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팩트체크] 공수처 중국과 북한에만 있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9.10.2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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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중국과 북한에만 있다”, “정규직 전환 정책이 청년 일자리 걸림돌이다”, “고교평준화 정책으로 강남 집값이 상승한다” 지난 주 논란이 된 발언들입니다. 한 주 동안 언론에 보도된 팩트체킹 관련 주요 뉴스를 소개해 드립니다.

 

1. 공수처, 중국이나 북한에만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도입을 놓고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이나 북한 제도와 비슷하다는 식의 주장이 퍼지고 있습니다. JTBC와 연합뉴스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JTBC 방송화면 갈무리

이 같은 주장은 야당 주요 인사의 발언은 물론 소셜미디어 상의 허위정보로도 가공되어 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교 자체가 성립이 안 됩니다.

우선 중국은 지난해 ‘국가 감찰위원회’라는 기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최대 6개월 동안 피의자를 영장 없이 유치할 수 있고 재산을 몰수할 수 있을 정도로 권한이 막강합니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 중인 공수처 내용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영장주의가 엄격하고, 변호인 조력권이 보장되는 국내 사법체계와도 차이가 큽니다.

북한의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묵비권 보장 같은 것조차 법에 명시돼있지 않습니다. 또, 재판에 넘겨지기 전 ‘예심’이라는 단계가 있는데, 이 역시 영장 없이도 구금되고, 변호인 조력도 사실상 어렵습니다. 3심제도 없고, 대부분 비공개로 재판이 열린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이렇게 상황이 크게 다른 중국과 북한의 사례를, 공수처 논의와 연결 짓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공수처가 중국이나 북한에만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도 역시 사실과 다릅니다.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구가 다른 나라에도 있습니다.

영국 중대부정수사청은 수사권, 기소권이 있는데 법무부 산하여서 일종의 검찰청 같은 조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가 지금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례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 나라는 ‘청렴한 나라 순위’가 우리보다 훨씬 하위권입니다.

이렇듯 나라마다 권력 구조가 다르고, 검찰의 권한이 다 다릅니다. 기소권이 있느냐 없느냐, 또는 얼마나 독립적이냐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는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2. 과거 야당 주요 인사들도 공수처 설치 20년 넘게 주장?

지난 21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는 과거 자유한국당도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 사실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회창 전 대표 등 한나라당 주요 인사들과 2004년 한나라당 총선 공약집이 공수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이인영, 이해찬 대표의 발언은 사실인지 머니투데이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대표는 1998년 9월 23일 참여연대와 면담서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습니다. 2004년 참여정부가 ‘공직부패수사처의 설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하기 전의 일입니다.

이회창 전 대표는 해당 면담에서 “정치적 사건이나 고위공직자비리사건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위해 독립된 수사기관의 설치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부패방지법 등에 대한 한나라당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진행된 해당 면담에서 이회창 전 대표는 “부패방지법 제정은 한나라당의 당론”이라고도 했습니다.

2010년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공수처 설립 문제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공수처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정 전 대표는 일명 ‘스폰서 검사’ 등의 사건을 계기로 별도의 사정기관 필요성이 제기되자 5월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2016년 9월, 김문수 전 지사도 페이스북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수처 설치를 주장했습니다. 김 전 지사는 인터뷰에서 “자기들의 독점적인 수사권과 또 기소권을 가지기 위해서 그런 건데 이게 이제는 좀 검찰을 견제하고 고위공직자를 견제하는 특별한 수사권과 공소권 가진 데가 나와야 됩니다”라며 공수처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또, 2004년 한나라당은 17대 총선 공약집을 통해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의 설치를 주장했습니다. 당시 공약집의 ‘바로서는 검찰 중립화 방안’ 페이지에서 ▲고위공직자 비리 조사처 설치 ▲특검 상설기구화의 2가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해당 공약집에서 “특별검사가 수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독립적 사정기관인 고위공직자 비리조사처를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설치하겠습니다”며 공수처 설치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특검 상설기구화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검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더라도 국민이 믿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특검을 상설기구화 하겠습니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재오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12월 3일자로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심재철,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 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포함해 총 13명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공수처법과 핵심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심재철 의원의 법안은 공수처를 대통령 소속으로 하며 처장과 차장 각 1인을 추천위원회의 제청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임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해당 법안의 제안 이유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범죄행위 등에 관한 수사를 관장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함으로써 고위공직자의 비리행위를 근절하고 나아가 공직사회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것임”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3. 정규직 전환 정책이 청년 일자리 걸림돌?

