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여성폭력방지법은 위헌이다?

시행 두 달 앞둔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쟁점 점검

  • 기사입력 2019.10.16 10:49
  • 최종수정 2019.12.09 15:35
  • 기자명 박강수 기자

오는 12월 25일부터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약칭 여성폭력방지법)’이 시행된다. 여성폭력방지법은 이른바 ‘미투 1호 법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해 2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로 발의됐으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12월 7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는 데이트폭력, 스토킹, 불법 촬영물 유포 등 신종 여성폭력에 대한 정의, 여성폭력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정책 및 지원 체계에 대한 규정이 담겼다. 기본법이기 때문에 처벌규정은 없다. 기존의 관련 형법들(성폭력방지법, 가정폭력방지법, 성매매피해자보호법) 사각에 있던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2차 피해’ 개념을 명시한 최초의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회 본회의 의결을 전후해 해당 법안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다방면으로 제기되었다. 비판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① 여성폭력방지법 조문에 법리적 하자가 있어 향후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비판, ② 그 부작용의 결과 15년 전 이와 비슷한 ‘젠더폭력법’을 통과시킨 스페인의 무참한 현실을 뒤따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 이 가운데 특히 후자의 주장이 남초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져 있다.

이들 주장의 출처는 두 편의 유튜브 영상으로 수렴된다. 하나는 이선옥 작가가 출연한 ‘김용민TV-우먼스플레인 14-15회’ 방송이고 다른 하나는 RV프로덕션 계정으로 업로드된 ‘스페인의 허위 고소(False Accusations in Spain)’ 영상이다. 여성폭력방지법 시행을 두 달여 앞두고 뉴스톱에서 위 영상 속 주장 중 검증 가능한 것을 추려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이번 기사에서는 김용민TV에 나온 이선옥 작가의 주장을 주로 다뤘다. 전체 내용은 해당 영상에서 확인 가능하다.

 

김용민TV '우먼스플레인 14화' 유튜브 캡처

 

① 법안에서 여성폭력의 피해자를 여성으로 한정해 남성과 성소수자를 배제한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절반의 사실.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해 가장 많은 문제 제기가 쏟아졌던 대목이다.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 원안에서는 ‘여성폭력’을 ‘성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정의했다. 이 문구는 상임위와 법사위 심사를 거치면서 ‘성별에 기반한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수정된다. 법령이 규정하는 피해자가 여성으로 좁혀지고 남성과 성소수자가 빠지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여성계와 인권단체를 비롯해 남성들의 반발이 일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는 ‘누더기가 된 여성폭력방지법’이라는 논평을 냈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남성혐오 정당화하는 여성폭력방지법 폐기’ 청원이 올라와 5만6천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 원안과 최종안. 여성폭력의 정의 조항이 수정되었다.

이후 보호대상이 여성으로 한정된 경위와 관련해 정치권의 책임을 분석한 기사가 나왔다. KBS는 ‘여성만을 위한 여성폭력방지법은 누가 만들었나?’라는 기사를 통해 “남성 피해자 보호조항을 삭제한 것은 남성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이라며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 주광덕 의원,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의 발언을 실었다. 슬로우뉴스에서도 ‘자유한국당이 여성폭력기본법을 망치는 방법’이라는 기사를 내 국회 회의록 속 문제의 발언을 짚었다. 책임은 법사위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김용민TV-우먼스플레인 14회’에 출연한 이선옥 작가의 주장은 다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대로 문구가 수정된 것은 맞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여성폭력’이라는 법안 명을 어떻게든 유지하고자 졸속합의를 본 여성가족부와 민주당에 있다는 설명이다. 해당 방송 22분 무렵부터 나오는 이 작가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자유한국당 책임론을 주장한 KBS 기사에 대해) 그런데 그 팩트체크 기사는 사실과는 좀 달라요. 저도 본회의와 상임위, 소위원회 회의록을 다 봤습니다. 그런데 일관되게 논쟁이 되었던 것은 여성가족부가 법안의 제목에 ‘여성폭력’이라는 문구를 포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끝까지 이렇게 통과됐어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기본입장은 “이것이 양성평등이라거나, 성폭력이라거나, 그 다음에 여성폭력이라거나 셋 중에 하나 우리 다 용인할 수 있어, 젠더 폭력도 용인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제목으로 가면 “법안의 내용과 법 제목이 일치하니까 동의하겠다”였어요. 그런데 여성가족부는 여성폭력이란 말이 들어가야 된다고 계속 주장을 했습니다. 그래서 “이 법의 취지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 지금 심각하고 그 문제를 지금 우리가 사회적으로 환기시켜서 특수하게 더 보호해야 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여성들이 이거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높은데 우리 정부가 응답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표창원 의원이 계속 주장하셨어요. 이대로 받아들여달라. 이 제목 받아들여달라. 그래서 그 논쟁의 과정에는 사실상 자한당 의원들의 입장은 여성만을 보호해도 오케이, 대신 법안과 법안개념 정의를 맞게 일치시켜 이거였어요.”
김용민TV '우먼스플레인 14화' 유튜브 캡처

