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을 보며 자란 <하나레이 베이>의 연어, 부산으로 돌아오다

  • 기자명 홍상현
  • 기사승인 2019.10.04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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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놀룰루가 자리한 오아후섬 동부ㆍ카우아이섬 북부 어딘가의 숲 속.

많아야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지만, 1997년 연극무대에 데뷔했으며 영화에 출연한 지는 만 10년이 되어가는 베테랑 여성연기자가 있는 힘껏 아름드리나무를 밀고 있다. 시나리오에는 “숲을 걷는다” 정도로 적혀있던 장면. 그녀가 액션의 동기(motive)에 대해 묻자 감독은 예의 차분하고 상냥한 어조로 답했다.

“가장 괴로웠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밀어보세요. 한번 싸워 보는 겁니다. 어떤 감정이 떠오르는지 보자고요.”

리허설을 마치고 본 촬영이 시작되었으나 좀처럼 오케이 사인은 떨어지지 않는다. 단순동작의 지루한 반복. 지극히 평온하지만 거의 감정변화를 드러나지 않는 표정의 그는 책망하지도 언성을 높이지도 않는다. 그저 ‘너무 나갔다’ 싶은 순간에 낮은 한숨을 쉴 뿐.

하지만 그는 결코 만만치 않은 감독이었다. 크랭크인 직전, 그가 그녀에게 주문한 사항은 간명했다. “계산하지 말 것”, “연기를 잘하려고 노력하지 말 것”,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 생각하지 말 것”. 여기에 “현장으로 향하는 여정에 단 한 사람의 스태프도 대동하지 말 것”이 더해졌다. 편도 항공편으로 9시간 이상 걸리는 여정 속에서, 매년 아들을 떠나보낸 ‘상실의 바다’에 홀로 찾아오는 주인공을 오롯이 받아들이길 바랐다.

반복되는 컷의 차이를 말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배우는 이내 잡념을 지워가며 눈앞의 모든 것에 반응하는 “순수한 감정 상태”에 도달한다. 감독의 의도가 맞닿아있는 지점. 그는 대본이 명시하지 않은 갑작스런 전개와 물리적 움직임의 반복으로 “아무리 몸부림치고 반항해도 변하지 않는 현실에서 느끼는 무력감”을 표현하고 싶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쯤에서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짧은 소설의 한 대목처럼 정리한 이 이야기의 무대는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하나레이 베이>의 촬영현장. ‘그녀’와 ‘그’는 히로인인 요시다 요와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이다. 국내 개봉 당시, 산호초의 푸른빛처럼 스며드는 터치로 화면 가득 존재의 피투성(Geworfenheit)을 담아낸 마츠나가 감독은 요시다 요의 모습 속에서 한국의 평론가들이 <밀양>의 전도연을 느끼게 했다.

지난 3월 파리에서 개최된 상영회 게스트 뷰(GV)에서.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은 디테일에 강하며, 배우의 섬세한 감정연기를 이끌어내는 장기를 가졌다. 사진제공: 마츠나가 다이시

그가 돌아왔다.

원작 없이 직접 쓴 시나리오와 제작기획을 들고 부산국제영화제의 사전 제작 시장 프로그램인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APM)을 찾은 것이다. 필자가 굳이 ‘귀환’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마츠나가 감독의 필모그래피 때문이다. ‘한류’ 비슷한 것도 없던 시절, 우연히 만난 한국영화를 통해 감독의 꿈을 키운 그는 2010년 데뷔작을 내놓은 이래 횟수로 10년째 한국의 국내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물론. 이러한 이력은 많은 영화인들과의 각별한 친분은 물론, 배우로 출연까지 했던 한국영화에 대한 열정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홍상현:

당신의 인터뷰에서 “부산에 오시니 어떠신가”라든가 “한국영화를 좋아하시느냐” 같은 질문은 무의미할 지도 모르겠다. 올해로 연출 데뷔 10주년이신데 데뷔작부터 부산국제영화제(총 2회), 전주국제영화제(총 5회), 그것도 모자라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까지 작품이 초청되신 바 있으시니까. 이 정도면 거의 ‘한국에서 성장한 영화인’ 아닌가? (웃음)

마츠나가 다이시:

(웃음) 감독으로 데뷔하기 훨씬 전부터 다양한 한국영화를 보았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박철수 감독(2013년 작고)의 <301ㆍ302>이라는 영화를 본 게 계기였는데, 인간의 ‘업(業)’을 제대로 그려내는 작품이 많아,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그런 이유로 제 작품이 한국에서 극장 공개되는 건 대단히 기쁜 일일 뿐더러, 앞으로도 이를 큰 목적으로 영화를 만들어 가고 싶다.

