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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스스로 만들고 확산한 '외교결례'[민언련의 언론 모니터] '한미정상회담 외교결례 오보' 분석

23일에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보도하는 기사에서 ‘외교결례’가 언급됐습니다. 한미정상회담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 혼자 답변을 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한국 언론이 이를 두고 ‘외교결례 논란’이라는 기사를 쓴 것입니다. 언론 보도와 함께 보수 유튜버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 결례를 당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하루종일 인터넷을 달군 ‘외교결례’ 보도는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서 곧 오보임이 밝혀졌습니다.

언론들 무슨 내용 보도했나

처음 외교 결례 보도를 한 곳은 중앙일보입니다. 중앙일보는 9월 24일 오전 11시경에 온라인판 기사 <‘만나기만 하면 결례 논란...질문 17개 독점한 트럼프, 문 답변은 0’>(9/24, 이유정 기자)에서 “또 ‘트럼프식 원맨쇼’가 등장했다”고 말하며 외교 결례 논란을 만들었습니다. 중앙일보의 보도 이후 한국일보도 당일 오후 3시경에 <트럼프, 이번 한미회담서도 결례 논란… 문 대통령 응답 가로채며 기자 질문 독점>(9/24, 강유빈 기자) 기사를 내며 트럼프가 질문을 독점했다는 것을 부각했습니다. 매일경제는 오후 5시경에, 세계일보는 오후 6시경에 각각 외교 결례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연합뉴스가 오후 8시경에 송고한 기사 <트럼프, 한미정상회담서 17차례 질문 독점외교결례논란>(9/24, 이유미 기자)에서는 “짧은 시간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혼자 17개에 이르는 질의응답을 독점했다. (중략) 정상회담이 진행 중이고 상대국 정상을 옆에 둔 상황에서 사실상 트럼프 즉석 기자회견 같은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또한 연합뉴스는 “질의응답 마지막에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질문조차도 트럼프 대통령이 답변에 나서면서 ‘질문 가로채기’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 기사 이후에도 아시아경제 <트럼프, 한미정상회담 17번 답변 ‘독식’…문 대통령 답변 기회도 가로채>(9/24, 황진영 기자) 국민일보 <트럼프, 또 ‘외교결레’ 논란, 문 대통령 질문 가로채며 ‘민주당 비판’까지>(9/24, 김용현 기자), 헤럴드경제 <트럼프, 한미정상회담서 17차례 질문 독점…또 ‘외교결례’ 논란>(9/24) 등 기사가 연이어 보도됐습니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지면에 <트럼프 노벨 평화상 공정하다면 내가 받을 것문대통령은 제쳐놓고 기자문답 17개 모두 독점>(9/25, 조의준 특파원)을 지면에 게재했습니다. 조선일보는 “특히 한 기자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문 대통령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느냐’고 질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질문마저 가로채 “북한 김정은과 그런 문제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자신이 답을 한 뒤 “고맙다”며 기자회견을 스스로 마무리했다”고 말했습니다.

△외교결례 소식 전한 조선일보 기사 캡쳐(9/25)

연합뉴스 기사는 다른 언론사들의 온라인 기사로도 확산됐습니다. 국민일보 <트럼프, 외교결레논란, 문 대통령 질문 가로채며 민주당 비판까지>(9/25, 김용현 기자), 헤럴드경제 <트럼프, 한미정상회담서 17차례 질문 독점외교결례논란>(9/25), 아시아경제 <트럼프, 한미정상회담 17번 답변 독식문 대통령 답변 기회도 가로채>(9/25, 황진영 기자) 등 기사들이 줄줄이 보도됐습니다.

질문 개수 17개는 오류였다

외교결례 보도 당일 청와대는 <‘외교 결례보도 관련 대변인 논평>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17개의 질문, 외교 결례’라는 기사들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합니다. (중략) ‘질문 수가 결례’라고 한다면 외교에 대한 상식이 없는 것이고, ‘질문 아닌 질문’을 포함시킨 거라면 ‘사실 왜곡’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질문의 개수도 17개가 아니고, 외교 결례로 보이는 행동들도 없다고 논평했습니다.