KBS 기사에 따르면 한국당 의원들이 남성 피해자 보호조항을 삭제했다. 슬로우뉴스는 그 기저에 반동성애적인 의중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선옥 작가는 한국당은 법리적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했고, 오히려 ‘미투 1호 법안’ 성과 내기에 급급했던 민주당이 부실한 법안을 만들어 온 탓이라고 본다. KBS, 슬로우뉴스의 기사와 이선옥 작가의 주장은 회의록에 대한 해석인 만큼 일방적인 옳고 그름을 판별하기 어렵다. 다만 해석의 근거가 된 발언과 주장 사이 타당성은 살펴볼 수 있다.

문제의 핵심은 ‘젠더폭력(gender violence)’이라는 개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집에도 나와 있듯 본래 법안의 이름은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이었다. 이를 정춘숙 의원이 발의하면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정 의원은 법안 명에 대해 “국회 입법조사처로부터 젠더라는 말이 사회적으로 합의된 바가 없고 국어가 아니어서 법명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검토의견을 회신 받았다”고 설명한다. ‘젠더’라는 말이 낯설고 어렵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공약집 캡처.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다.

이러한 우려는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한 상임위 검토보고서에도 드러나 있다. 배용근 여가위 수석전문위원은 보고서에서 “생물학적 성에 근거한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과 사회적, 문화적으로 부여된 여성성, 남성성에 기인한 ‘성별 기반 폭력(gender-based violence)’은 다르다”면서 젠더폭력이 여성폭력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젠더폭력을 여성폭력으로 지칭할 경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여성폭력의 개념과 법률상 개념이 불일치해 혼란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보고서는 “UN 여성폭력철폐선언 등에서 ‘여성폭력’을 ‘성별 기반 폭력’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점”, “젠더폭력의 주된 대상이 여성인 점”, “젠더라는 용어가 국민 일반에 익숙한 개념이 아니라는 점” 등을 들어 “여성폭력이라는 말로 젠더폭력의 의미를 담은 법안의 취지는 타당하다”는 결론을 낸다. 결론이 났으나 개념과 용어 사이 균열은 여전히 석연치 않다. 이는 입법과정 내내 논란이 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검토보고서 캡처.

여성폭력방지기본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여가위와 법사위에서 각각 3번씩 6번의 회의를 거쳤다. 대부분 회의에서 최대 쟁점은 법안 이름을 내용에 합치시키는 일이었다. 

여가위 법안심사소위 회의 자리에서 ‘여성폭력’을 대체할 다양한 이름이 제안됐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폭력 방지법(송희경 한국당 의원)’, ‘성차별 폭력 방지법(표창원 민주당 의원)’, ‘여성에 대한 폭력 방지법(정춘숙 민주당 의원)’ 등이다. 젠더라는 말이 외래어에 학술어라 어렵고 여성폭력이라는 말로는 법안 취지를 온전히 포괄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즉, ‘남성도 여성폭력 피해자’라고 할 때 직관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회의 막바지 “그냥 젠더폭력을 쓰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나 이 역시 채택되지 못했다.

법사위에 이르면 법안 명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화된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안의 취지나 필요성은 다 인지를 한다니까요”라면서 “법명과 정의 조항이 안 맞잖아요. 국어부터가 안 되는데 어떻게 창피하게 법사위에서 통과를 시킵니까”라고 질타한다. 취지는 알겠으나 ‘여성폭력’이 어떻게 남성 피해자를 포괄할 수 있고 ‘성별에 기반한 폭력’은 무슨 의미냐는 말이다.

이어 문제의 발언들이 나온다. “여가부는 취지에 매몰돼 법논리와 체계에 안 맞는 법을 가져온다. 내용이야 어떻든 간에 여성폭력방지법을 만들었다 이걸 내세우고 싶은 것 아니냐(김도읍 의원)”, “소위 말하는 동성 간의 문제에 대해서도 접근하는 시도가 아닌가 이런 의심이 가는 법이예요(김도읍 의원)”, “동성폭력을 염두에 두고 설명한 거예요?(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 “남성 피해자를 여가부에서 다 보호하려고 욕심을 가질 필요가 전혀 없어요.(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캡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발언.