 

홍상현:

역시. (웃음)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 감독의 합작영화에 배우로 출연한 경험도 있고,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과도 돈독한 관계다. 한국의 영화인들로부터 이토록 압도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나.

마츠나가 다이시:

그렇게 표현하실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수줍은 웃음) 사이좋게 지내는 영화인이 좀 있다. 비슷한 세대거나, 추구하는 작품의 테마가 서로 통하거나, 혹은 그 외의 여러 가지 이유에 따라 서로를 깊이 존중하는 사이로 지내왔다.

 

홍상현:

물론 '인간성이 좋다'는 것이 반드시 '재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당신은 다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인터뷰한 <맛있는 가족>의 마츠모토 호노카나, <하나레이 베이>의 요시다 요, 두 사람 공히 감독의 온화한 성격을 매력이자 강점으로 꼽았다.

마츠나가 다이시: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자신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배우를 진지하게 마주대하는 일에는 항상 깊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저의 그 자세가 배우들에게 제대로 전해질 수 있기를 바란다.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으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를 뿌린 <하나레이 베이>는 전주국제영화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다. 사진제공: <하나레이 베이> 국내 개봉 포스터

 

홍상현:

모두(冒頭)의 질문과 연관되는 이야기일 텐데, 필자가 처음 감독과 연락하게 된 것은 <하나레이 베이>의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이 발표되기도 전인 지난해 말의 일이다. 당시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신작이 너무나 궁금한 나머지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렸었다. 보통, 제 아무리 친절한 감독이라도 이 경우 ‘배급ㆍ선전업자에게 연락해 보시라’고 답하는 정도다. 하지만 당신은 유학을 위해 LA에 머물고 있었음에도 직접 나서 인터뷰를 주선해주셨다. 앞서 말씀하신 한국 관객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마츠나가 다이시:

(다시 한 번 수줍은 웃음) 한 분이라도 많은 관객이 작품을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한다. 이를 위해 저 자신이나 작품에 관한 기사를 써주시는 일이 어찌 고맙지 않겠나. 너무나 기쁘고 감사할 일이다. 연락을 해 오셨을 당시에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응대를 했던 것이다.

 

홍상현:

잠시 시간을 10년 전으로 되돌려 보자. 당신의 데뷔작은 남성의 몸에 여성의 정신을 가진 행위예술가, 피유피루를 주인공으로 하는 동명 타이틀 다큐멘터리영화다. 제작에만 10년이 걸렸는데.

마츠나가 다이시:

한국의 영화제와 인연을 맺게 된 첫 작품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제게 무척 큰 의미가 있다. 아울러, 저와 한국 영화계의 인연이 지금 이 순간에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언젠가 속편을 제작하고 싶다는 생각 역시 가지고 있다.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 <화장실의 피에타>. 한국 관객에게는 <리본의 기사>, <우주소년 아톰>, <블랙잭> 등으로 유명한 데즈카 오사무 원작의 이 작품은 2015년 10월 국내에서 개봉했다. 사진제공: <화장실의 피에타> 국내 개봉 포스터

 

홍상현:

그 후, 한국 영화제에 초청된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영화를 발표한 뒤, 한국 관객에게도 사랑받은 장편극영화 <화장실의 피에타>를 연출했다.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원작자가 <리본의 기사>, <우주소년 아톰>, <블랙잭> 등으로 유명한 데즈카 오사무라는 사실.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직접 쓰셨다. 이후,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하나레이 베이>에서도 대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를 집필, 작가주의 감독의 명성을 쌓아오셨다.

