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유리천장’, 얼마나 공고할까?

  • 기자명 이고은 기자
  • 기사승인 2017.07.2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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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첫 내각의 장관급 관료 가운데 여성을 전체 30%로 구성하겠다는 공약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3선의 여성 정치인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게 되면, 정부 조직 18부‧5처‧17청의 장관급 부처장 19명 가운데 강경화(외교), 김현미(국토교통), 정현백(여성가족), 김은경(환경) 장관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장관급) 등 총 6명이 여성으로 채워져 여성장관 비율 31.5%를 기록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여성의 고위직 진출이 어려워 이른바 ‘유리천장’이 공고하기로 유명하다. 2017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내놓은 ‘유리천장 지수(Glass-Ceiling Index)’에 따르면 한국은 OECD 29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정부 및 각종 공공기관, 민간 기업의 고위 관리직에 오르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건 이미 알려진 현실이다. <뉴스톱>은 여성이 겪고 있는 ‘유리천장’과 관련한 사실들을 팩트체크했다.

 

1. ‘남녀동수 내각’은 북유럽에서 시작됐다?

거짓. 성평등 문화가 자리잡은 북유럽에 남녀동수 내각 국가가 많은 것은 사실이나, 세계 최초 남녀동수 내각은 2006년 남미에 자리한 칠레에서 탄생했다. 칠레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미첼 바첼레트는 ‘남녀평등 내각’을 구성하겠다는 공약대로, 남성과 여성을 각각 10명씩 동일하게 배치한 남녀동수 내각을 출범시켰다. 소아과 전문의 출신인 바첼레트 대통령은 퇴임 직전 85%의 지지율을 얻었고, 여성들의 복지와 고용률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후 UN여성기구 총재로 활동했고, 2013년 재선에 성공해 현재 칠레 대통령으로 재임하고 있다. 재임 후 첫 내각에서는 공산당, 무소속 인사 등을 포함시켜 화제가 됐으며 내각 관료 23명 중 여성은 9명이었다.

유엔 여성기구와 국제의원연맹(IPU)이 유엔 웹사이트에 발표한 ‘2017 여성 정치(Women in Poiitics: 2017)’ 보고서에 따르면 칠레는 내각의 여성 관료는 34.8%로 세계 2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의회에서의 여성 비율은 15.8%에 그쳐 세계 128위에 머물렀다.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로 구성 가능한 내각과 해당 국가의 성평등 문화와 여론이 반영되는 의회의 경우 그 결과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실시한 'Kick The Glass' 캠페인. 유튜브 화면 캡처

 

2. 정당의 여성 공천 할당제는 의무사항이다?

절반의 진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여성 공천 할당과 관련한 법적 근거를 규정하고 있다. 제47조에 따르면 ‘정당이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때에는 그 후보자 중 50%를 여성으로 추천하되, 그 후보자 명부의 순위의 매 홀수에는 여성을 추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지역구 선거에서는 30% 여성 할당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 조치가 있을까? 공직선거법 제49조 제8항에서는 여성후보자 추천의 비율과 순위를 위반할 경우 등록신청을 수리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고, 제52조에서는 후보자 등록 이후에도 여성후보자 추천의 비율과 순위를 위반하는 등의 경우 등록 무효 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는 비례대표지방의회의원선거에만 한정된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별도의 강제조항이 없는 것이다.

또한 정치자금법은 국회의원 및 광역의회 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전체 후보자 5% 이상을 여성으로 할당해 추천한 정당에 여성추천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보조금은 추천 비율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위반 시 벌칙 규정이 없는 대신 여성추천보조금제를 통해 여성후보자 추천을 독려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국회의원의 경우 여성 공천 할당제는 사실상 의무 사항이 아니며 위반시 제재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국회의원 추천에도 여성 공천 할당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규정을 위반할 경우 후보 등록 자체를 무효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여성 국회의원 공천 할당제를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게 강제화할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민간 기업의 유리천장은 더 공고하다. 출철: MS 무료 클립아트

 

3. 공공 부문보다 민간 부문의 유리천장이 더 공고하다?

 

진실. 한국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OECD 소속 국가 30개국 중에서 꼴찌였다. 한국 전체 직원 대비 여성 임원 비율은 0.4%이다. 기업 관련 정보제공 업체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500대 기업 중 반기보고서 제출 대상인 348개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 비율은 2.3%에 그쳤다. 이중 여성 임원이 1명도 없는 기업도 한국전력공사, 현대중공업, 기아자동차 등 238개로, 348개 기업 중 68%에 육박했다.

그러나 19대 국회의원의 경우 전체 300명 중 47명이 여성이어서 15.7%, 고위공무원의 경우 2013년 12월말 기준으로 1475명 중 65명으로 4.4%, 공무원 가운데 4급 이상 관리자는 2012년 12월말 기준으로 8443명 중 783명으로 9.3%를 기록했다. (관련 기사) 결국 민간 기업의 경우에 여성의 유리천장이 더욱 공고한 편이라 볼 수 있다.

 

4. 여성 고용률 역시 세계 최저 수준이다?

대체로 진실.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 여성 인구 가운데 고용률은 2016년 기준으로 56.2%를 차지한다. 이는 OECD 국가 평균 여성 고용률인 59.3%보다 3.1%p 낮은 수준이다. 35개국 가운데 29위로 하위권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낮은 여성 고용률의 요인으로는 취업 시장에서 여성을 기피하는 문화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등이 꼽힌다. 2015년 기준으로 20세 이상 기혼여성 가운데 결혼 전에 일을 했던 여성은 928만9000명(58.8%)인데 이중 결혼과 육아 등을 이유로 경력단절 경험이 있는 여성은 696만명(44.0%)으로 나타났다.

경력단절은 여성의 유리천장을 공고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경력단절 여성이 새로 취업 시장에 진입할 때, 경력을 살려 질 높은 일자리로 복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는 여성의 10명 중 8명이 정규직이지만 결혼ㆍ출산ㆍ육아 등으로 경력단절 되었다가 재취업하면 10명 중 6명이 비정규직으로 밀려난다. 저임금 비숙련 일자리로 취업시장에 재진입했을 때 고위직에 오를리 만무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여성의 ‘유리천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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