청와대의 논평이 공개된 후에는 언론들이 청와대의 입장을 실어줬습니다. 앞서 외교 결례 보도를 했던 한국일보는 <‘트럼프 외교 결례보도에...청와대 대한민국 외교 폄훼 말라”>(9/25, 신은별 기자)를 통해 청와대 입장을 실어줬고, 국민일보는 <트럼프, 외교 결례 안했다”>(9/25, 박세환 기자)에서, 아시아경제는 <한미회담 외교결례보도 유감사실 왜곡”>(9/25, 손선희 기자)에서, 헤럴드경제는 <트럼프 결례논란()외교 폄훼·왜곡 보도 당장 멈춰라”>(9/25)에서 청와대의 반론을 실은 후속보도를 냈습니다.

외교결례 보도와 청와대의 입장을 두고 JTBC가 펙트체크를 진행했습니다. JTBC는 백악관이 정리한 속기록과 영상을 비교해서 펙트를 체크했다고 밝혔습니다. 먼저 언론들이 제시한 ‘17개의 질문’에 대해 JTBC는 <펙트체크/“문 대통령 홀대”? 또 등장한 외교결례가짜뉴스>(9/25, 이가혁 기자)에서 “17개는 숫자는요, 속기록 상에 기자 발언임을 알리는 표시 알파벳 Q를 단순하게 센 것뿐입니다. 여기에는 기자가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어가면 또 Q가 붙고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잘 안 들린다” 이렇게 말을 해서 다시 질문을 한 경우에도 또 Q가 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JTBC는 내용상으로 개수를 세었을 때는 질문이 총 6개라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질문을 가로챘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JTBC는 “문 대통령이 통역을 듣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이 답을 하고 서둘러 마무리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JTBC는 다른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는 자료를 함께 보도했습니다. 한국을 무시해서 답변의 기회를 준 것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사회자처럼 질의응답을 주도했다는 겁니다.

△‘외교 결례 보도’ 펙트체크하는 JTBC 보도 캡쳐(9/25)

기존 보도 변명에 그친 연합뉴스 후속보도

연합뉴스는 <트럼프, 한미회담 맨뒤로 배치 시간확보질문독점 결례논란도>(9/25) 후속보도를 내놓았지만, 기존 보도에 변명을 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연합뉴스는 해당 기사에서 “중간 중간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정확한 뜻을 알고자 기자에게 반문을 한 횟수 등까지 포함하면, 총 17차례 기자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만 응대한 셈 입니다”라고 말하며 기존 ‘17차례’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사족을 달았습니다. 또한 “뒷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회담을 끝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며 청와대 논평 내용 중 회담 시간과 장소에 관한 언급을 실어주는데 그쳤습니다.

청와대 반론 취사선택해 후속보도 낸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단독/트럼프가 문대통령 숙소로 찾아와 회담? 청와대 사실 왜곡발표>(9/30, 조의준 특파원,노석조 기자)에서 청와대의 반론을 취사선택해 후속보도를 냈습니다. 청와대는 △질문 개수의 오류 △타국과의 정상회담 비교 △정해진 시간을 넘겨 진행된 회담 △우리 측 숙소에서 진행된 회담을 언급하며 외교 결례 논란을 반박했는데, 조선일보는 이 중에서 조선일보가 앞서 제기한 질문 개수 오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회담 장소에만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특별히 배려해 문 대통령의 숙소인 '인터콘티넨털 뉴욕 바클레이'를 찾아간 게 아니었다”며 청와대의 외교결례 반박 해명이 잘못됐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청와대의 해명에서는 정상회담 장소에 대한 언급만 있을 뿐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특별히 배려했다’는 내용은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앙일보, 매일경제, 세계일보는 외교 결례 보도에 대해 다른 후속보도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언론들은 이렇게 외교결례 논란을 스스로 만들고 확산시켰습니다. 그 중에서 사실관계가 어느정도 확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반론을 실어주지 않는 언론들도 많았습니다. 게다가 언론들이 기사를 송고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청와대의 논평이 있었고, 타 언론사의 펙트체크가 있었습니다. 기사가 나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사실관계가 체크된 것입니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기사를 받아쓰는 언론의 관행이 결국 또 다른 오보를 만든 셈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9월 24~9일 25일 외교결례를 주제로 네이버에 송고된 기사

* 이 기사는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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