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 '2인자 물밑 외교'가 시작된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09.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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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양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니카이 도시히로( 二階俊博·80)일본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 27일 한·일관계와 관련해 “일본이 양보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간사장은 자민당에서 총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자리입니다. 지난 8월 박지원 의원은 니카이 간사장과 오사카에서 5시간 넘게 회동을 했지만 큰 소득이 없었습니다. <한국에 양보할 건 하자는 일 온건파>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2인자 외교

최근 한일 고위급의 일련의 발언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27일 이낙연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복구 가능성을 묻는 야당 의원 질의에 “일본이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들을 철회하면 재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같은날 니카이 간사장의 일본 양보론이 언론을 통해 나온 겁니다. 이낙연 총리는 대통령에 이은 한국의 공식 2인자고, 니카이 간사장은 당내 2인자고 내각제인 일본 정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입니다. 두 사람 다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신임이 두텁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총리는 동아일보 기자시절 일본 특파원을 지낸 대표적 지일파로, 니카이 간사장은 대표적 지한파 의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경 기조를 이어가는 한일 양국이 물밑에서는 출구를 찾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각국의 내부 정치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나 아베총리가 직접 나서서 유화책을 내놓기 힘든 상황에서 양국의 2인자들이 좀더 유연하게 협상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계기는 일본에서는 천황으로 불리는 일왕 즉위식입니다. 한일관계가 급격히 악화된 이유 중 하나가 문희상 국회의장이 올 초에 일왕이 직접 한국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입니다. 나루히토 새 일왕 즉위식이 열리는 10월 22일을 전후로 해 한일간 상호우호적인 발언이 오간 뒤 물밑 협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다급해진 일본

28일 관광 담당 수장인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상은 도쿄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 개회식에 참석해 한국어로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그는 “최근 양국 정부 간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겨 8월에는 방일 한국인 여행객 수가 전년과 비교해 48% 감소하는 등 양국의 인적교류 축소가 매우 가슴 아프다”면서 “정부 사이에 뭔가 문제가 생기더라도 일반인의 민간 교류가 활발하다면 양국의 우호관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사사키 사야카 문부성 정무관,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등도 한일 민간교류는 계속되기를 희망했습니다. 아카바 국토교통상은 “한국은 일본에 문화를 전해 준 은인의 나라”라고까지 말을 했습니다.

이런 유화발언이 나온 이유는 한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일부 지역이 실제 큰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마도의 경우 한국인 관광객이 사실상 대부분인데 90%가 급감했고 오사카 등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큰 간사이 지역은 감소가 체감될 정도며 연일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은 10월부터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합니다. 일부에서 고가제품을 사재기 하는 등 민심이 흉흉합니다. 아베 정권의 증세에 대해 노년층의 반대가 거센 상황입니다. 다만 현재 상황이 일본이 백기를 들 정도로 악화된 것은 아닙니다.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기본 입장은 변한 것이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이 입장을 바꾸려면 일본에게도 명분이 주어져야 합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나긴 물밑 협상은 이제야 시작됐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3. 이중플레이를 조심하라

최근 일본의 대외 관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일본은 북한과 매우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본의사회 대표단이 28일 북한을 방문했는데 10월 3일까지 머물며 의료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지난 25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아베 총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조건없이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23일에는 북한이 제3국에서 일본을 접촉해 평양~원산 구간에 신칸센을 놓아달라고 제안을 했다는 소식이 한국에 전해졌습니다. 종합해보면, 북미협상과 한일 갈등에서 상대방을 서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이해관계 맞아떨어지면서 두 나라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본 기조는 남한 패싱입니다.

지난 27일 일본 정부는 방위백서에서 독도 상공에서 충돌이 일어날 경우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출격하겠다고 밝혀 한국을 자극한 바 있습니다. 방위백서에 한국에 대한 부정적 표현 역시 여전합니다. 얼마전 개각을 단행한 아베정권이 이번 가을에 개헌을 못할 경우 중의원 해산을 할 수 있다는 일본 언론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에 유화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중플레이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이런 일본의 기조를 파악하고 틱택토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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