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검찰개혁 집회' 누가 조직했고 어떻게 발전했나

  • 기자명 이승우 기자
  • 기사승인 2019.09.30 08: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6년 말 박근혜 퇴진 집회 이후 최대 인원이 '검찰개혁'을 외치며 촛불을 들고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였습니다. 그런데 집회를 개최한 주체는 누군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렇게 집회가 대규모로 커졌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뉴스톱은 28일 서초동 검찰개혁 집회와 관련한 궁금증(집회 주최자, 발전과정, 구호내용)을 직접 취재했습니다. 

 

지난 토요일 저녁,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부근에 위치한 누에다리부터 서초역 7번 출구 앞까지의 구간이 촛불과 노란색 피켓으로 가득 채워졌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수사를 비판하고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제7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28일 저녁 6시에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개최하였다. 주최 측 추산 집회 참가인원이 200만명을 넘으며 이번 집회에 지난 대통령 탄핵 촛불 집회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몰렸다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이 집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고, 집회 주체단체와 참가자들은 어떤 사람들로 이뤄져 있을까?

집회 전경 촬영: 이승우
집회 참가자들이 피켓들 들고 함성을 외치고 있다. 촬영: 이승우
한 집회 참가자가 부부젤라를 불고있다. 촬영:이승우

1. 집회 발전과정

① 2019년 2월 사법농단·적폐청산 촛불집회 시작

이번 집회를 주최한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범시민연대'에서 주최측의 김희경씨가(밑의 개실장과 동일인물) 제공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 단체의 첫 집회는 올해 2월에 열렸다. 당시에는 검찰개혁이 단체이름에 없었다. 이 단체는 지난 2019년 2월에 김경수 경남 도지사의 구속에 사법농단의 심각성을 깨닫고 사법적폐청산과 공수처 설치를 요구하는 ’사법농단·적폐청산 촛불문화제'를 개최하였다. 이 집회는 대법원광화문 광장청계광장에서 각각 1차례씩 열렸다.

 

②일본 경제 보복조치 이후 본격 결집

이후 이들 단체는 일본의 경제보복조치 후에 본격적으로 결집되었다. 유튜브 ‘시사타파TV’의 구독자였던 김희경씨는(이하 개실장) 노(NO)아베 운동과 일본제품불매운동, 토착왜구 박멸등의 진행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시사타파TV의 이종원 대표가 개총수로 다른 구독자들과 함께 ‘개싸움국민운동본부’를(이하 개국본) 만들었다. 특이한 이 단체 이름에는 ‘개싸움은 국민이 할테니 정부는 정공법으로 외교력을 발휘하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현재 개국본의 회원 수는 2만3000여명이다.

 

③조국 장관 임명 전에 시작된 시위 1차전

개국본에서 ‘개총수’로 불리는 이종원 시사타파TV대표(이하 이대표)는 조국 법부무 장관 임명 전을 1차전이라고 표현한다. 1차전 시위는 지난 8월 30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조국 수호 촛불 문화제이다. 그가 밝힌 1차전의 목표는 ‘대통령의 임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개실장은 <뉴스톱>과의 인터뷰에서 1차전의 목표에 대해 "복합적인 목표가 있다"며 "당사자(조국 후보자)와 임명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옳다고 믿고 지지하는 국민들이 다수이니 흔들리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④조국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로 시작된 2차전

지난 6일,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하자 개국본 회원들 사이에서 “검찰이 기소권을 권력으로 삼아 함부로 휘두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이들은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라는 이름을 달고 16일 ‘제1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개최했다. 이 집회가 주최측이 말하는 '집회 2차전'의 시작이다. 개실장은 2차전 목표 중 하나는 "시위에 나온 시민들을 보고 사퇴요구에 흔들리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6차 ‘검찰개혁 촛불문화재’는 9월 16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열렸다. 주최 측은 1차 집회에는 800여명, 2에는 600여명, 3와 4에 1000명, 5에 3000명, 6에 3만5000명, 7차에 200만 명이 모였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500여명이 참여하던 집회에 갑자기 200만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하게 됐을까.여야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계기가 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문 대통령은 집회 이틀전인 9월 26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검찰개혁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을 검찰은 성찰해주시기 바란다”며 “검찰개혁은 공수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같은 법·제도적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 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지금의 검찰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수사권 독립과 검찰개혁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그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조국 장관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에 대한 거부감이 널리 퍼진 상태에서 문대통령 발언으로 검찰개혁이 시대의 소명으로 인식되면서 참여인원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무대를 바라보고 있는 집회 참가자. 촬영: 이승우

