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갈등은 '제로섬게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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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갈등은 '제로섬게임'일까?
  • 지윤성 팩트체커
  • 승인 2017.09.12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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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으로 본 북한의 핵전략과 그 해법

북한은 파키스탄처럼 사실상 핵 보유국 인정을 받아 궁극적으로 미국과 대등한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북한의 핵전략은 복잡하며 점차 진화하고 있다. 이 기사에서는 핵무기 보유국이 지향하는 일반적 핵전략을 살펴보고, 북한의 '핵보유국법' 분석을 통해 북한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핵전략의 최종 지향점을 추정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최근 남한의 북핵에 대한 대응방안이 가지는 억지력의 유효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인공기

 

'오락가락' 남한의 북핵 대응도 문제

2017년 9월 3일 일요일, 북한의 6차 핵실험은 긴장상태인 동아시아의 군사적 균형에 균열을 냈다. 한국정부는 북한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정도의 발사추진체와 도시 하나는 날려버릴 정도의 위력인 '시티버스터' 핵폭탄 상용화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소위 '레드라인'을 넘었느냐 안 넘었느냐는 전문가마다 이견이 있지만, 레드라인에 매우 근접한 상황인 것은 확실하다. 결국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하기까지 국제사회의 수많은 제재가 있었지만 북핵개발 억지력에 실효성이 없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핵전략은 경제학의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냉전시대 존 폰 노이만, 영화 <뷰티풀 마인드>로 유명한 존 포브스 내쉬 그리고 작년에 타계한 토머스 셀링에 이르기까지 '게임이론'의 대가들은 다양한 갈등상황에서의 협상전략에 대해 연구한 바 있고 이는 핵전략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토머스 셸링은 그의 저서 <갈등의 전략>에서 "억지 위협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상대가 던지는 수에 우리가 어떻게 응수할지를 상대가 예측 가능할 때"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핵과 관련, 남한은 북한을 종잡을 수 없다고 비판하지만, 사실은 남한의 전략적 대응이 종잡을 수 없어 북핵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전략에 대한 오인과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일관성 없는 북핵 대응전략이 한몫 한 것이다.

 

강대국의 핵전략: 상호확증파괴, 비례억지, 최소억지

북핵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선 북한 핵전략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보통 ‘핵전략’은 한 국가의 정치군사적 목적을 위해 핵무기를 전략화하고 이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핵전략은 핵무기의 수단적 성격을 의미하는 ‘핵태세(nuclear posture)’와 핵무기의 용도와 사용원칙을 의미하는 ‘핵교리(nuclear doctrine)’을 포함한다. 핵태세는 핵전쟁 수행과 승리를 위한 군사과학과 하드웨어에 초점을 두고, 핵교리는 핵무기의 역할과 사용원칙 등 정치적 해석을 중시한다. 이미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미소양국은 그들의 핵전략을 정교화해왔으며 핵교리를 통해 핵사용을 엄격히 통제해 오고 있다.

1. 미국ㆍ러시아의 상호확증파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양대 강국 미국과 소련(현재 러시아)의 핵전략의 기초는 상호확증파괴(Mass Assured DestructionㆍMAD)다. 핵공격을 감행하더라도 종국에는 양쪽 모두 몰살될 것이기 때문에 함부로 선제공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즉,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미ㆍ러 양국이 유지해 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보수진영은 남한에 미국의 전술핵 재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이론적 근거가 바로 '공포의 균형'이다. 

국립외교원 전봉근 교수의 “북한 핵전략의 유형과 특징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상호확증파괴가 핵무기 사용의 충분한 억제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핵공격에 취약해야 한다"는 조건이 만족되어야 한다. 만약 한 쪽이 상대방의 핵공격에 대하여 완벽한 방어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면 상대의 핵 보복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기 때문에 '공포의 균형'은 흔들린다. 문제는 테러집단이나 불량국가와 같이 자살적인 공격을 감행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억지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점이다. 

2. 영국ㆍ프랑스의 비례억지전략

영국과 프랑스의 핵전략은 선제적 핵공격(First Use)을 포함하는 비례억지전략(Deterrence by the Weak of the Strong)이다.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아 적을 몰살시킬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통해 상대방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억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는 "나는 망하겠지만 너도 편하게 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략이다.

