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보다 못한 음원' 해법은 저작권 확대

  • 기자명 지윤성 기자
  • 기사승인 2017.09.1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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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음악산업의 규모는 커졌지만 다수의 창작자는 여전히 배고프다. 공정거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소수의 플랫폼 사업자에만 이익이 집중되는 음악 산업 구조는 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세계 음악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살펴본 1회 기사 후속편으로 이 기사에선 한국 음악산업의 현황과 저작권 관리 문제를 살펴본다. 

 

 

도종환 문화관광부 장관이 8월 20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가수와 작사·작곡자들에 대한 음원 수익의 배분율을 높이고 (음원) 할인율은 낮춰야겠다"고 밝혔다. 음원의 이익배분이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스트리밍 방식의 음원 시장에서는 배분율을 높인다 하더라도 가수나 창작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이쑤시개보다 못한 강남스타일 참고) 대한민국 1등 가수가 한달동안 본인의 음원이 600만번 재생되더라도 순수 음원으로 보는 돈은 300만원밖에 안된다.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대부분 소비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는 우리나라에서의 음악 소비 방식 역시 이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표에서 보듯이 국내 소비자 절반 이상의 음악 소비 가능 금액이 월 1만원 이하다. 보통 한국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한달 이용료가 5000원 안팎임을 감안하고, 그 돈 대부분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음악소비 수준에서 실연자과 창작자들에게 돌아갈 몫이 극히 적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해법은 무얼까. 한극음악시장은 성장하고 있을까? 음원 시장의 공정한 배분은 가능할까? 우선 2016년 한국음악산업백서에 나온 한국 음원 시장 상황을 살펴보자. 

 

① 3강구도 고착화

상위 3개 유통사의 전체 스트리밍·다운로드 내 점유율 추이(2012~2016)

음원 유통시장에서 3개사(로엔엔터테인먼트, CJ E&M, KT뮤직)를 제외한 나머지 유통사들이 전체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에서 차자히는 비중은 20% 안팎이다. 상위 3개사는 공정거래법상 음원 유통 시장으로만 시장을 획정한다면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기획·제작에 비해 유통은 소수 기업에 의한 과점 양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들 3개사는 서비스와 홍보에 강점이 있어 지속적으로 시장을 주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불공정거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면 통신사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거나 특정 서비스 이용시 특정 음원 스트리밍 이용에서 발생하는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제로 레이팅(Zero-rating) 정책을 시행한다. 이는 어떤 서비스든 인터넷 네트워크 이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망중립성 원칙’에 위배될 수도 있어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② 영향력 있는 제작자 감소

다운로드 횟수 기준, 주간 순위 상위 100위 내 주요지표

2011년부터 각 연도별로 상위 100위(가온차트, 주간 스트리밍 순위 기준)에 한 번이라도 오른 곡을 보유한 제작사의 수는 2011년 241개사에서 2015년 195개 사, 2016년(10월 말까지의 누적 기준) 145개사로 점진적으로 감소했다. 매년 많은 수의 새로운 음악이 시장에 소개되지만, 이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음원 소비를 끌어낼 수 있는 기획·제작사는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세계 음악과 한국 음악이 한국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고 국내 소비자의 취향 역시 글로벌화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일정 정도의 자본과 음악적 완성도는 필수다. 음악 제작에도 자본의 논리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 소수 자본력 있는 제작사에 의한 공급의 독과점이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앨범 판매량별 아티스트 수 구성(2016년)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몇몇 제작사의 독점은 결국 소위 팔리는 아티스트들과 음원에만 집중 투자 하게 되는결과를 가져오며 이는 음악의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으로 귀결된다. 위의 표를 보면 지난해 5만장 이상 앨범이 팔린 아티스트는 32명뿐이다. 게다가 앨범을 발매한 가수가 215명 밖에 되질 않는다. 이는 두가지를 시사한다. 첫째는 스트리밍이 음원시장의 대세라서 CD는 거의 팔리지 않는다는 것, 두번째는 한국에서 음반을 낼 수 있는 가수가 200명 밖에 안될 정도로 시장의 빈익빈부익부가 심하다는 것이다.  

 

③ 짧은 음원 생명

Chart-in 곡의 수 및 Chart-in 기간에 따른 구분

보통 조사 기간 동안 차트에 올라있는 (Chart-in, 차트인) 곡 중에서 약 1년(50주) 이상 차트인한 곡이 전체 대상곡의 0.8%에 지나지 않았다. 모바일에서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인 만큼 음악 역시 빠른 소비가 특징이다. 즉, 음원 출시 뒤 1년안에 음원을 판매하지 못한다면 그 음원은 사실상 시장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김광석처럼 지속적으로 음원이 소비되는 가수는 극소수다. 가수가 방송출연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다.

