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GDP 45배에도 군, 북한에 열세 주장"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08.30 02:2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GDP를 비교하면 남한이 북한의 45배에 달하는데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 북한과의 국방력을 비교할 때면 군은 늘 우리 전력이 뒤떨어지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8월 2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 앞서 회의장 로비에서 티타임하던 직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군을 질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핵심 토의에서 "GDP(국내총생산)를 비교하면 남한이 북한의 45배에 달하는데, 절대 총액상으로도 우리 국방력이 북한을 압도해야 하는데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압도적 국방력으로 북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군은 늘 우리 전력이 북에 뒤떨어지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고, 심지어 우리 독자적 작전 능력에 대해서도 '아직 이르다'고 하면 어떻게 군을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우리가 북한 군사력을 감당 못해 오로지 (한미)연합방위능력에 의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대로 한국의 GDP가 북한의 45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은 북한군에게 항상 뒤쳐지는 것처럼 말하고 있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1. 남북한 GDP 차이는?

우선 남한과 북한의 GDP를 비교해보자. 명목상 각국의 GDP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 유엔이 집계하는데 이중 북한이 포함된 것은 유엔의 통계다. 2015년 기준 남한의 GDP는 1조3779억달러(11위)이며, 북한은 174억달러 (113위)다. 명목상 GDP로 비교한 경제 규모는 남한이 북한의 약 79배에 달한다.

보통 국가간 GDP 수준을 비교할 때는 구매력평가지수(pruchasing power parityㆍPPP)를 기반으로 한 '구매력 GDP'를 주로 사용한다. 각국의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구매력 GDP 지표는 명목환율 변동으로 인한 GDP의 왜곡을 방지할 수 있다. 

지난 3월 20일에 공개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2015년 북한의 구매력 GDP는 400억달러였다. 2016년 북한 통계는 아직 업데이트되지 않았다. 반면 2015년 남한의 구매력 GDP는 1조8810억달러, 2016년 1조9340억달러였다. 

2015년 기준 '구매력 GDP'는 남한이 북한의 47배였다. 북한의 구매력 GDP가 3년간 변화가 없기 때문에 2016년에도 400억달러로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2016년 기준 남한의 구매력 GDP는 북한의 48.3배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45배라는 수치는 2016년 국방백서 (p.237)에 나온다. 남북 경제지표 현황을 보면 2015년 기준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남한이 1565.8조원, 북한이 34.5조원으로 45.4배 차이가 났다. 

 

2. 남북한 국방비 차이는?

그러면 국방비 규모 차이를 살펴보자. 북한은 정확한 국방비 규모를 밝히지 않기 때문에 추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북한 국방비는 비교 방식에 따라 고무줄이다. 

2012년에 세종연구소가 발표한 남북한 국방비 현황을 보면 2010년 기준 남한은 255억달러인반면, 북한은 8억달러에 그쳤다. 즉 남한의 군사비가 북한보다 32배 가량 많다. 이후에도 북한의 경제규모는 정체되어 국방비는 대략 1조원 정도에 머무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남한의 국방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남한의 2015년 국방예산은 37조5550억원, 2016년 38조8421억원이었으며 내년 국방예산은 43조1177억원으로 편성됐다. 남한은 정부재정대비 14.5%를 국방비로 썼으며 북한도 지난해 전체 국가예산의 15.8%를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다. 

미 국무부가 발간한 '2016 세계군비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군사비로 11년간 35억1000만달러를 사용했고 남한은 301억달러를 사용했다. 지난 10년간 대략 8.6배 남한이 북한에 비해 국방비를 더 쓴 것이다. 2014년 세계군비보고서를 보면, 남한은 235억~339억달러를 군비로 지출한 반면, 북한은 23억~89억달러를 지출했다. 최소 3.4배에서 최대 10배 차이가 나고 있다. 
 

3. 한국 군당국은 북한에 열세라고 인식?

2005년 노무현 정부 다시 남북한 전쟁 시뮬레이션인 워게임 결과, 한국군의 전력은 북한과 대등한 수치를 보였다. 북한군과 비교해 공군은 105%, 해군 98%, 육군 80%  수준이었다. 2004년 한국국방연구원 전력지수 비교에서는 공군 103%, 해군 90%, 육군 80%였다. 1년 사이에 전력이 증강된 것이다. 

이후 10여년이 지나면서 국방비는 북한의 수십배로 늘었고 전력도 계속 보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은 여전히 북한에 열세라고 판단하고 있다.  2013년 11월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방부 조보근 정보본부장은 "남북이 1대1로 붙으면 남한이 진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방부는 필요에 따라 북한군의 전략을 과대평가하는 일이 잦았다. 국방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을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를 들면 2013년 북한의 신형 전차 선군호와 천마호의 배치 사실을 과장해 한국형 전차의 생산 필요성을 강조한 사례가 있다. 

미국 헤리티지 재단의 2015년 군사력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군이 북한에 비해 우세한 것은 장갑차와 헬기 뿐이었고 나머지 11가지 항목에선 열세였다. 그런데 헤리티지 재단이 인용한 소스는 한국의 2012년 국방백서다. 국방백서에 북한에 열세라고 적어 놓은 것을 헤리티지가 그대로 인용했고, 그것은 다시 한국 언론이 받아쓰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뉴스톱의 판단

남북한 GDP나 GNI를 비교하면 대략 45배에서 79배 차이가 난다. 남한의 경제규모가 북한을 압도한는 것이다. 경제력에 기반한 국방비 차이 또한 현저하다. 계산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남한이 최소 4배에서 최대 33배까지 국방비를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압도적인 전력차에도 불구하고 한국군은 북한에 열세인 것으로 대외적으로 홍보했다.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GDP 45배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열세인 것처럼 말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진실로 판정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늘의 이슈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