 

2. 누가 무슨 구호를 외쳤나

“검찰개혁 이뤄내자”, “공수처를 설치하라”, “조국수호” 등 28일 집회에는 다양한 구호들이 제창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만큼 거리에 나온 이유도 다양했다. 집회 참가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 시민은 “세월호, 4대강, 삼성 등 수사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데 왜 조국 장관만 집중적으로 수사 하냐고 답했다. 

이번 집회에서 ‘조국 수호’라는 구호가 많이 외쳐졌지만 다른 이유로 집회에 참가한 시민도 있다. 김혜숙씨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집회에 참석한 이유는 조국 수호가 아닌, 검찰 개혁이다. 지금 검찰의 수사 행태는 국민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은 개실장도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검찰개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참가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이라는 대의에는 집회 참여자 대부분 동의하지만, '조국수호'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문제가 있지만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국수호'와 '검찰개혁'을 동일시하는데에 부담을 느끼는 집회 참여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민 발언을 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 촬영: 이승우
집회 전경을 촬영하고 있는 집회 참가자. 촬영: 이승우

 

3. '200만 vs 5만' 몇명이 참여했나 

한편, 이번 집회의 참가자 수를 놓고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도 집회 참가 인원을 놓고 주최측과 경찰추산 인원 차이가 10배 이상 차이가 나곤 했다. 이번엔 경찰이 집회 참여 추산 인원을 내놓지 않아 여야간 논쟁으로 확대됐다.  

주최 측은 28일 집회에 200만 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집회가 열린 서초동 일대의 면적에 200만 명 이상 들어차는 것은 무리라고 하며 주최 측 추산 참가인원에 대한 반박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강남·서초·송파구 인원을 다 합쳐도 160만명인데 200만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서초동 집회 200만명은 말이 안된다"며 "10만~20만으로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서초동 검찰개혁 참여인원이 5만명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날 비슷한 장소에서 서리풀 축제를 개최한 서초구는 축제 참가인원이 10만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집회 다음날 대변인브리핑을 통해 "200만 국민이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개혁을 외쳤다."고 하며 주최측 집계인원을 따랐고, mbc오마이뉴스 등 여러 언론사들도 이 같은 수치를 활용하여 이날 집회를 보도하였다.

잘못된 자료를 근거로 삼은 참가인원 관련 주장을 한 사례도 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은 29일 페이스북에 함께 “서리풀 행사에 오신 분들이 조국 옹위 인파로 매도되고 있다”며 “위선과 허위, 뻥튀기 병이 도졌다”고 말하며 그 근거로 같은 날 열린 서리풀 축제 구역과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구역을 구분해놓은 전경사진을 제시하였다. 민의원이 근거로 제시한 사진은 집회시작 전 낮 시간대에 촬영한 사진이다. 이 사진은 누에다리부터 무대로 사용된 트럭까지의 공간만을 집회 구역으로 표시하고 그 뒤를 모두 서리풀 축제 구역으로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이 집회가 시작되고 해가 진 뒤에 촬영된 사진들 보면 검찰개혁 시위 참가자들의 노란피켓과 촛불 불빛이 맞불 집회가 열리고 있는 대검찰청 청사 앞을 지나 서초역 6번, 7번 출구까지 채우고 있는 장면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의 페이스북
집회구역 끝 부분인 누에다리 위에서 촬영된 집회전경사진.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검찰개혁 시위 참가자들에게 둘러싸인 맞불집회. 촬영: 이승우
서초역 부근에 위치한 집회 참가자들. 촬영: 이승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