마츠나가 다이시:

엄청난 조사력에 감탄한다. (웃음) 말씀하신 부분은 그야말로 ‘우연의 연속’이기도 하거니와, 오가와 신지 프로듀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으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그는 최근 이창동 감독의 어소시에이트 프로듀서로 <버닝>이 만들어지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와의 만남이 큰 역할을 했다. 저는 필름스쿨에서 영화를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법을 따로 공부한 적이 없다. 오가와 프로듀서는 그런 저와 인내심을 가지고 시나리오 작업을 함께 하며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셨다. 언급하신 필모그래피를 만들어 가는데 무척 큰 요소였다고 할 수 있다. 작가성이 강한 영화를 어느 정도 큰 규모로 만들어 내는 일은, 감독 한사람의 힘만으로는 무리다. 오가와 프로듀서가 제 작가성을 존중하면서 전체적인 작업을 이끌어오지 않았다면 오늘과 같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다.

 

“인간성이 좋다”는 것이 반드시 “재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의 경우는 다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맛있는 가족>의 마츠모토 호노카나, <하나레이 베이>의 요시다 요, 두 사람 공히 마츠나가 감독의 온화한 성격을 매력이자 강점으로 꼽았다. 사진제공: 마츠나가 다이시

 

홍상현:

오가와 프로듀서 외에도 재능 있는 스태프와 탄탄한 인간관계를 맺고 있다. 예컨대 2018년 칸국제영화제 그랑프리에 빛나는 <어느 가족>의 촬영감독, 콘도 류토가 <하나레이 베이>에서 함께했는데, 그는 당신의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마츠나가 다이시:

그렇다. 앞서 언급해주신 데뷔작 <피유피루>에서도 촬영을 맡았으니까. 콘도와의 첫 만남은 각본가 무카이 코스케(올해 1월 개봉한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에서 시나리오를 담당하기도 했다)의 소개로 이루어졌다. 2006년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로서는 영화계에 입문한 이래 처음 만난 촬영감독이었지. 그에게서 영화를 만드는 자세를 배웠다. 그러면서 언젠가 함께 장편극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하나레이 베이>를 통해 성사된 거다. 앞으로도 그와 다른 작품을 통해 함께 하고 싶다.

 

홍상현:

<화장실의 피에타>가 개봉한 이듬해인 2016년 1월 신선한 충격으로 기억되는 한 장면을 보았다. 당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던 부산국제영화제를 응원하는 캠페인(구로사와 기요시츠카모토 신야제제 다카히사고레에다 히로카즈, 심지어 도쿄국제영화제 프로그래밍 디렉터 야타베 요시히코까지 참가)에 당신이 비슷한 연배의 감독으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한 것이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 의견을 말하는 데 용기가 필요한 업계의 환경에서 대단한 결심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마츠나가 다이시:

“아닙니다. 별 말씀을요.”(수줍은 웃음) 

특히 큰 결단이 필요했다고는 당시나 지금이나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 본연의 모습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가운데, 제가 신세를 진 영화제를 지원하는 건 지극히 평범한 일이니까.

2016년 1월.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은 당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어려움을 겪던 부산국제영화제를 응원하는 캠페인(구로자와 기요시, 츠카모토 신야, 제제 다카히사, 고레에다 히로카즈, 심지어 도쿄국제영화제 프로그래밍 디렉터 야타베 요시까지 참가)에 비슷한 연배의 감독으로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사진제공: 부산국제영화제 트위터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하며 여러 번 성공적인 결과물을 남긴 외에도,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은 2018년 미얀마, 중국 등의 영화인들과 옴니버스 영화를 제작,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사진제공: 마츠나가 다이시

 

홍상현:

다음은 국제 공동 프로젝트에서의 보여준 능력에 관한 이야기다. 이미 한국 영화인들과 함께하며 여러 번 성공적인 결과물을 남겼지만, 2018년 미얀마, 중국 등의 영화인들과 옴니버스 영화를 만들어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언어도, 문화도 다른 이들과 힘을 합쳐 하나의 결과물을 낸다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았을 텐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나.

