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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문화일보 '전원F학점'기사는 사실일까2009년부터 확대 재생산된 루머글... 확인도 없이 기사화
<인터넷에선>전원 F학점…무슨일이?
-문화일보 2017년 7월 25일자 기사

문화일보는 7월 25일 <인터넷에선…>전원 F학점… 무슨일이? 란 기사를 게재했다. (캡처본) 기사 내용을 요약한다. 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한 코넬대 경제학과 교수가 오바마식 복지정책의 부작용을 실험하기로 했다.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시험을 볼 때마다 평균 점수를 개인 성적으로 부과했다. 첫 시험에서는 B, 두번째 시험에선 D, 마지막 시험에서는 F를 받게 되어 모든 학생이 낙제했다. 교수는 "이런 종류의 무상복지 정책은 필연적으로 망하게 되어 있다"고 말했다. 실험의 결과로 교수는 다음의 다섯가지를 언급했다.

1.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을 절대로 부자가 되게 할 수는 없다.
2. 한 명이 공짜로 혜택을 누리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그만큼 보상 없이 일해야 한다.
3. 한 명에게 무상 복지를 주려면 정부는 누군가로부터는 반드시 강제적으로 부를 뺏어야 한다.
4. 부를 분배함으로써 부를 재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5. 국민의 절반이 일하지 않아도 나머지가 먹여 살려줄 것이란 생각은 국가 쇠망의 지름길이다.

문화일보는 인터넷에서 이야기를 발췌해서 소개했다. 국내 10대 일간지에 들어가는 언론이라면 기사화하기 전에 해당 이야기의 출처를 확인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사실일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미국에 이 내용을 언급한 원본 글이 있어야 한다. 해당 내용을 추적한 결과, 원문은 2009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다. 루머와 도시전설을 주로 밝히는 미국의 스놉스닷컴은 이런 내용을 담은 이메일이 시중에 돌고 있어 확인한 결과 가짜임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최초 이메일에는 텍사스공대 교수가 이 실험을 했다고 적혀있다. 이 글은 "경제학에서의 훌륭한 교훈' '위대한 실험' '사회주의 실험' '텍사스 교수' '간단한 비유' ' 사회주의에 대한 위대한 교훈' '경제학 101' '무(無)를 위한 무엇?' '완벽한 비유' '단순한 경제학'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등의 제목으로 미국에서 유포되고 있다.

웨인듀프리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기사화된 해당 루머. /WayneDupree.com 캡처

다양한 형태로 변형되어 인터넷에 떠돌던 이 글이 큰 주목을 받게 된 것은 2013년 2월 미국 공화당을 지지하는 보수 시민단체 티파티의 홈페이지(Teapartytribune.com)에 글이 게제되면서다. 웨인 듀프리(Wayne Dupree)라는 활동가가 'THIS TEACHER ROCKS! Entire Class Fails when Obama’s Socialism Experiment Fails' 라는 제목의 글을 기사 형태로 홈페이지에 올렸다. 현재 원글은 삭제되고 2014년 버전 글이 다시 올려져 있다. 출처는 뉴스닌자2012(newsninja2012.com)라는 웹사이트였다. 확인 결과 '뉴스닌자2012'는 웨인 듀프리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뉴스 홈페이지였다. (증거) 현재는 웨인듀프리닷컴(waynedupree.com)으로 이름이 바뀌어 있다.

요약하면, 웨인 듀프리는 시중에 떠돌던 이야기를 뉴스인 것처럼 본인의 홈페이지에 올린 뒤, 똑같은 내용을 티파티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자신의 사이트를 출처로 밝혔다. 그 결과 이 글을 본 많은 미국의 보수주의자들이 사실로 믿고 공유하게 되었다.

문제는 이같은 내용이 검증되지 않고 국내에도 들어왔다는 점이다. 2014년 블로거 김종욱이 해당 글의 국내 유통 경로를 추적한 뒤 ㅍㅍㅅㅅ에 글을 올렸다. 확인 결과 '경제학과목에서 전수강생이 F받은 이야기.ssul'이란 제목으로 보수 유저가 많은 일간베스트에 최초로 게시된 것을 밝혀냈다. (현재 원본 글은 삭제된 상태다.) 이후 이 글은 '헐ㅋ'라는 페이스북페이지와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왔다. (예1) (예2) (예3) (예4) (예5) (예6)

미국에서 해당 글이 나온지 8년만에, 국내에 처음 번역된 지 3년6개월만에 문화일보는 갑자기 새로운 내용인 것처럼 기사를 작성했다. 어떤 과정을 통해 텍사스대 교수 혹은 미국의 한 지방대 교수가 코넬대 교수로 둔갑한 것인지 확인조차 안된다. 기사 작성시 출처를 밝히는 것은 저널리즘 기본 윤리다. 물론 기자가 영어를 잘 못해서 원본을 못찾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 글은 이미 수없이 많은 버전이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이 글이 거짓임을 댓글로 밝히고 있다.

문화일보는 결국 출처 확인도 하지 않고 기사를 쓴 것이다. 문화일보가 보도함으로써 이를 사실로 믿고 인용하는 사람이 또 생길 것이다. 가짜 뉴스 확산에 언론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해당 글이 루머임을 밝힌 미국의 팩트체크 사이트 스눕스닷컴 캡처
전파 경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스놉스닷컴에 따르면 2009년 처음 이 글이 미국에서 유포되기 시작했다. 처음 글에 등장한 사람은 텍사스공대 경제학과 교수였으며 '사회주의(socialism)'라는 단어가 쓰였다.
2. 2013년 한 '지방대(a local college)' 경제학 교수가 '오바마의 사회주의(Obama's socialism)'를 실험하기 위해서라는 글로 변형되어 유포됐다. 오바마의 사회주의로 말을 바꾼 것은 티파티 운동가인 웨인듀프리로 추정된다. 듀프리는 2013년 2월 23일 본인이 운영하는 뉴스닌자2012 홈페이지에 기사 형태로 이 글을 올렸다.
4. 웨인듀프리는 같은 날 티파티 홈페이지에 동일한 글을 올렸고 본인 홈페이지를 출처로 밝혔다. 이후 미국에서 급속도로 확산됐다.
5. 2014년 1월, 국내 유저가 이 글을 번역해서 일베에 올렸고 페이스북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 유저는 사회주의를 '복지정책'이라고 번역했다.
6. 비슷한 시기 블로거 김종욱이 해당 글이 사실이 아님을 추적했고 2014년 3월 ㅍㅍㅅㅅ 올렸다.
7. 2017년 7월 25일 문화일보는 코넬대 교수 경제학과 교수가 오바마의 복지정책를 수업에서 실험했다며 복지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올렸다.

뉴스톱의 판단

문화일보가 보도한 글은 2009년에 미국에서 처음 유포되었다. 2013~2014년 다시 미국과 한국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이미 거짓으로 밝혀졌다. 기본적인 출처와 사실관계조차 확인을 안한 문화일보의 저널리즘 윤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종합적으로 판단해 뉴스톱은 문화일보 기사를 '거짓'으로 판단했다.

* 이 기사는 이주한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이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준일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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