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영화 군함도 스크린 독점했다?

  • 기자명 송영훈 기자
  • 기사승인 2017.07.29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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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가 국내 영화 최다 오프닝 흥행기록을 세우며 관객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한 편에서는 <군함도>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뉴스톱에서 팩트체킹했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탄광섬인 군함도로 강제 징용된 조선인 수백 명이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내용을 담았다. <베테랑>으로 국내 관객 1,340만 명을 동원한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스타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7월 26일 개봉한 <군함도>는 개봉일 하루 만에 971,56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최다 개봉일 흥행 기록을 세웠다. 이는 역대 최다인 총 2,027개 스크린에서 10,176회 상영된 결과(개봉일 기준)로 사전 시사회 관객을 포함하면 누적 관객 수는 993,019명이다.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기준). 이전 한국 영화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성적은 <부산행>이 보유한 870,263명이다.

<군함도>의 스크린 수는 기존에 역대 최다 스크린을 확보했던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의 1,991개를 뛰어넘는 역대 최대치다. 국내 474개 극장의 총 스크린 수가 2,758개인 것을 감안하면 2,027개 스크린에서 상영된 ‘군함도’의 스크린 점유율은 73.5%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4개 스크린 가운데 3개 스크린이 <군함도>를 상영한 셈이다. 국내 스크린의 92%를 점유한 대기업 멀티플렉스 3사 중 업계 1위 CGV는 전체 스크린 2,114개 중 847개, 2위 ‘롯데시네마’는 1,699개 중 631개, 메가박스는 1,147개 중 438개에서 ‘군함도’를 상영했다. 심지어 전국 스크린의 87%를 차지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조선일보)

그러나 7월 26일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오피스 스크린점유율을 보면 <군함도>의 스크린 점유율은 37%이다. ‘4개 스크린 가운데 3곳 상영’이 ‘3개 스크린 가운데 1곳 상영’으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차이가 나오는 이유는 같은 스크린에서 시간대별로 다른 영화를 상영하는 ‘교차상영’ 때문이다. 예를 들어 2개의 스크린을 갖춘 극장에서 1곳에서는 <군함도>를 4회 상영하고, 나머지 1개 스크린에서는 4개 영화를 한 번씩 상영할 경우, 전체 스크린 수는 5개로 늘어나고 <군함도>와 나머지 4개 영화의 스크린 점유율은 20%로 같다. 영진위 전산망을 통해 일별로 집계되는 전체 스크린 수는 매일 바뀌는데, 통상 일일 3,000~5,000개로 집계된다. <군함도>가 개봉한 7월 26일 전체 스크린 수는 5,435개였다.

이 같은 이유로 상영횟수를 기준으로 한 상영점유율을 봐야 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26일 10,176회 상영된 <군함도>의 상영점유율은 55.2%이다. 이날 국내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 중 절반 이상이 <군함도>였던 셈이다. 같은 날 개봉한 애니메이션 <슈퍼배드3>는 15.8%, 바로 전 흥행 1위이던 <덩케르크>는 11.8%였다.

교차상영은 평일 저녁 6시 이후 등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에 ‘특정’영화를 상영하고, 관객이 적은 시간대엔 독립영화 등 다양성 혹은 비주력 영화를 배치해 관객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실제로 국내의 주요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은 관객들이 선호하는 상영 시간대에 <군함도>를 집중배치하고, 나머지 영화들은 심야시간대나 오전에 주로 배치하고 있다.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선호하는 시간대에 선택할 수 있는 영화가 제한되는 셈이다.

반면 단순히 상영관 수가 아니라 좌석점유율로 평가해야 하는 반론도 있다. 이 날 <군함도>의 좌석점유율은 52.9%로 최근 한 달 내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높다. 810개 상영관을 확보한 <슈퍼배드3>가 47.7%로 2위, <덩케르크>의 좌석점유율은 28.9%로 나타났다. 최근 개봉한 블록버스터 흥행작인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개봉일 좌석점유율은 32%였다.

영화관 입장에서는 공석률을 고려하면 <군함도>를 상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었던 셈이다. 실제 이날 <군함도>의 매출액 점유율은 71.4%를 기록했다.

멀티플렉스 측은 “좌석점유율 기준으로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영화에 더 많은 상영관을 배정한다”며, “<군함도>는 개봉 전날(오후 5시 기준) 예매 관객수만 41만8,244명이었고, 개봉일 오후 1시에는 예매율이 70.1%까지 치솟았다. 개봉 이틀째인 27일에도 오후 2시 기준 예매율 62.5%, 예매관객수 40만2,265명으로 수치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스파이더맨 : 홈 커밍>의 경우 개봉 전날 오후 5시 기준 사전 예매량이 18만 명에 불구했으나 개봉일 1,703개 스크린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대작 한국영화와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늘 되풀이되고 있는 일이다. <군함도> 이전에 최다 스크린수를 기록했던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는 개봉 첫날 1,864개 스크린에 상영횟수는 9,067회, 상영점유율은 64.4%에 달했다. 최근 700만 관객을 돌파한 <스파이더맨 : 홈커밍>도 첫 날 1,703개 스크린에서 9,117회 상영돼 상영점유율이 57.8%였다.

한국에서 촬영해 기대감이 높았던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개봉일 스크린 수 1,731개, 상영횟수 8,844회, 상영점유율은 65.4%였다. <군함도>보다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는 적었지만 상영점유율은 오히려 더 높았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을 모은 <부산행> 역시 개봉일 1,571개 스크린에서 8,831회 상영돼 하루 동안 87만2,673명을 동원했다. (한국일보)

<군함도는>의 상영 스크린수는 다음 날 1,961개로 다소 하락했다. 그러나 상영 횟수는 10,214회, 상영점유율은 55.1%로 비슷했다. 여전히 전국 영화관에서 하루 상영된 모든 영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뉴스톱의 판단

대체로 진실 <군함도> 이전 박스오피스 1위였던 <덩케르크>의 좌석 점유율이 10~11% 수준에 머문 데다, <군함도>를 의식한 다른 경쟁 작품들이 개봉 시기를 조정한 탓에 별다른 경쟁작 없이 스크린 쏠림현상을 가져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 멀티플렉스의 주장처럼 좌석점유율이 높은 만큼 변명의 여지는 있지만, ‘독과점’을 ‘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0분의 50 이상’, ‘3명 이하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100분의 70 이상’으로 보는 만큼, 상영점유율 55.2%와 교차상영에 의해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점에서 대체로 진실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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