 

④ 방송 영향력 강화

2016년 CJ E&M 전체 스트리밍·다운로드와 방송 연계 음원 수치 비교

CJ E&M의 2016년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서비스 음원의 70%이상이 <쇼미더머니> <응답하라 1988> <프로듀스 101> 같은 방송 연계 음원이었다. 방송국이 음악방송을 통해 음원 수익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채널에서 음악 방송을 강화하고 있다.

 

혁오 <20>, <22> 앨범의 주간 스트리밍 추이 (2015년 5월~2016년 3월)

무한도전 가요제에 출연했던 밴드 혁오의 음원 판매량을 보면, 요즘 트렌드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방송 출연을 기점으로 음원 소비가 10배 이상 급증했다가 방송이 종료한 뒤 서서히 하락해이제는 방송출연 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이언티 싱글 <양화대교>, <꺼내 먹어요(Eat)>, <No Make Up>의 주간 스트리밍 추이 (2014~2016년)

가수 자이언티 음원 '양화대교' 'No Make Up' '꺼내 먹어요'를 보면 방송, 특히 예능 방송이 얼마나 음원시장에서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확인된다. 예능에 한번 출연할 때마다 음원 소비가 출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즐겨 듣는 음악 유형 2016, (복수응답, n=1,200, 단위: %)

소비자들의 음악 선곡을 보면 음악 예능 프로그램이 가장 영향력이 크다. 두번째는 음원서비스의 인기 차트 음악이어서 사실상 예능 프로그램이 음원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음원시장은 소수의 플랫폼과 소수의 영향력있는 제작사와 가수가 지배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 흥행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방송 예능 프로그램이다. 음악의 다양성이 존재할 수가 없는 구조다. 방송에 나오지 못하지만 음원과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가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익 배분율보다 중요한 건 저작권 관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 기념 대국민 보고에서 "음악 저작권 적용 범위나 공간을 더 넓힐 생각"이라며 "헬스클럽이나 체력단련장, 50㎡ 이상의 커피전문점이나 호프집에서도 저작권 보장되도록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저작권 보호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원칙적으로는 이미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음악에 대해서는 별도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도 그러질 않고 있다. 

저작권 관리가 체계적으로 안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음악 저작권 관리를 일임받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사용료 징수와 분배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비회원 전문 경영인제, 권리 신탁범위 선택제 등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조직 운영을 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무엇보다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의 권리를 인정 받는 분야를 넓히고 저작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협회의 기본 임무다. 

자스락(JASRAC : Japanese Society for Rights of Authors, Composers and Publishers) 일본음악저작권협회

자스락(JASRAC : Japanese Society for Rights of Authors, Composers and Publishers, 일본음악저작권협회)의 경우는 일본내에서도 관련 행정소송이 빈번할 정도로 과도한 저작권 관리 집행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저작권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철저하고 신뢰하는 저작권신탁관리방식으로 유명하다.

한 예를 보면 위에 일본 만화에서 대사중 저작권이 있는 노래의 가사를 사용할 때 사전에 저작권자나 저작권관리기관에 신고하고 사용료를 내도록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일본내 음악학원에서 교재로 사용되는 음악에 대해서도 저작권료를 물리겠다고 발표하는 바람에 논란이 있을 정도다.

음원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작권의 적용 범위를 넓혀주는 것 역시 음악 창작자들에게는 숨통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에 반해서 한국은 여전히 음악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이 많으며 과금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스락에서는 지난해 유튜브에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올라와 있는 자국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2만여개를 구글과 함께 제거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이 모여 일본을 전세계 음악산업 2위의 규모로 만든 것이다.

전자상거래의 발달은 고객이 제품을 찾는데 드는 노력인 탐색비용을 줄인다. 과거엔 음원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했지만 지금은 스트리밍 서비스 비용이 낮아 굳이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음원을 불법다운로드하려 하지 않는다.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의 안착은 소비자들에게 저작권과 타인의 지적재산권을 이용할 때 비용을 지불해야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줬다. 

이제 다음 단계는 음악 저작권 적용 범위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에 있다. 음악 저작권 관리를 일임받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음원수익 배분율의 조정은 음원가격이 내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음악 창작자들에게 의미가 없다. 이것을 일차적으로 보전해 줄 수 있는 방안이 음악 저작권의 적용 범위를 확대시켜 주는 것이다. 

음악 이외의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 창자들에게도 이러한 노력들이 확산되어야 한다. 자스락은 음악뿐 아니라 각종 출판물과 영화 등 대부분의 문화예술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통합 관리하고 있다. 저작권 관리 기관의 통합화 역시 관리와 효율면에서 중요하다.

다음 기사에서는 당면한 전세계 음악 산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현황과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국가별 음악산업 규모 : 2015년기준, 단위:백만 달러
국내 음악 이용자 성향
한국 음악산업 수출입 현황
국내 음악산업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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