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순에 '소송사기죄' 적용가능할까?

  • 기자명 최윤수
  • 기사승인 2017.09.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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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객(歌客) 김광석. 세상을 등진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의 노래는 아직도 사랑 받고 있다. 해마다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가수들이 '다시 부르기' 공연을 했고, 그의 노래는 뮤지컬로도 여러 번 제작됐다. 아이유는 리메이크로는 부족했는지 아예 김광석이 남긴 목소리와 듀엣을 했다. JTBC ‘히든싱어’에선 고인이 된 가수 중 신해철과 김광석만이 음원으로 출연해 모창실력자와 대결을 펼쳤다.

다큐멘터리 영화 <김광석>이 최근 화제다. 요절한 인기 가수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더구나 그 딸 또한 평범하지 않은 죽음을 맞았다면 말이다.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중인 고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씨. jtbc 화면캡쳐

개봉 한 달이 지나기 전 김광석의 아내 서해순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소송 중 딸의 죽음을 숨겨 이익을 얻었다는 혐의다. 서해순에게 ‘소송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을까. 먼저 그 동안 분쟁 경위를 살펴보자.

 

서해순와 김광석 가족 저작권 소송 과정은?

김광석은 죽기 전 아버지 명의로 음반사와 4개 음반 제작계약을 체결했고 로열티는 아버지가 지급받는 것으로 했다. 김광석이 1996년 1월 사망한 후 김광석의 아버지가 로열티를 지급받았는데, 김광석의 상속인인 아내 서해순과 딸 김서연은 1996년 4월 김광석의 아버지와 음반사를 상대로 로열티청구권확인소송을 제기했다. 4개 음반의 로열티는 상속재산이므로 김광석의 아버지가 아니라 자신들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언론의 관심 속에서 재판부는 화해를 권고했고, 1996년 6월 김광석의 아버지가 4개 음반의 판권 등을 가지나 사망 후 손녀에게 양도되며, 향후 제작할 라이브음반은 서해순에게 모든 권리가 있고, 그 외 나머지 향후 제작 음반은 반드시 김광석의 아버지와 서해순이 합의하여 계약을 체결하기로 하고 소송은 취하됐다.

그런데 김광석의 아버지는 합의 며칠 후 4개 음반에 대한 권리를 자신의 아내와 아들에게 유증하고 2004년 10월 사망했다. 김광석의 어머니와 형은 2005년 4월 서해순, 김서연을 상대로 지적재산권등 확인 및 서해순이 단독 발매한 음반 등의 제작을 금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4개 음반에 대한 권리는 자신들이 김광석의 아버지로부터 유증받았고, 앞으로 제작할 음반에 대해 합의하여 계약을 체결하기로 한 것은 김광석의 저작인접권을 1/2씩 공유한다는 의미이므로 김광석의 아버지가 가진 저작인접권을 상속받았다는 취지였다.

1심에서 원고들(김광석 어머니와 형)이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4개 음반에 대한 권리는 1996년 6월 합의에 따라 김서연에게 귀속되었다고 인정된 반면 앞으로 제작될 음반에 대해서는 김광석의 어머니와 형이 저작인접권의 일부를 상속받았다고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2008년 8월 김광석의 아버지는 김광석 관련 저작인접권의 공유자가 아니므로 김광석의 어머니와 형이 이를 상속받을 수 없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즉, 대법원은 김광석의 저작인접권은 모두 서해순, 김서연에게 상속됐다고 본 것이다. 다만 파기환송심에서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 따라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대신 김서연에게 음반저작권 등 모든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되 김광석의 어머니나 형이 추모공연이나 팬클럽 행사에서 김서연의 허락을 받지 않고 김광석의 노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그런데 이미 김서연은 대법원 판결 선고 전인 2007년 12월 사망한 상태였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고 조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김광석 딸 사망 알았다면 대법 판결 바뀌었을까?

김광석의 형 측은, 이미 김서연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조카를 생각해서 김서연에게 모든 권리를 인정하는 내용의 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김서연이 이미 사망했고 모든 권리가 서해순에게 귀속되는 상태였다면, 원고들은 파기환송심에서 소송을 끝내지 않고 그 때까지 주장하지 않았던 다른 이유나 증거를 찾아 권리를 주장하고 패소하였다고 하더라도 다시 상고하여 대법원 판단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미 2005년에 시작한 소송에서 3년 넘게 찾을 수 없었던 법률적 근거나 증거가 나와 원고들이 승소하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문제는 김서연이 대법원 판결 선고 전에 사망했다는 점이다. 항소심 판결대로라면 김광석의 저작인접권을 김광석의 어머니, 형, 서해순, 김서연이 공유하고 김광석의 어머니, 형이 사망하는 경우 그 권리는 김광석의 조카 등 방계가족들에게도 공동상속될 것이다. 하지만 김광석의 어머니, 형의 권리를 부정한다면 서해순, 김서연이 오롯이 김광석의 저작인접권을 보유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앞서 김광석의 저작권을 죽은 김광석을 잘 알지도 못하는 방계 가족에게까지 인정할지, 아니면 1급 장애가 있는 딸을 키우는 홀어미에게 인정할지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와 달리 이미 김서연이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면, 대법원은, 아들 하나는 군대에서 사고로 잃고, 또 다른 아들은 젊은 나이에 자살하고 남편 또한 떠난 김광석의 노모와 길지 않은 결혼생활을 했을 뿐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죽음에도 책임이 있다는 루머가 있었던 서해순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했을까.

가정이란 무의미하다. 김서연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대법원이 다른 판결을 했다고 볼 근거도 없고, 입증 또한 불가능하다. 대법원 판결을 전제한 상황에서 서해순이 딸의 죽음을 숨겨서 얻을 이익은 소송을 좀 더 빨리 끝내고, 남편과 딸 잡아먹은 년이 저작권까지 다 가져갔다는 욕을 먹지 않은 정도다. 파기환송심 중에 딸이 죽었다는 사실이 알려져도 상속인은 서해순 뿐이고, 서해순이 김서연의 상속분까지 김광석의 모든 저작인접권을 소유한다는 판결이 내려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소송사기는 명백한 증거 조작에만 인정돼

누구나 소송에서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야기하고, 진실에 침묵하기 때문에 소송사기는 소송상의 주장이 사실과 다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피고인이 그 소송상의 주장이 명백히 허위인 것을 인식하였거나 증거로 조작하려고 한 흔적이 있는 경우에만 인정된다. 또한 기망행위와 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서해순이 딸의 죽음을 알렸다면 대법원에서 다른 판결을 하였을 것이라고 입증할 수도 없고, 파기환송심의 경우 이미 원고들은 패소할 상황이었기 때문에 김서연의 사망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과 서해순이 모든 권리를 가지게 된 결과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정말 서해순이 김광석을 살해한 것이라면 민법 제1004조에 따라 상속인 결격으로 김광석의 재산을 전혀 상속받지 못했다고 보아야 한다. 공소시효는 끝났어도 진실을 밝힐 법률적 이유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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