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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술 매일 마시면 건강하다?인사이트의 해외 과학연구 인용보도 팩트체크

뉴스 큐레이션 업체 인사이트는 지난 21일 <술 아예 안 마시는 사람보다 매일 마시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연구)>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페이스북에선 2만3000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1600여회 공유가 이뤄졌다.

그런데 기사 제목처럼 매일 술마시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는 것은 사실일까? 과학 이슈, 특히 건강을 다루는 기사는 항상 신중해야 한다.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연구를 소개할 때는 연구에서 쓰인 방법론과 한계점, 그리고 반론도 같이 보여줘야 한다. 아직 정설이 아닌 것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면 잘못된 상식을 갖게 된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뉴스톱>은 기사가 인용한 알코올 연구를 추적해 인사이트 기사가 얼마나 진실을 담고 있는지 팩트체크했다.

적당히 마시는 것의 기준은?

인사이트 기사에 따르면 영국 일간 더선(The Sun)은 지난 20일 미국 심장병 학회가 매일 한자의 술을 마시는 것이 사람들을 더 오래 살 수 있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한 사실을 보도했다. 과학연구에 대한 외신 보도를 재인용한 것인데 이럴 경우 언론은 독자가 원본을 볼 수 있게 링크를 넣어줘야 한다. 그게 저널리즘의 윤리이자 상식이다. 하지만 인사이트는 원본 기사 링크를 넣지 않았다.

원본을 추적한 결과, 더선은 지난 20일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이 좋다. 과학자는 술을 규칙적으로 마시는 것이 사망 위험성을 5분의 1 감소시킨다는 것을 밝혀냈다'란 기사를 게재했다. 이 제목 역시 선정적이지만 인사이트 기사보다는 조금 더 구체적이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 심장병 학회(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는 매일 한 두잔을 마시는 것이 더 오래 살게 만들지만 오직 적당히 마실 때만 그렇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사 내용을 보면 술을 마신 여성은 비음주자보다 조기 사망위험이 25% 감소했다. 반면 남자의 경우 13%만 감소했다. 반면 연구자들은 '술꾼'들이 비음주자보다 더 빨리 사망한다고 밝혔다. 과음을 하는 사람들은 적당히 음주하는 사람보다 25% 더 사망위험이 높다.

데일리메일이 기사에서 소개한 한 잔의 기준.

그런데 더선 기사도 역시 연구결과만 소개할 뿐 어떤 식으로 연구가 이뤄졌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더선 역시 지난 19일자 데일리메일의 기사를 인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더선은 한국언론과 달리 원본 기사 링크를 남겨놨다.

데일리메일은 훨씬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적당한 음주가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적당한 음주의 기준은 일주일에 14잔(14 units)을 마시는 것을 의미한다. 한 잔(unit)의 정의는 위의 사진과 같다. 한 잔은 알코올 4도 이하 맥주 2분의 1 파인트잔(영국 기준 284㎖), 40도 양주 한 잔, 그리고 와인 100㎖ 한 잔이다. 즉 500cc 맥주 한 잔을 매일 마시면 적당한(moderate) 음주량인 것이다.

그러나 데일리메일 역시 이 연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다. 검색 결과, 연구 출처까지 제대로 밝혀서 보도한 곳은 시사주간지 타임이었다. 지난 14일 발간된 '한 잔 마시는 것이 더 오래 살게 할 수 있다'는 제목의 타임 기사는 이 연구의 시사점과 한계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33만명 8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

타임 기사에 따르면 미국 심장병 학회는 가벼운(light) 수준에서 적당한(moderate) 수준의 알코올 소비는 건강 예방효과 (protective health effects)가 있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연구진은 33만3000명 이상 성인의 생활습관과 알코올 섭취를 설문조사했으며 8년간 추적을 했다. 한 주에 14잔 이하를 마시는 사람은 음주를 안 하는 사람보다 20% 정도 덜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병으로 인한 사망은 25~30% 가량 낮았다. 이런 경향은 여자, 백인, 중년과 노년, 비흡연자에게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14잔 이상 마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과음하는 사람은 비음주자보다 질병으로 11% 더 사망했고 암 때문에 27% 더 사망했다. 그러나 심장질환 사망과 과음자의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마시면 안 된다는 의미다. 최신 연구결과는 과음하면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밝히고 있다.

음주와 사망원인 상관관계를 조사한 과거 연구는 결과가 일관적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알코올의 영향과 건강에 미치는 다른 요인을 분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는 매우 견실한 통계적 접근을 사용했다고 연구자들은 주장한다. 연구자들은 알코올 섭취와 사망률간에 매우 분명한 J곡선의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즉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적당히 마시는 사람이 오래 살지만, 많이 마실 경우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 매우 낮은 수준의 알코올 섭취를 권고 받는데 왜냐하면 알코올이 유방암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적당한 알코올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의 연구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일주일에 3~4차례 술을 마시는 것이 당뇨병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가 지난 7월에 발표됐고, 하루 3잔이 심장병을 예방한다는 연구도 지난 3월에 나왔다. 2015년엔 적당한 양의 알코올 섭취(하루 한 잔의 레드와인)가 제 2형 당뇨병과 심혈관계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도 있었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적당한 양의 알코올 섭취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줄을 잇고 있다.

세계 5대 주류업체가 음주의 심장병 영향 연구 후원

다시 인사이트 기사로 돌아가자. 인사이트 기사의 제목(술을 매일 마시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은 이번 연구 결과와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연구는 적당히 술을 마시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것이지 "더 건강하다"는 내용이 아니다. 물론 적당한 알코올 섭취가 심장병과 당뇨병을 예방한다는 과거 연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사이트 기사에 그런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저 제목을 사용하려면 과거 다른 연구까지 종합해서 보여줬어야 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지난 7월 3일 뉴욕타임스는 주류업계가 알코올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를 후원하고 있다는 기사를 발표했고, 한국언론 뉴시스도 이를 기사화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립보건원(NIH)는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이 실제 심장병을 예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1억달러 규모의 임상시험을 시작했는데 세계 5대 주류업체가 이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음주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친알코올 연구가 줄을 잇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해외 연구를 소개할 때는 연구 결과 및 한계를 설명하고, 출처의 링크를 걸어 독자들이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남의 보도를 사실상 베껴쓰는 큐레이션 미디어라 해도 이런 저널리즘 윤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독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언론, 특히 큐레이션 업체는 좀 더 정확하고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최근글보기
2001년부터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주로 사회, 정치, 미디어 분야의 글을 썼다. 현재 뉴스톱 대표를 맡고 있다.

김준일 팩트체커  open@newsto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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