반대로 탄핵에 실패한 두 대통령(앤드류 존슨, 빌 클린턴)의 경우 모두 다음 번 대통령 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했다는 것이다.

*법률 용어의 문제: 엄밀하게 하원에서 통과되면 탄핵impeach이 되는 것이다. 파면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이 상원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트럼프 골수 지지자들의 생각은 바뀌지 않겠지만, 트럼프를 두고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 중도층, 다시 말해 오바마와 트럼프에 모두 표를 준 사람들은 ‘대통령감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것. 결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만 시작해도 트럼프의 재선을 막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게다가 트럼프에 대한 탄핵소추 절차가 이어지는 동안 트럼프는 선거운동에 집중하기 힘들어진다는 계산도 무시할 수 없다).

과연 그 계산이 맞을까? 맞건 틀리건 상관없다. 이제 계산의 시간은 끝났기 때문이다. 펠로시는 트럼프의 탄핵소추를 위한 공식조사에 들어간다는 발표를 하면서 이렇게 말을 맺었다.

"The president must be held accountable. No one is above the law."

워싱턴은 이제 폭풍 속으로 들어간다.

 

<2부: 트럼프 탄핵 급박한 전개>

워싱턴을 둘러싼 언론보도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정도로 미국 언론이 전력투구를 한 적이 있나 싶을 만큼 소식이 쏟아지고 있고, 다른 중요한 뉴스들이 뒤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쏟아지는 뉴스 중에는 정확하지 않거나 확인되지 않은 것도 있고, 잘못된 정보에 의한 추측성 분석도 있습니다. 워싱턴 업데이트도 미국 언론의 보도를 바탕으로 쓰다보니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쓴 것 중에서 나중에 다르게 밝혀진 것이 있으면 제가 계속 수정을 해놓겠습니다. 너그러이 양해바랍니다.

1. 문제의 문서

이번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한 직원이 공식 “complaint”를 감찰기관을 통해 제출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단순한 '불만사항’이라기 보다는 공식적인 문제제기 문서다. 이 문서가 미국 시간으로 목요일 오전에 공개되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워싱턴의 관심은 오전에 열릴 청문회였다. 이 청문회는 내부고발자의 문제 지적이 의회에 제출되기까지 왜 2주일이나 걸렸느냐를 확인하는 절차였다. 즉, 트럼프와 백악관의 압력이나 정보기관들의 협조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문제의 내부고발자가 제출한 내용이 고스란히 공개되었고, 진짜 폭탄은 여기에 있었다. 그 문서에는 백악관이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눈 대화내용을 극비문서로 취급하고 감추려했다는 내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2. 탄핵 부스터: 거짓말과 은폐공작

잠시 미국의 역사를 돌아보자. 탄핵소추를 앞두고 대통령직을 사임한 닉슨 대통령의 '죄’가 무엇이었을까? 흔히 ‘워터게이트 스캔들’이라고 알려진 사건은 엄밀하게 말해 두 개의 사건이다. 하나는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사무실에 잠입해서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그 사실이 밝혀질 것을 두려워한 닉슨이 은폐를 시도한 것이다.

도청을 선거사범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된 수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특별검사가 책임자를 찾아 수사망이 좁히자 1973년 10월 20일, 닉슨은 다급한 나머지 법무부 장관에게 특별검사를 해임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그렇게 못하겠다며 항의의 표시로 사임해버렸다.

그러자 닉슨은 차관에게 당신이 특별검사를 해임하고 명령했다. 차관도 더러운 명령을 수행하느니 명예롭게 사퇴하는 길을 택했다. 결국 닉슨의 명령을 수행한 사람은 차관보였고, 마침내 특별검사가 해임되었다. 이 모든 일이 토요일 하루 동안에 일어나서 미국인들은 이 사건을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부른다.

당시 닉슨의 탄핵소추에 찬성한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이었던 엘리자베스 홀츠먼은 닉슨의 은폐공작이 궁극적으로 닉슨을 끌어내렸다고 한다. (홀츠먼은 올해 초에 ‘트럼프를 탄핵해야 하는 이유(The Case for Impeaching Trump)’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3. 백악관의 은폐 공작

몇 시간 전(27일)에 나온 뉴욕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이 내부고발자는 CIA 요원이다. 미국의 정보기관 요원들은 일상적으로 백악관에 파견되어 직무를 수행하고 복귀하곤 하는데, 이 요원도 아마 그렇게 백악관과 일을 하다가 문제의 대화록을 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스캔들이 터진 이후로 트럼프는 “전혀 문제가 없는 대화였다. 대화록이 말해주지 않느냐”는 주장을 끊임없이 해왔다. 하지만 내부고발자의 보고서에 따르면 문제의 통화가 있은 후에 백악관 참모들이 긴장했고, “lock-down”을 명령했다는 거다. 즉, 이 대화록은 절대 밖으로 나가서는 안된다고 명령한 것.

