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국정감사장서 욕설, 속기록에서 삭제하면 끝?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10.14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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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장에서 욕설을 한 뒤 속기록에서 삭제하면 없던 일이 될까요? 내년 정부 예산안을 두고 많은 언론에서 ‘슈퍼예산’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한국의 국가예산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여상규 욕설’ 국회 속기록 삭제 가능할까?

여상규 국회 법사위원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욕설을 하고 이 욕설을 국회 속기록에서 삭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온라인에서 “속기록에서 삭제하면 없던 일이 되는 거냐”, “마음대로 삭제하려면 뭐 하러 기록하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습니다. KBS에서 확인했습니다.

KBS 방송화면 갈무리

우선 속기록에서 삭제는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국회법 117조를 보면, 속기로 작성한 회의록의 내용은 삭제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단 예외가 있습니다. 비밀 유지나 국가안전보장과 관련한 발언은 협의를 통해 게재하지 않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여상규 위원장의 욕설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20대 국회에서 삭제된 사례들을 찾아보면 단 2건 있었습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 성추행 사건이 거론된 적이 있었는데 삭제 부분을 보면 점과 선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또 하나는 2017년 서훈 국정원장 청문회 때의 속기록인데요, 역시 점과 선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국가 안전보장에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해서 속기록에서 제외된 부분입니다.

삭제가 아닌 수정은 가능합니다. 역시 국회법을 보면 “속기록의 정정은 의장에게 요구할 수 있다”, 상임위의 경우에 공문을 통해서 위원장에게 요청하면 정정할 수 있습니다.

20대 국회에서만 정정요청이 50건이 넘었는데, 한 의원의 ‘개떡같이’라는 표현이 요청을 통해서 ‘엉망진창’으로 고쳐졌고, ‘눈 뜬 봉사’라는 말은 ‘뜬 눈으로 당했다’, 그리고 일본식 표현인, ‘뿜빠이’는 ‘분배’로 수정되기도 했습니다. 단, 표현은 고치더라도 전체 발언의 취지는 변경할 수 없도록 국회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2. 우리나라 예산은 매년 ‘슈퍼예산’?

지난 8월 발표된 2020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약 513.5조 원으로 중앙정부 예산이 500조 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슈퍼예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재정이 어마어마한 규모로 늘었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슈퍼예산’이라는 단어가 올해 처음 사용된 것은 아닙니다. 정말 한국은 매년 예산을 어마어마하게 많이 쓰는 것인지 오마이뉴스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팩트체크 ➊> 한국 정부 지출은 정말 슈퍼예산인가?

예산의 많고 적음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필요합니다. 정부의 재정 규모를 판단할 때 국제 비교를 위해 가장 많이 참조하는 기준은 국내총생산(GDP, Gross Domestic Product)입니다. 대표적인 경제지표인 GDP를 기준으로 국가별 정부의 재정 규모를 비교하는 데에는 대체로 큰 이견이 없습니다.

GDP를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 정부의 재정 지출은 OECD 주요 국가는 물론 OECD 평균에 비해서도 GDP 기준 10%P 정도 적습니다. 2017년 우리나라 GDP가 1,800조 원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GDP 기준 10%P’는 약 180조 원이 넘는 액수에 해당합니다. 결국 우리 정부가 OECD 평균보다 180조 원 적게 쓰고 있는 셈입니다. 그렇게 보면 현재 우리나라 정부 지출을 ‘슈퍼예산’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팩트체크 ➋> 한국은 세금이 많은 국가일까?

정부가 작은 규모의 재정을 운용하게 되는 주된 원인은 재정 운용에 쓰일 세입, 즉 세금이 적은 것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의 많은 언론에서는 ‘세금이 많이 징수됐다’ 혹은 ‘세금이 많아서 기업이 해외로 이전한다’ 등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이 많은 언론들의 보도처럼 세금을 많이 걷는 국가인지도 앞서 국가재정 크기를 비교할 때 사용한 GDP를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GDP 대비 총 조세가 얼마나 되는지를 의미하는 ‘조세부담률’을 살펴보면, 한국읜 조세부담률은 OECD 평균에 비해 약 7%P 정도 적게 나타납니다. GDP 대비 7%P는 약 120조 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한국은 OECD 평균보다 세금을 120조 원 이상 적게 내고 있는 셈입니다.

 

3. 전광훈 “헌금이니 불법 아니다” 발언 팩트체크

전광훈 목사가 광화문 집회에서 불법모금을 한 것에 대해 비판이 일자, “종교집회에서 헌금을 걷은 것이라 문제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JTBC에서 확인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전 목사는 지난 개천절 집회에서 모인 돈이 1억 7000만 원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광장 같은 곳에서 여러 사람에게 돈이나 물품을 걷을 때 지켜야할 것을 정해놓은 ‘기부금품법’에 따라 1000만 원 이상 기부금을 모집하려는 사람이나 단체는 모집목적, 목표금액, 사용계획 등을 미리 내야합니다.

등록을 하는 이유는 미리 등록한 모금 방식, 대상, 목표 액수 등 그 틀 안에서 정해진 대로 모금을 적법하게 하라는 취지입니다. 또 계획과 달리 엉뚱한 곳에 돈을 쓰는 걸 막기 위해서입니다.

만약에 문제가 불거지면 등록을 받은 관청에서 모집 주최를 대상으로 등록 서류를 근거로 조사를 또 할 수가 있고 현장에도 나갈 수가 있습니다.

돈을 누가 왜 어느 기간 동안 모으고 모인 돈을 어떻게 보관하고, 이런 자세한 정보를 기록해야 합니다. 모집 주체가 정상적으로 등록을 했으면 이렇게 홈페이지 등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확인 결과 전광훈 목사는 개천절 집회 때도 또 한글날 집회 때도 사전에 기부금 모집 등록을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기부금품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게다가 전 목사가 아예 기부금 모금을 할 자격 요건이 안 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 기간 중에 있는 사람 또는 그런 사람이 장이나 임원인 단체는 아예 기부금을 모집하겠다, 이런 등록을 할 수가 없게 돼 있습니다.

등록을 하려고 해도 조회를 해서 관청이 거절합니다. 전광훈 목사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상태입니다.

또한 전 목사는 모금한 돈이 헌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헌금은 종교적인 영역에 속하기 때문에 기부금품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부금품법에 제외가 되는 것으로 종교집회에서의 모금이 있습니다. 종교단체가 그 고유활동에 필요한 경비에 충당하기 위해 신도로부터 모은 금품이 헌금으로 볼 수가 있는데 어제 광화문 집회는 단일 교회 단위가 아니라 여러 성격의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또 교회 신도만을 대상으로 한 모금도 아니었습니다.

기부금품법 적용 예외인 종교집회인지 여부는 주최 측이나 참가자의 구성 또 현장에서 한 발언, 이런 걸 종합해서 법적 판단이 필요합니다.

결국 최근 “광화문집회 모금행위가 불법이 아니다”라고 단정을 한 전광훈 목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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