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 핵발전소 건설로 막을 수 있을까?

  • 기자명 강양구 기자
  • 기사승인 2017.08.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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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톱>은 창간 기획으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과 탈핵 정책에 대한 찬반 논쟁을 따라가며 주요 이슈를 팩트 체크한다.

원자력 발전소(핵발전소) 옹호자 가운데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기후 변화를 막으려면 핵발전소를 되레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 가운데는 '핵발전소 전도사'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같은 정치인도 있지만, 한때 환경 운동에 우호적이었던 지식인, 저널리스트 등도 끼어 있다.

그렇다면, 핵발전소 확대가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까? 팩트 체크를 해보자.

알다시피, 지구 온난화는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온실 효과의 결과로 나타난다. 실제로 19세기 후반(1880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 기온이 0.85도 상승했다. 다수의 과학자는 이런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이 산업화 이후 대기 중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기체 탓이라고 여긴다.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면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 기체를 줄여야 한다. 핵발전소는 우라늄이 핵 분열할 때 나오는 열로 물을 끓여서 증기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생산한다. 이 과정에서 석탄, 가스를 태우는 화력 발전소와 달리 이산화탄소가 나오지 않는다. 물론 우라늄의 채굴, 정제, 운반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여기서는 고려하지 말자.

이제 핵발전소가 과연 온실 기체 배출을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인지 차근차근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핵발전소는 온실 기체를 막는 현실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청와대

 

핵발전소는 화석 연료 발전소의 10분의 1 수준

우선 전 세계 온실 기체(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 석탄, 가스 같은 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부터 확인하자.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6년에 펴낸 보고서(CO2 emissions from combustion 2016)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발전 부문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비중은 전체의 42.1%이다.

다시 발전 부문에서 석탄 화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72.7%, 가스 화력 발전 20.2%, 석유 화력 발전 6.4%이다. 석탄, 가스, 석유 등을 합하면 99.3%이다. 그러니 사실상 석탄, 가스, 석유를 원료로 한 화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전체 배출량의 42.1%를 차지한다고 간주해도 무방할 것이다.

IEA의 또 다른 보고서(World Energy Outlook 2016)를 보면, 2014년 기준으로 석탄(40.8%), 가스(21.6%), 석유(4.3%) 화력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발전량)의 비중은 전체의 66.7%다. 핵발전소는 10.6%에 불과하다. 발전 설비 용량으로 따져보면 석탄(30.7%), 가스(25.5%), 석유(7.2%) 화력 발전소 63.4%와 비교했을 때, 핵발전소는 6.5%로 더 적다.

이제 이런 통계를 염두에 두고서 과연 핵발전소가 지구 온난화를 막을 대안인지 따져보자.

 

화석연료 발전소 모두 대체하려면 핵발전소 2770기 필요 

핵발전소가 지구 온난화의 대안이 되려면 온실 기체를 배출하는 석탄, 가스, 석유 화력 발전소를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대체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2014년 기준 전체 발전 설비 용량은 약 6117기가와트 가운데 석탄, 가스, 석유 화력 발전소는 3878기가와트(63.4%)이고 핵발전소는 약 397기가와트(6.5%)이다.

핵발전소가 석탄, 가스, 석유 화력 발전소의 10분의 1 수준이다. 핵발전소가 지구 온난화의 대안이 되려면 2014년 기준으로 3878기가와트 용량의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 지금 논란이 되는 신고리 5호기, 6호기의 용량이 각각 1.4기가와트다. 그러니 신고리 5호기, 6호기 같은 핵발전소를 2770기(3878/1.4=2770)를 지어야 석탄, 가스, 석유 화력 발전소 대체가 가능하다.

지구 온난화를 막으려면, 예를 들어 2016년 파리 기후 변화 협약에서 제시되었듯이 21세기 안에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안에 잡아두려면 빠른 시간 안에 온실 기체를 줄여야 한다. 2050년까지 최대한 온실 기체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2017년부터 2050년까지 33년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석탄, 가스, 석유 화력 발전소를 2050년까지 33년 동안 모조리 핵발전소로 대체하려면 4.3일에 한 기 꼴로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 (33년×365일÷2770기=4.3). 같은 기간 동안 화력 발전소의 절반만 핵발전소로 대체한다고 쳐도 8.6일 즉 약 1주일에 한 기 꼴로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33년×365일÷1385기=8.6일).

가능할까? 불가능하다. 신고리 5호기의 경우 허가(2016년 6월)부터 준공 예상 시점(2021년 3월)까지 약 5년이 예상된다. 까다로운 부지 선정, 더욱더 까다로운 주민 동의 등의 절차까지 염두에 두면 10년 이상 걸릴 것이다. 군사 작전하듯이 밀어붙여도 1기를 짓는데 최소한 5년은 잡아야 한다.

전 세계 국가가 동시다발적으로 핵발전소 1385기 혹은 2770기를 5~10년 혹은 10~20년 안에 지으면 된다고? 그렇게 핵발전소 짓는 일이 쉽다면, 왜 전 세계가 나서서 이란과 북한의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고 나섰겠는가. 핵발전소와 핵 기술은 기본적으로 핵 확산과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에 전 세계 곳곳에 핵발전소를 동시에 짓는 일은 국제 정치상으로도 불가능하다.

핵발전소의 역사는 한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1956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상업 발전을 시작하고 나서 최근까지 지어진 핵발전소 숫자는 총 612기다. (이 가운데 164기가 영구 가동 중단되었다.) 핵발전소가 '미래 에너지'로 칭송을 받던 지난 60년간의 성적이 이 모양이다. 그런데 지금부터 33년간 최소 1000기에서 최대 3000기의 핵발전소를 짓자고?

 

가동 핵발전소 3분의 2는 35년 안에 폐쇄 예정

결정적으로 또 다른 문제가 있다.

2017년 8월 30일 현재 가동 중인 447기의 핵발전소의 3분의 2가 2050년 안에 폐쇄된다(The World Nuclear Industry 2016). 2021년부터 2030년까지 187기(175기가와트), 2031년부터 2040년까지 67기(56기가와트), 2041년부터 2050년까지 28기(22기가와트)가 수명이 다한다. 그러니까, 2014년 기준 핵발전소 397기가와트 가운데 253기가와트(70%)가 33년 안에 폐쇄되는 것이다.

당연히 석탄, 가스, 석유 발전소를 대체해야 할 핵발전소 숫자는 더욱더 늘어나야 한다(253÷1.4=180기). 2014년 기준으로 2770기에 2050년까지 폐쇄되는 핵발전소까지 염두에 두면 180기가 더 필요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33년간 신고리 5호기 같은 핵발전소를 2950기를 더 지어야 한다.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핵발전소 침수 위협

한 가지 중요한 잠재적 문제도 있다.

지구 온난화의 가장 극적인 효과 가운데 하나가 해수면 상승이다. 전 세계 대부분의 핵발전소는 해안가나 강가에 위치한다. 지구 온난화의 효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가장 먼저 침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시설이 바로 핵발전소다. 그렇다면, 지금 핵발전소의 상당수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입지 조건을 따져야 한다.

이래도 핵발전소가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인가? 아니다.

물론 우리는 온실 기체 배출이 가능한 한 적은 에너지원을 가능한 한 빨리 찾고, 또 지금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보급해야 한다. 더 중요하게는 효율을 높이든, 아껴 쓰든 에너지를 덜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호의적으로 살펴봐도 핵발전소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다.

조금만 따져보면 알 수 있는 이런 명백한 사실을 왜 수많은 헛똑똑이는 외면할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차라리 솔직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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