자유한국당의 일관된 논지는 ① 법안 명과 정의 조항이 안 맞는다는 것, 그리고 ② 동성애 보호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성 피해자를 제외시킨 것은 법리적 차원에서 문제 삼은 것에 가깝다. 오히려 핵심은 ‘반동성애’다. 실제 의안 원문 19조의 ‘성평등 예방교육’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줄기찬 문제 제기로 ‘양성평등’이라고 바뀌었다. 젠더폭력의 개념을 수용할 경우 동성애의 문제도 보호대상이 된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은 법안명과 내용 사이 모순을 문제 삼았을 뿐’이라는 이선옥 작가의 주장은 반만 맞다. 이 작가는 자유한국당이 “젠더폭력 용어도 용인할 수 있다고 했다” 주장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젠더폭력 개념을 수용하는 순간 동성애도 따라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완영 의원은 “젠더 바이얼런스를 적절하게 번역하기 어려운 측면… 이해가 안 된다”면서 “‘양성폭력’이나 ‘남녀폭력’은 왜 안 되냐”는 제안을 한다. 양성과 남녀 사이 동성애가 포함될 여지를 줄 수 없다는 의미다.

한편 민주당 의원들의 논지 역시 두 가지로 파악된다. ① 대다수 피해자를 차지하는 여성을 대변하기 위해 ‘여성폭력’을 법안 명에 담을 것, ② 가정폭력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소수 남성 피해자도 보호 대상으로 포함해 ‘젠더폭력’의 의미를 정확하게 입법화할 것. 표창원 의원은 “사실 여성폭력이 아니라 ‘젠더 바이얼런스’인데 한국어 대체어가 없다”며 “여성들의 요청에 국회가 답을 하기 위해서 법안 명에 상징적으로 여성폭력이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한다. 진선미 여가부 장관도 “폭력의 대상에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기 때문에 여성폭력이라는 말이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민주당과 여가부가 ‘여성폭력’이라는 문구에 집착했다는 이선옥 작가의 주장은 사실이라 볼 수 있다. 앞선 여가위 회의에서 ‘젠더폭력’ 용어를 쓰기로 합의를 모은 듯 했으나 법사위에서는 ‘젠더폭력’으로 설득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여성폭력’에 ‘올인’했다. 결국 용어가 아닌 정의를 수정하기로 합의해 애초 의도했던 ‘젠더폭렴 개념의 입법화’를 온전히 달성하지 못한 책임은 민주당에게도 분명히 있다. 법안 명과 내용의 논리를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셈이다.

다만 민주당과 여가부의 다음 발언들은 기억할 만 하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 오면서 성폭력에 남성 피해자, 동성 간 폭력도 포괄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표창원 의원)” “서구 법제도 처음에는 여성폭력 방지에서 출발했으나 남성에 대한 폭력도 문제가 되면서 개념이 확장된 것(백혜련 의원)” “관련된 어떤 개별법에서도 가해자와 피해자를 성별로 특정하고 있지 않다. 가해자는 항상 남성이고 피해자는 항상 여성이다라고 하는 것은 법체계 안에 받아들일 수 없다(이숙진 여가부 차관)” 여성폭력의 개념이 좁아지고 여성만이 피해자로 한정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발언들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캡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발언.

관련해서 법안 발의자인 정춘숙 의원은 "법의 정의를 고친 것은 법사위의 월권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정 의원은 지난해 12월 "여성으로 한정된 부분을 삭제한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으나 아직 제출된 법안은 없다.

‘젠더폭력’은 간단한 개념이 아니다. 법사위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는 젠더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민주당과 여가부는 여성폭력이든 젠더폭력이든 논리를 갖춰 본래 취지를 설득시키는 데 실패했다. 합의로 도출한 법안에 책임 공방은 소모전일 수 있다. 하지만 발언 면면을 살펴 개별 국회의원과 정당의 세계관을 들여다보는 일은 가치가 있다. 여성폭력방지법의 명칭을 둘러싼 공방은 국회의원들의 ‘성인지 감수성’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용민TV '우먼스플레인 14화' 유튜브 캡처.

② 여성폭력방지법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

대체로 거짓

여성만을 특수한 폭력의 피해자로 상정한 여성폭력방지법에 위헌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래는 우먼스플레인 14화 방송 28분과 44분 지점에 나오는 이선옥 작가의 발언이다.

