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툰베리는 어떻게 기후위기와 싸우는 '잔다르크'가 되었나그레타 툰베리의 '수퍼파워' 스토리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라는 요구를 하는 청소년들의 시위가 전세계적으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뉴욕에서 10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에 가는 대신 거리에 나온데 이어 베를린에서도 10만 명이 쏟아져 나왔다. 호주에서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반대 시위 이후로 최대 규모의 시위였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이번 시위를 전하는 뉴스들은 거의 예외없이 한 아이의 사진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berg)라는 16살 짜리 스웨덴 소녀다. 툰베리는 어떻게 기후위기에 대해 무책임한 세계를 꾸짖는 상징이 되었을까?

툰베리의 일인시위, 그리고 확산

툰베리가 어떤 아이인지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이 아이의 2018년과 현재를 비교하는 사진이다. 첫번째 사진은 2018년 8월, 툰베리가 처음 일인시위를 시작한 시점에 찍힌 사진이다. 툰베리는 학교에 가기를 거부하고 ‘기후를 위한 학교파업(Skolstrejk för Klimatet)’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스톡홀름의 스웨덴 의회건물 앞에 혼자 앉아있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우연히 뉴스를 타서 유명해진 아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일 때(왼쪽)와 수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 대응 촉구 집회에 참석할 때 모습을 비교한 사진들.

툰베리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 등교거부시위를 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2018년 2월에 미국에서 있었던 고등학생들의 등교거부시위에서 얻었다고 한다. (당시 미국 중고등학생들은 플로리다주 파클랜드에서 있었던 학교총기난사 이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 미국 의회에 항의하기 위해 전국적인 대규모 등교거부시위를 하고 있었다). 그해 5월 툰베리는 스웨덴의 한 신문에서 주최하는 기후변화를 주제로 한 글쓰기 대회에서 우승을 하게 되는데 (툰베리는 글과 말을 통한 의사전달능력과 호소력이 아주 뛰어나고, 그게 툰베리 기후위기 시위의 상징이 된 이유 중 하나다), 상을 수상하는 과정에서 만난 환경단체 사람들 중 하나가 “학생들이 나서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촉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행동에 옮기기로 했다.

그런데 정작 학생들에게 같이 하자고 했더니 "아무도 관심을 보여주지 않아서” 푯말을 만들어 2018년 8월 20일에 거리에 나선 것이다. 목표는 다음달인 9월 9일에 있을 총선 때까지 시위를 하는 것이었다. 스웨덴 정부가 파리기후협약을 준수하라는 것이 요구사항이었다. 그런데 툰베리가 시위를 하면서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올린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바이럴이 되면서 사진기자들이 몰리기 시작했고 삽시간에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국경을 넘어 유럽 전역과 전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해를 넘겨 2019년이 되자 224명의 학자들을 비롯한 전세계 사람들이 툰베리의 행동을 지지하고 나섰고, 특히 안토니오 쿠데레즈 유엔사무총장은 “우리세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데 실패했다. 젊은세대가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지구를 구하는 건 어린이들”이라고 하며 적극 응원했다.

스톡홀름의 한 거리에서 시작한 일인시위는 그렇게 “그레다 툰베리 효과”라는 말을 낳으며 전세계적인 호응을 받았고, 2019년 유엔총회와 함께 뉴욕에서 진행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기에 이른다.

뉴욕, AOC, 트럼프

툰베리의 메시지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을 무렵, 미국에서도 강력한 응원자가 나타났다. 바로 미국 의회에서 반트럼프 바람을 일으키는 초선 하원의원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AOC)였다.

AOC는 과거 뉴딜정책을 본떠서 기후변화에 대응함과 동시에 미국의 경제를 화석연료 중심에서 재생에너지 중으로 바꿀 수 있는 정책인 '그린뉴딜(Green New Deal)’을 내놓는다. 보수주의자들 뿐 아니라, 민주당 내에서도 너무 과격하다는 말을 들을 만큼 급진적인 그린뉴딜은, 온건하고 느린 변화로 지구를 구하기에 이미 늦었다는, 툰베리와 비슷한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따라서 툰베리의 운동은 대서양을 건너 중요한 동지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AOC의 그린뉴딜이 부딪힌 가장 큰 벽은 역시 트럼프였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것은 물론, 오바마 시절에 높여놓았던 환경기준을 계속해서 낮출 뿐 아니라, 그에 불응하는 캘리포니아와 법정소송에 들어갈 만큼 적극적인 화석연료산업 옹호론자다. 따라서 가뜩이나 사이가 좋지 않은 AOC가 내놓은 그린뉴딜은 물론, 기후위기를 막을 정책을 지지하는 유엔의 회원국들과 대립을 하고 있다.