국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기간 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됨으로써 청년들의 신규 채용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은 정원의 3%를 청년으로 고용해야 하는 ‘청년의무고용 비율’을 지키지 못한 공공기관 사례를 들어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걸림돌로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경향신문에서 확인했습니다.

신 의원 등의 주장과는 달리 실제 공공기관의 청년채용 비율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47개 공공기관 중 367곳(82.1%)이 청년의무고용 비율을 충족했습니다. 이행률은 2015년의 70.1%, 2016년과 2017년의 80.0%보다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들 기관의 청년채용 비율도 6.9%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이 본격 추진된 지난해 청년채용도 적극적으로 이뤄진 셈입니다.

공공운수노조가 분석한 결과를 봐도, 지난해 공공기관 청년채용 비율은 최근 5년 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방공기업을 제외한 362개 기관을 대상으로 무기계약직을 정원에 포함시켜 분석했는데, 지난해 정원 대비 청년채용 비율은 2017년보다 1.7%포인트 오른 7.2%로 집계됐습니다. 2015~2017년 전년 대비 청년채용 비율 증가폭이 0.2~0.3%포인트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급격히 늘어난 셈입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됨으로써 청년이 채용될 자리가 부족해진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닙니다. 현재 정부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 정원 역시 동시에 늘어납니다. 신규 채용을 할 수 있는 인원수인 ‘결원’ 역시 그대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인건비가 큰 폭으로 상승해 청년채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닙니다. 지난해 공공기관 인건비 총액은 7.3%, 2017년에는 4.7% 인상돼 정권교체 전인 2015년 6.9%, 2016년 7.2%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또 정부 가이드라인이 전환자들의 처우 개선을 비정규직 시절 지급되던 인건비 또는 용역비 범위에 준해 진행하도록 하고 있어, 청년채용을 저해할 수준의 인건비 부족은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4.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강남 집값 상승?

자사고와 외고를 일반고로 바꾸는 고교 평준화 정책이 강남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SBS에서 팩트체킹했습니다.

SBS 방송화면 갈무리

고등학교를 시험 봐서 들어가야 했던 1960~70년대 완전 비평준화 시기였던 1976년 서울대 합격자를 많이 낸 상위 3개 학교는 전부 강북에 있었습니다.

80년대, 사는 곳 주변 학교만 갈 수 있었던 평준화 시기인 1985년 서울대 입학률을 보면 강남 학교가 상위 10곳 중 5곳입니다. 평준화 시기 강남 집값이 올랐던 이른바 강남 8학군 시대입니다.

자사고 폐지 움직임이 시작된 올여름 즈음 강남 아파트 상승률이 서울 평균보다 계속 높습니다. ‘고교 평준화 기조’ 때문에 그렇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릅니다. 지금 강남 집값 상승은 “저금리 시대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투자 수요가 몰린 탓이 크다”, “대출 갚을 능력이 있는 맞벌이 가구가 강남으로 갈아타는 수요도 늘었다”, “직장 수요도 영향을 미쳤다” 등 변수가 워낙 많아 교육 정책 때문에 강남 집값이 올랐다고 ‘단정’하는 건 ‘무리’라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강남 집값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새 학기 이사철인 1~2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일부 업자들이 이 같은 주장으로 투기를 부추긴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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