"그래서 이 법안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동등하게 법률적 지위를 보장받을 권리를 이거는 위반하고 있는 법이라고 저는 봅니다...(중략)...기본권을 훼손하는 위헌 요소가 있다. 그거는 뭐냐면 헌법 11조 1항과 2항이 평등권이고 특수계급을 만들지 않는다는 조항인데요. 권리의 단위를 개인으로 명시하면서도 여성이라는 특수한 범주의 집단을 특정함으로써 특수 계급을 만들지 않는다는 헌법 조항을 저는 위반한다고 봐요...(중략)...기존의 형법과 특별법 등에서 이미 규율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더욱 특별한 범죄로 격상시켜서 여성 일반을 특수한 권리의 소유자로 격상시킨 법안이기 때문에 저는 헌법 11조 1항, 2항을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요."

국가법령정보센터 화면 캡처. 평등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 11조.

논리는 간단하다. 여성폭력방지법으로 보호되는 대상은 여성뿐이다. 실제 법안에 명시된 폭력들은 꼭 여성들만 당하는 것이 아님에도 여성들이 ‘법적인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 따라서 이는 헌법 11조 1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와 2항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 두 개 조항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이 역시 법리적 해석의 영역이라 정해진 답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이선옥 작가도 이 점을 주지하고 있다. 방송 도중 설명을 들은 김용민 시사평론가가 “(여성폭력방지법은) 내가 봤을 때 헌법재판소 가면 위헌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라고 하자 이 작가는 “그거는 모른다”며 “헌재에서 이를 진일보한 인권의 관점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대답한다.

다만 2019년 10월 현 시점에서 이선옥 작가의 위헌 주장은 대체로 거짓이다. 지난 9월 17일 헌법재판소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청구인의 위헌 주장 근거는 이 작가의 논리와 일치한다. 청구인 류씨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 시행됨으로써 여성이 특수한 계급으로 인정되었고 이에 따라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되었다”는 취지로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 결정은 “여성폭력방지법으로 인해 침해된 기본권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어 부적법한 심판청구”라는 것이다. 헌재는 “여성이 특수 계급으로 인정되었다”는 주장이 막연하고 모호하며 청구인의 주장에 “기본권 침해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가 없다”고 설명한다. ‘여성의 법적 특수 계급화’, ‘평등권 침해’ 등 논거 대부분이 인정받지 못했다.

헌재결정례 2019헌마989 문서 캡처. 헌재는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법상 평등권 침해와 관련해 참고할만한 판결로 1995년 ‘누범가중처벌 위헌소원(93헌바43)’과 1999년 ‘군가산점제 위헌확인(98헌마363)’이 있다. 두 결정문 모두 헌법 11조 1항의 평등권 문제를 다룬다. 전자는 ‘전과자에 대한 가중처벌은 평등권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후자는 ‘군가산점제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결론을 담고 있다.

‘누범가중처벌 위헌소원’ 결정문의 내용은 이렇다. 헌법 11조 1항은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는데 ‘전과자’는 사회적 신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전과자라는 이유로 같은 범죄에도 가중처벌을 받게 되면 이는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청구인의 주장이다.

헌재는 “헌법 11조에서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합리적 근거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상대적 평등을 뜻”하고 여기서의 합리성은 “차별이 인간의 존엄성 존중이라는 헌법 원리에 반하지 않고 정당한 입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절한가”를 기준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한다. 입법 취지가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지 않는다면 차별적 입법도 허용된다는 결론이다. “여성폭력방지법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본권을 훼손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심판 청구를 각하한 앞서의 결정문과 맥이 닿아 있다.

헌재결정례 93헌바43 문서 캡처. 누범에 대한 가중처벌이 헌법상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한편 군가산점제 위헌 결정문에서는 심판대상에 대해 “전체 여성 중 극히 일부만이 제대군인에 해당할 수 있는 반면, 남성의 대부분은 제대군인이므로 가산점제도는 사실상 성별에 의한 차별”이고 “현역복무가 가능한 신체 건강한 남자와 그렇지 못한 남자를 차별하는 제도”라고 설명한다. 이는 “여성 및 제대군인이 아닌 남성을 부당한 방법으로 지나치게 차별하는 것으로서 헌법 11조에 위배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즉, 군가산점제도의 차별은 헌법에 비추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합리적 차별이 아니라는 말이다.

헌재결정례 98헌마363 문서 캡처. 군가산점제도가 성별과 장애 등에 대한 '지나친 차별'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여성폭력방지법에 대해 ‘평등권을 침해하는 비합리적 차별’이라는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비합리성과 차별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해당 법률의 주된 내용은 피해자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과 예방 체계를 갖추고 실행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군가산점제도의 경우와 같이 ‘혜택을 줌으로써 다른 계층에 불이익을 끼친다”는 주장이 성립하긴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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