사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기후변화 회의론자였고, 더 크게는 과학과 과학자들에 대한 불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트럼프가 그런 회의론을 혼자서 관심을 가지고 발전시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다. 그가 말하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폭스뉴스를 비롯한 보수매체들에서 주장하는 환경변화 회의론과 석탄산업에서 동원한 근거가 희박한 주장들의 조합이기 때문이다.

탄소배출 제로를 외치며 요트를 타고 미국 뉴욕까지 건너온 툰베리가 유엔에서 트럼프를 노려보는 사진이 화제가 된 배경에는 그런 트럼프의 기후변화 부정, 화석연료산업 보호, 그리고 적극적인 환경파괴가 있다.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에서 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노려보고 있다.

툰베리와 자폐, 못난 어른들

툰베리가 유엔에서 한 연설은 미국이나 영국 사람들에게는 조금 낯선 장면이다. 똑똑하고 분명한 영어로 전달했고, 아주 훌륭하고 호소력이 있는 문장으로 이루어진 멋진 연설이었지만 일반적으로 영어권에서 볼 수 있는 연설은 아니었다. 굉장히 감정적이고 분노에 찬 어조로 어른들과 정치인들을 꾸짖는 연설이었는데, 영어권 특히 앵글로 색슨 문화에서는 연설하는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툰베리는 앵글로 색슨이 아니고 어린아이이기는 하지만, 툰베리가 가진 자폐증 스펙트럼 장애, 정확하게 아스퍼거 신드롬이 그런 독특한 연설과 호소를 만들어낸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자폐증 스펙트럼은 과거에는 "정신병"이라며 쉬쉬하고 숨겼지만 이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많은 의식변화가 생겼고, 그 증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일상생활에 별 문제 없이 살아가고 있다. 툰베리도 그런 아이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툰베리의 주장을 거북하게 생각하는 보수언론의 눈에는 툰베리가 그저 “정신질환을 앓는” 아이일 뿐인데, 그런 아이가 환경주의자 어른들에게 “이용을 당해서” 환경운동을 이끌게 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런 발언이 나온 후 해당 언론사(폭스뉴스)는 사과를 했지만, 그 발언을 통해 그들의 사고방식의 일면을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툰베리는 자신의 아스퍼거 신드롬에 대해 숨기지도 않지만 굳이 꺼내서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터뷰어가 물어보면 툰베리는 자신의 증상이 “수퍼파워(super power)”라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아스퍼거 신드롬 전문가들을 그걸 가진 사람들은 “돌려말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며, 정직할 뿐 아니라, 의지가 강하고, 사회정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툰베리의 유엔연설은 물론이고, 그 자리에 가기 까지 했던 말과 행동을 보면 왜 이 아이가 자신의 아스퍼거 신드롬을 자신이 가진 슈퍼파워라고 생각하는지 수긍이 간다.

자폐 스펙트럼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바뀌기 시작하는 것은 스웨덴 만이 아니다. 내년 미국 대선에 도전하기 위해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유일한 아시아계 후보로 유명한 앤드류 양은 자신의 아이들 중 하나가 자폐 스펙트럼에 속한다는 이야기를 공개석상에서 자주 꺼낸다. 같은 처지에 있는 많은 부모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세상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바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신의 아이가 가진 자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많이 자연스러워졌다).

앤드류 양은 한 인터뷰에서 “이제 전형적이지 않은 것은 이제 새로운 전형이라고 생각한다(I now think atypical is the new typical)”는 말을 했다. 한 때는 장애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다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다름은 사회를 다양하게 하고, 더 나아가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들을 사회에 포함시키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가 바로 그런 아이다. 스스로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망가뜨리고 있는 지구를 구하러 나타난, 남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는 히어로 말이다.

박상현   contact@newstof.com  최근글보기
미디어 혁신가다. 엑셀러레이터인 메디아티의 콘텐츠랩장을 지냈다. 페이스북에 워싱턴 업데이트를 연재하고 있으며 서울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박상현  contact@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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