그리고 더 나아가 대화록을 일상적인 서버에 저장하지 말고 비밀서류 만을 보관하는 별도의 컴퓨터에 저장하도록 했다는 것이 내부고발자의 주장이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트럼프가 개인적, 정치적 이득을 위해 미국의 외교력을 동원했다는 문제를 백악관에서 알고 있었고, 그것을 은폐하기 위해 평소와는 다른 별도의 서버로 숨겼고, 이를 지적하는 내부고발자의 보고 내용을 공개하라는 의회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4. 백악관의 입단속

대화록 공개 이후로 트럼프와 공화당은 통화 내용에 대가성(quid pro quo)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즉 군사적 지원을 미끼로 바이든 아들의 뒷조사를 부탁한 게 아니면 불법이 아니라는 것.

하지만 4억 달러의 원조를 기다리는 나라에게 “부탁favor”을 하는 것 자체가 대가를 앞세운 압력이라는 민주당의 반론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내부고발자의 주장처럼 백악관 참모들이 유독 그 대화록만을 비밀로 감추려고 한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원 소위원회가 관련자들을 소환해서 청문회를 할 경우 증언은 맹세를 해야 하기 때문에 거짓말이 드러나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 일이 트럼프는 자기 부하들의 입을 얼마나 철저하게 막을 수 있을까?

5. 트럼프의 반응

트럼프는 충성된 부하를 가지고 있지 않다. 트럼프를 위해 일했던 사람들이 “등에 칼을 맞고” 쫓겨나서 트럼프를 고발하는 증언을 하거나 책을 쓰는 일이 워싱턴의 새로운 revolving door라는 농담이 나올 만큼 그런 일이 잦다.

그렇게 쫓겨난 사람 중 하나인 앤서니 스카라무치의 표현에 따르면 트럼프는 사람을 볼 때 '내게 얼마나 이용가치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이용하고, 뱉어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의회의 조사가 계속 좁혀들어오면 트럼프를 끝까지 보호할 참모들이 얼마나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트럼프가 드디어 긴장하는 신호가 잡혔다. 트럼프가 UN회의로 머무르고 있는 뉴욕에서 스탭과의 미팅에서 “언론에 정보를 유출하는 사람들은 스파이”이며, “과거에는 스파이를 (요즘과는) 다르게 처리했다”고 위협하는 말을 해서 방안에 있는 스탭들이 긴장했다고 한다…. 물론 이 얘기도 언론에 전해졌다.

6. 공화당 단속

트럼프의 오늘(26일) 트윗도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보여준다(27일 현재 이 트윗은 삭제됐다).

트럼프 트위터 화면 캡처.
"THE DEMOCRATS ARE TRYING TO DESTROY THE REPUBLICAN PARTY AND ALL THAT IT STANDS FOR. STICK TOGETHER, PLAY THEIR GAME, AND FIGHT HARD REPUBLICANS. OUR COUNTRY IS AT STAKE!”

전쟁구호 처럼 보인다면 사실이다. 전부 대문자로(all caps) 쓴 트윗에서 트럼프는 공화당의 단결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에게서 흔히 들어볼 수 없는 이런 말이 나온 이유는 탄핵을 막기 위해서는 공화당 의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벌써 공화당원들 중에 흔들리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버몬트 주지사가 트럼프의 탄핵조사에 찬성하고 나선 것이다. 물론 주지사이고, 버몬트라는 주가 보수적인 주는 아니기는 하지만, 언론에서는 이게 공화당의 트럼프 방어벽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7. 전망

물론 그렇다고 트럼프가 파면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은 아니다.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원에서 공화당 대통령 파면을 결정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

하지만 탄핵조사를 지지하는 하원의원들은 하루 사이에 급격하게 늘어나서 드디어 의회의 절반을 넘었다. 물론 조사를 지지하는 것과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다른 이야기지만, 오늘 처럼 혐의가 계속 쏟아진다면 표결에 붙여도 하원은 통과할 수 있다. (엄밀하게는 이것을 탄핵impeach이라고 한다).

파면은? 불가능해보인다. 하원에서 탄핵이 되고, 상원에서 파면을 당하지 않으면? 트럼프는 그것을 승리라고 자랑할 것이다. 그 뒤에 미국의 여론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대선이 13개월 남은 시점에 펠로시가 탄핵절차에 돌입한 건 그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상원의 반대로 파면에 실패해서 민주당이 후폭풍을 맞게 되면 내년 11월 대선 전에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 이 글은 페이스북 페이지 '워싱턴 업데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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