3. 중국의 최소 억지 전략

중국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미ㆍ소 냉전기를 거치면서 핵 선제공격 배제, 2차 핵사용 원칙, 소규모 핵전략 유지, 핵억제와 보복용 등을 특징으로 하는 최소억지전략(minimum deterrence)’을 지속하여 왔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에도 중국이 여전히 군사적 해법 보다는 대화 채널을 강조하는 이유는 이러한 전략에 기초하고 있다. 미국의 선제적인 핵공격이나 북한의 기습적인 핵공격 모두 동아시아의 핵균형을 급격히 와해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인도, 러시아 등 핵무기를 보유한 유라시아 국가의 핵무장 경쟁이 촉발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중소 보유국의 핵전략 : 촉매확증보복비대칭확전

사실상 핵을 보유한 것으로 인정받는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그리고 핵무장을 의심받아온 이란과 북한 등 중소 규모 국가는 미국, 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과는 상이한 핵전술을 가지고 있다. 중소 규모 핵국의 핵전략에 대한 비교연구 특히 북한 핵전략에 대한 연구는 MIT 국제정치학 교수인 비핀 내랭(Vipin Narang) 독보적이다

그는 <떠오르는 핵무기 강국의 핵전략: 북한과 이란 Nuclear Strategies of Emerging Nuclear Powers:North Korea and Iran를 통해 북한의 핵전략을 분석한 바 있다.
 

내랭 교수의 지역강국의 핵태세 특징

1. 촉매형 

촉매형 핵태세(A catalytic nuclear posture)란 핵무기 개발을 지지하는 후원 강대국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실제 핵무기의 사용보다는 후원국의 개입을 통한 전쟁 발발 억제 전략이 특징이다. 미국의 후원을 받는 이스라엘이 대표적이다. 

2. 확증보복형

확증보복형 핵태세(Assured Retaliation)는 적국의 재래식 군사력이 자국보다 우세하지 않기 때문에 선제공격보다는 보복용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비교적 국가 규모가 큰 인도와 초기 핵무기 개발 당시의 중국이 이에 해당된다. 

3. 비대칭확전형 

비대칭확전형 핵태세 (Asymmetric Escalation)는 신뢰할만한 후원 강대국이 없는 상황에서 재래식 군사력 역시 적국에 압도당할 때 주로 사용된다. 어떠한 소규모 재래식 공격에도 즉각적으로 핵공격을 가한다는 입장으로 전쟁을 억지하는 것이다. 인도와 국경분쟁을 겪은 후기 파키스탄이 대표적이다.

 

북한의 핵전략은 선제적 핵사용 가능

그러면 북한의 핵전략은 어느 쪽에 해당될까. 앞서 언급한 2016년 전봉근 교수의 보고서에는 6차 핵실험까지 이어지는 북한의 핵전략 및 핵태세에 대한 예측이 있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13년 제정된 북한의 핵보유국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핵전략은 가장 공격적인 핵선제사용 전략과 가장 신중한 일차 불사용 원칙의 중간에 위치한다.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 강화되면서 남북 간 군사적 대치국면 이 고조되자, 북한은 3월 27일 인민군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표하면서 “군사적 행동은 우리의 자주권 수호를 위한 강력한 핵 선제 타격을 포함한다"고 주장했다. 현재까지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순전히 김정은 개인의 통제 아래에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국가는 핵무기의 최종적이며, 안정적이고, 합리적인 사용 결정을 위해서 군부에 대한 민간 정치지도부의 엄격한 통제와 견제를 제도화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민간통제를 선호하고 강조하는 배경에는 군이 핵무기의 특수성과 정치성을 경시하고, 다만 폭발력이 큰 재래식 무기의 하나로 인식하여 손쉽게 사용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보유국법 4조는 "적대적인 다른 핵보유국이 우리 공화국을 침략하거나 공격하는 경우 그를 격퇴 하고 보복타격을 가하기 위해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의 최종명령에 의해서만 사용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의 핵무기 통제권을 명문화하고 있기 때문에 김정은 개인에 의해 핵무기 사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의 통치경험 부족, 잔혹하고 모험적이며 공격적 성격, 변덕스럽고 즉각적인 결정방식 등은 핵무기 사용결정에 대한 위험요소이다. 어쩌면 위험하다고 알려진 핵무기 사용권의 현장(군부) 위임방식보다 더 위험할지 모른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핵무기의 대남·대미 억제력과 강압력을 제고시킬 목적으로 자신들의 공격성과 모험성, 그리고 핵무기 사용 결정체제의 불확실성을 인위적으로 과시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핵 무기 사용과 관련된 합리적인 통제권이나 프로세스가 존재하지 않는 사실 자체가 위협이다. 즉 언제 핵무기를 쓸지 모른다는 일종의 '미치광이 전략'인데 돌발행동이 특징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 역시 비슷한 전술을 구사하고 있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북한이 핵 선제공격 및 비대칭 확전 등 공세적인 핵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위협과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위협은 상호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은 9ㆍ11테러 이후 새로운 안보전략을 수립했다. 핵 억제론에서 핵 선제공격이 가능하다는 관점으로 이동한 것이다. 미국이 테러집단과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국에 대해서는 필요시 핵선제공격을 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매티스 국방장관은 북한의 절멸(Total Annihilation)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절멸은 핵무기 사용을 포함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북한의 절멸을 바라지는 않지만 고려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남긴 것이다. 

