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학종 '비교과영역 반영' 폐지하면 공정성 회복될까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9.2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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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비교과영역 활동 실적을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26일 밝혔습니다. 비교과 영역이란 교과 성적을 제외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 등입니다. 아예 생활기록부에 쓰지 못하게 해 집안 배경이 대입에 영향을 주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또 특목고 자사고 학생을 많이 뽑는 대학 13곳을 대상으로 학종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학종 비교과 영역 폐지 검토한다는 교육부>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조국 나비효과

이번 교육부 발표는 사실상 대통령 지시로 급작스럽게 이뤄진 것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 입시특혜 의혹으로 입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1일 “대입제도 전반을 재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후 교육부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고,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학종 비교과 영역 폐지 검토에 이른 것입니다.

그런데 내용을 잘 보면, 이게 어제 교육부가 기자회견까지 열고 발표할만한 내용인지 의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부는 검토 단계에서 정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습니다. 과열된 시장에 신호를 주기 위해 특정 부동산 대책을 검토한다는 식으로 정책 검토를 활용하긴 하지만 예외적인 사례입니다. 교육정책의 경우 당장 효과가 필요한게 아니라 수년 뒤 입시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급하게 발표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교육부는 오는 11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종합대책을 발표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교육부 발표에 알맹이가 없는 이유는 정치적인 고려가 포함된 발표이기 때문입니다 조국 사태 이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대통령이 정책 검토 지시를 했고 지지율 방어용으로 급하게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른 겁니다. 최근 각 부처를 보면 숙성되지 않은 정책을 검토 혹은 구상 단계에서부터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분노한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보다는 정부가 매우 쫓긴다, 조급해 보인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2. 교육철학의 빈곤

대입제도 개편은 항상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어떤 제도도 단점이 있고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거 정부를 보면, 교육철학에 기반해 특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교육정책을 추진해 왔습니다. 수월성교육과 평등성 교육의 논쟁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지향점이 도대체 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일관성이 없고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정책이 하루아침에 뒤바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교육 철학의 빈곤입니다.

예를 들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외고, 국제고,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고 일반고,특목고,자사고 입시 동시 실시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정도 공약이면 교육부가 직접 나서서 특목고를 폐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부는 각 시도 교육감에게 자율적으로 시행하라고 맡겼습니다. 말은 자율이지만, 특목고 폐지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자 사실상 교육감들에게 책임을 떠넘긴 겁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가 시행령 개정으로 자사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조국 사태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당정은 자사고-특목고 일괄폐지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뭔가 하고 있다는 냄새를 풍기려는 의도입니다. 교육부는 일괄폐지 쉽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이번에 자사고 특목고 학생 많이 뽑는 13개 학교를 대상으로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를 벌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학종을 많이 반영하라고 장려해왔는데, 갑자기 학종 실태조사를 벌이며 대학에 학종 반영을 축소하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락가락 하는 이유는 교육 정책을 정치적 유불리로 접근하는 정부 태도 때문입니다. 백년지대계라 불리는 교육정책은 예측가능성이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정책이 이슈휘발성이 매우 강한 여론에 따라 춤을 추고 있습니다.

 

3.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26일 이낙연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국민들 사이에 싹텄다”고 말했습니다. 지금 모든 사람이 공정을 얘기합니다. 대통령도, 총리도, 교육부도, 조국 장관도, 여야당 할 것 없이, 그리고 국민들까지. 지금은 한국사회에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하는 때입니다. 도대체 공정성이란 무엇인가. 20대가 느끼는 공정성과 50대가 생각하는 공정성은 같은 것인가. 교육부가 공정성 논란 해소를 위해 접근하는 방식은 맞는 것인가.

조국 장관 사태로 촉발된 공정성 논란은 입시제도로 국한될 것이 아니라 계급 공정성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없는 이상 학종을 폐지하든 정시를 늘리든 줄이든 사람들의 공정성 불만은 해소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논란의 해소는 정부의 몫이기도 하지만 공론장을 형성할 언론과 논의에 참여할 국민들의 몫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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