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판도라 영화 한편 보고 원전 중단"

  • 기자명 김준일 기자
  • 기사승인 2017.10.10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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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라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원전을 중단했다는 것이 과연 대통령으로서 제대로 된 정책판단이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10월 9일 최고의원회의에서

 

영화 판도라의 한 장면

신고리 5ㆍ6호기 원전 건설 중단 여부가 이번 주말에 결정된다. 공론화위원회는 15일 최종 찬반 조사를 실시한 뒤 20일 정부에 최종 권고안을 제출한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존중해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원전 중단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7월 12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은 '원전 거짓과 진실' 세미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영화 판도라를 보고 감동받아 눈물을 흘리고 탈원전을 결심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10월 9일 "영화 한편 보고 원전을 중단한 것이 제대로 된 정책 판단이냐"고 비판했다. 정말 문 대통령은 영화 판도라를 본 뒤 탈원전을 결심했을까. 뉴스톱이 팩트체크했다.

 

야당 "문재인 영화 판도라보고 탈원전 추진"

이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6월 29일 조선일보 양상훈 칼럼으로 추정된다. 양상훈 주필은 "대통령이 판도라를 보고 울었던 그 심정으로 국가 정책을 좌지우지하겠다고 나서면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후 야당 정치인들이 문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면서 영화 판도라를 언급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문재인 후보가 영화 판도라를 본 것은 지난해 12월 18일이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문후보는 "원전 추가건설을 막고 앞으로 탈핵ㆍ탈원전 국가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영화에 감동을 받았고 시사회장에서 탈원전 정책을 강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탈원전을 말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다. 문후보는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신규원전 백지화 ▲수명종료 원전 가동 중단 ▲안전에 문제가 있는 원자로 조기 폐쇄 등을 내걸었다. 노후 핵발전소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를 가동 중단하고, 당시 착공하지 않은 신고리 5~8호기 및 신울진 3, 4호기를 건설하지 않으며, 재생 에너지 비율을 2030년까지 20퍼센트로 높이겠다는 것이 주요 공약이었다. 

2012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공약집 중 탈원전 정책 부분.

 

문재인, 2012년 대선부터 꾸준하게 탈원전 주장

대선 낙선 이후인 2013년 11월 26일 '한국사회의 탈원전, 불가능한 얘기인가' 세미나에 참석해 문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탈원전 이슈화 못해 아쉽다"고 밝혔다. 또 2014년 6ㆍ4 지방선거에서도 탈원전 정책을 주요 의제로 추진한 바 있다. 2014년 9월 4일 폭우로 배수 시스템에 이상이 생겨 가동이 중단됐던 부산 고리핵발전소 1호기 현장을 방문해 "고리 1호기는 이른 시일내에 가동을 중단하고 30년 넘은 원전 가동은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후보의 탈원전 주장이 다시 주목을 받은 것은 2016년 9월 12일 경주 지진 이후였다. 그는 "정부 원전정책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신고리 5,6호기 건설 등 신규 원전건설계획 전면 취소 ▲고리1호, 월성1호 등 30년이 넘은 노후 호기 즉각 운영 중단 ▲활성단층이 원전 안전에 미치는 영향 국가적 분석 ▲운영 중인 원전의 내진설계 강화 등 4가지를 정부에 요구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안전점검을 위한 원전 가동 중단과 신설 재검토 요청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 칼럼에서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2012년 대선 이후 탈원전 얘기가 없었고 다시 문대통령의 탈원전 얘기를 하는 것을 들은 것은 판도라 시사회장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양 주필 본인이 못들을 수는 있지만, 문 대통령은 그동안 수없이 탈원전을 얘기했다. 이 칼럼은 기본적인 팩트체크가 안됐다.  

 

뉴스톱의 판단

홍준표 대표는 문 대통령이 영화 한편 보고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이전부터 꾸준하게 탈원전을 주장해왔다.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방을 비판하기 위해 기본적인 팩트를 왜곡하는 것은 야당 대표로서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뉴스톱은 홍 대표의 발언을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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