일관되고 강력한 대북 메시지 필요

모든 핵무장국 중 북한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미국과 생존을 담보로 한 도박을 벌이고 있는 국가는 현재 북한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국가 붕괴와 소멸이 걱정되는 상황으로 체제 위기, 경제 위기가 동시에 진행중이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공세적인 핵전략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북핵을 억지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은 어떤게 있을까. 내랭 교수는 2015년 북핵과 관련 중국의 역할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중국이라는 후원자를 동원하기 어려운 경우 북한은 대안적인 핵전략으로 나아갈 수 있고 이것이 미국과 한국 입장에서는 가장 무서운 상황이 될 것이다. 결국 북한의 핵전략과 핵태세를 제한적으로 유지되게 하려면 중국이 북한의 후원자 역할을 계속 수행하도록 격려해야한다”

 

 

그래서 북한의 폭주를 막고 당면한 안보위기를 해결하기위해서 중국이 북한의 확실한 후원국으로 나서주는 것이 차라리 실효적이라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핵무기 보유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북·중간 낮은 신뢰수준과 북핵에 대한 국제 비난을 고려할 때 중국 후원자론의 성사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결국 한국정부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된다. 다만 이전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달라진 전술이 필요하다. 싸드 배치, 미군 핵심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 대북 경고가 연일 발표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화 기조는 유지하되 남한 정부의 대응 전략이 북한으로 하여금 예측가능하도록 강하고 신뢰성있게 전달되는 것이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순수갈등게임(제로섬게임)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은 무작위적 전략이다. 내가 내린 결정을 상대가 모르게 하는 것이 나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기본전제였다. 물론 서로 상대방의 의도를 모르다보니 파국적인 결과를 맞이하기도 한다.

반면, 갈등과 이익이 혼재된 게임(비제로섬게임)에서는 나의 전략을 숨기기 보다는 상대가 나의 전략을 정확히 예측하도록 하는 것이 더 이익이다. 즉 상호 계산된 범위내에서 움직이는 것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게임의 전제조건은 참가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핵문제는 서로 갈등만 하는 제로섬게임이라기 보다는 갈등과 이익이 혼재된 비제로섬게임이다. 예를 들면 남한이 중재를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대신 미국이 북의 체제 안전을 보장한다면, 그래서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이 크게 완화된다면 상호이익은 극대화된 것으로 봐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가지가 필요하다. 참가자(남한, 북한, 미국 등)의 이성적 판단, 그리고 다른 참가자가 신뢰할만한 대상이라는 믿음이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과 남한, 그리고 미국이 상호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사적 대결국면으로 치달으면서 사드배치와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등 강경메시지가 북에 주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이 대화의 끈을 놓치 말아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상호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비제로섬게임'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지윤성   saxoji@newstof.com    최근글보기
드론/자동차/카메라 등 대한민국 남자라면 좋아할 아이템들에 관심이 많은, 게임-소프트웨어-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회사의 창업자 및 임원을 지내며 정보격차 없는 낭만적인 IT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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