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노재팬, 대한민국 일상이 되었다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9.10.0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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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해 재밌는 기사 두 개가 나왔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에서 600달러 이상 결제한 건수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60% 감소했습니다. 한국인의 일본 내 카드결제 건수는 6월 이후 계속 감소중입니다. 부산해양수산청에 따르면 9월 부산에서 쓰시마섬, 후쿠오카, 시모노세키, 오사카를 오가는 4개 항로의 국제여객선 승객은 1년전에 비해 8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얼마 전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언론보도가 나왔는데요. 엇갈리는 평가속 <3개월째 계속되는 노재팬 운동>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일상이 되었다

얼마전 일본 불매운동 관련 소셜미디어에서 연관어가 급감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닐슨코리아 발표에 따르면 7월부터 9월 둘째주까지 소셜미디어상의 불매운동 글은 7월 4째주 최고점을 기록한 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사람들의 관심이 불매운동 초기만큼 뜨겁지 않다는 걸, 데이터 상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서두에 언급했듯이 일본 여행은 계속 감소중입니다.

두 가지를 유추할 수 있는데요. 하나는 일본 불매운동이 일상이 되었다는 겁니다. 누군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편의점에서 일본 아사히 맥주 집는데 꺼림칙하고, 일본 여행상품이 싸게 나와도 가기가 좀 그렇고, 유니클로 매장 들어가기 좀 신경쓰이고 그렇다는 겁니다. 지속적으로 자발적으로 하되 강요하지 않는다는 불매운동의 정신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겁니다. 또 하나는 조국 정국으로 관심에서 멀어졌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점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모닥불이 다 꺼진 것 같아도 잔불 위에 땔감을 얹으면 다시 타오릅니다. 사람들의 잠재의식 속에 일본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고 어떤 계기가 주어지면 다시 불타오를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겁니다.

 

2. 버티기 모드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곳이 여행업계와 소비재부문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부산에서 배로 일본을 가는 국제여행선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 입주업체 역시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부산항만공사는 입주업체들의 시설 임차료를 8월부터 12월까지 60% 감면해 주기로 했습니다. 불매운동으로 8월 차량 판매가 74.6% 감소한 닛산의 경우 한때 한국 철수설이 나왔지만, 최근 입장문을 통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한국 시장에 남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신 인력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불매운동 타겟이 되면서 어려움을 겪은 유니클로도 최근 한국진출 15주년 감사세일을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일본 불매운동과 관련된 대부분 업체는 버티기 모드에 들어갔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불매운동의 강도는 어찌됐든 지금보다는 약해질 것이고 사업을 정리하는 것보다는 버티면서 기회를 본다는 것이 대부분 업체의 생각입니다. 불매운동으로 매출이 감소한 한국의 소상공인도 적지 않은데 이들 업체 역시 정부 지원을 받으며 버티기 모드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불매가 일상이 된다면 일부 관련 업계의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습니다.

 

3. 출구전략 모색

한국의 자발적 불매운동으로 일본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일본 정계에서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진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최근 “일본이 양보할 것은 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8월 한국인 일본 방문객이 48%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자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하는 등 한일 관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일 갈등은 관광산업으로 경기침체를 극복하려를 일본의 방침과 어긋나는 것이고, 특히 내년 도쿄올림픽 흥행에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일단 한일 양국 대화의 물꼬는 이달 22일에 열리는 새 일왕 나루히토 즉위식에서 터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한일 정부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된다 하더라도 일본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매력은 한일 양국이 사실상 똑같아졌고 소비재 중에선 일본 제품이 딱히 나은 것이 없습니다. 일본 문화 역시 마니아의 영역으로 국한되어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경우 일본에 대한 콤플렉스 자체가 없습니다. 게다가 일본 방사능 오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방사능수 해양 방류 움직임에 대한 분노까지 커지고 있어 일본 제품에 대한 꺼림칙한 마음은 잠재의식에 계속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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