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커버그도 배우러 왔던 싸이월드는 왜 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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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커버그도 배우러 왔던 싸이월드는 왜 망했나
  • 김준일 팩트체커
  • 승인 2019.10.14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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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행간] 접속 끊어진 싸이월드

싸이월드가 사실상 서비스 종료상태에 들어갔습니다. 현재 싸이월드 홈페이지 접속이 막힌 상태인데다 다음달 12일 싸이월드 인터넷 도메인 주소가 만료됩니다. 업체측이 연장을 하지 않으면 사실상 접속이 불가능해집니다.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성공한 SNS로 주가를 날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고 묘지에 들어갈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접속 끊어진 싸이월드>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싸이월드 홈피.

 

1. 주커버그도 배우러 왔었다

싸이월드는 여러모로 지금 잘나가는 페이스북과 비교될 수밖에 없습니다. 싸이월드는 1999년에, 페이스북은 2004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한때 싸이월드는 대한민국의 절반이 사용할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SNS였습니다. 싸이월드는 카이스트 학생이 만들었고, 페이스북은 하버드 학생이 처음 만들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마크 주커버그는 잘 나가던 싸이월드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습니다.

결정적 차이는 성장기에 나타났습니다. 싸이월드는 본격적으로 성장할 때가 되자 새 투자자가 필요했고 결국 SK커뮤니케이션즈에 매각됐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페이팔 창업자였던 피터 피엘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았습니다. 싸이월드는 도토리 판매에 열을 올렸고, 갑작스럽게 검색회사를 인수하며 배가 산으로 갔습니다. 초기 멤버들은 모두 퇴사했습니다. 페이스북은 서비스 개선과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췄고 실리콘밸리 젊은 개발자들이 속속 서비스에 합류해 결국 지금의 페이스북이 됐습니다. 싸이월드의 실패는 한국 IT업계에 많은 교훈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디지털 혁신에서 대기업식 관료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걸 보여준 극명한 사례입니다.

 

2. 디지털 수몰민의 아쉬움

13일 싸이월드 접속 중단 기사가 나오면서 디지털 수몰민이란 단어가 종종 눈에 띄었습니다. 1999년 설립된 뒤 2000년대 중반까지 월 이용자수가 2천만명이 넘을 정도로 보편화된 서비스였고,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이곳에 기록해 놨습니다. 사실상 일기를 적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번 서비스 종료로 한순간에 모든 기록이 날아가게 됐습니다.

IT서비스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도태되는 서비스가 계속 나오면서 소위 디지털 수몰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2013년엔 1세대 커뮤니티였던 프리챌이 공지 한달 뒤 서비스를 종료했습니다. 지난 7월엔 1세대 포털로 네이버, 다음과 경쟁하던 드림위즈의 메일 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이밖에 아이러브스쿨 등 숱한 서비스들이 추억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민간에게 서비스 운영권이 주어지는 한 디지털 수몰은 반복될 겁니다. 천리안 하이텔 게시판이 그랬던 것처럼 트위터도, 페이스북도, 네이버도, 다음도 언젠간 사라질 것이고 사람들의 기록도 같이 매몰될 것입니다.

 

3. 실패의 답습

싸이월드를 다시 살려보기 위해 직원들이 고군분투한 사실은 이미 알려졌습니다. 싸이월드는 2016년 7월 프리챌을 창업한 전제완 대표가 경영권을 확보하면서 제2의 도약을 노렸습니다. 삼성으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았고, 2017년 뉴스큐레이션 서비스 ‘큐’라는 앱을 내놓으면서 재기를 노렸습니다. 지난해에는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어 자체 암호화폐 클링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가 왜 시점에 왜 필요한지 이용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습니다. 이미 전세계를 네트워킹하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스냅책, 틱톡 등의 서비스가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추억팔이를 내세운 서비스를 이용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물론 직원들은 최선을 다했겠지만, 복고 컨셉만으로는 이 서비스를 살리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다시 시작한 싸이월드엔 한때 100여명의 직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10명 수준이고, 임금 체불의 이슈가 있습니다. 특히 싸이월드가 발행한 암호화폐 클링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개당 20원씩 코인을 팔았는데 현재 시세는 0.4원대로 98% 가치가 날아갔습니다.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있어 싸이월드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논란은 이제 시작입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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