마츠나가 다이시:

제가 딱히 어떤 노하우라는 것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와이, 미얀마, 그리고 신작 단편영화 촬영을 진행한 멕시코 등에서의 경험은 하나하나 창작자로서의 경험이라는 면에서 크나큰 자산이 되어주었다. 아울러 저 자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협력해 영화라는 결과물을 내는데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창동 감독은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이‘영화적 스승’으로 꼽는 대표적 인물. 마츠나가 감독은 <버닝>의 일본 개봉 당시 관련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가했으며,《키네마준보》에 실린 이창동 감독과의 대담은 <버닝>의 홍보에 큰 도움이 되었다. 사진제공: 마츠나가 다이시

 

홍상현:

이창동 감독의 <버닝>은 <하나레이 베이>보다 늦게 일본에서 공개되었다. 당시 여러 가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키네마준보》에 실린 이창동 감독과의 대담이 <버닝>의 홍보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으로 안다. 이창동 감독을 뵈었을 당시의 감회를 말씀해주실 수 있겠나?

마츠나가 다이시:

저는 이창동 감독님의 열혈 팬이다. ‘기쁘다’는 말 외에 달리 어울리는 표현을 찾을 수 없는 시간이었다. 어떤 자리에서든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언급하지만, 저는 이창동 감독으로부터 대단히 큰 영향을 받았다.

 

홍상현:

최근 한일관계는, 아마도 당신의 영화를 시작한 이래 가장 힘든 국면을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번 APM 참가의 의미도 더욱 크지 않을까. 이번 APM에 가져온 새 기획, <미네(가제)>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마츠나가 다이시:

말씀처럼 작금의 한일관계가 무척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저 역시 실감한다. 다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제 친구의 대다수는 한국영화인이며, 그들과는 지금까지와 다름없는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사실에는 앞으로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어, 새로운 기획에 대해 말씀드리면, 제가 그간 만들어온 영화 장르로써는 첫 번째 시도다. 이전부터 서스펜스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제 오리지널 프로젝트로 만들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니까. 일단 시나리오도 예전부터 함께 일해보고 싶었던 전혀 새로운 파트너와 같이 준비했으며, 촬영은 <하나레이 베이>에서 호흡을 맞췄던 콘도 류토가 맡았다. 한 작은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이 중심스토리인데, 이를 통해 현대사회의 축도를 그려내고자 한다. 촬영은 내년 초로 예정되어있다. 무척 기대된다.

201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어느 가족>의 촬영감독 콘도 류토. 마츠나가 다이시 감독과는 데뷔작은 <피유피루>부터 함께했고, <하나레이 베이>의 촬영을 맡기도 했다. APM 참가 프로젝트인 <미네>의 촬영도 그가 맡게 될 예정이라고. 사진제공: 마츠나가 다이시

“영화제에 제 작품을 초청해주셨던 부산의 바닷가, 전주의 고풍스러운 거리, 한국영화계의 친구들과 함께, 지금 이 순간에도 제가 발표한 작품들을 봐주시는 한국의 관객 여러분이 계시다는 걸 생각하면, 절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많은 분들과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어요. 감독으로서의 제 커리어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울러 올해 APM에 가져가는 <미네>도 어떤 작품으로 만들어질까 제 스스로도 기대가 되고요. 지금까지 그랬지만 앞으로도 한편이라도 많은, 좋은 작품들을 한국 관객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애초에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관심도를 재고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의 성격에 걸맞게 APM은 엄정한 기준에 따라 진행되는 철저한 경쟁프로그램이다. 이미 15개국 29편의 공식프로젝트가 선정되기까지 전 세계 60개국에서 384편의 프로젝트가 접수되었던 상황. 그러나 10월 6일부터 8일까지 3일 동안, 올해 들어 가장 치열한 72시간의 레이스를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를 상황의 마츠나가 감독은 이상하리만치 여유로웠다.

그만큼의 자신감? 아니, 그와 조금 다른 이야기다. 가늠컨대, 어떤 목적이 되었건, 영화인생의 시발점이 되는 고향으로 돌아온 이의 편안함이었으리라. 어느새 필자는 바다를 건너와 하나의 결실을 위하 강줄기를 오르는 한 마디의 연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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